기사최종편집일 2024-10-0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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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팬에게 채념만 안긴 "100분 토론"

기사입력 2005.08.26 11:01 / 기사수정 2005.08.26 11:01

이수영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듯이 "내일"의 대안을 바라는 팬들은 갈증해소는 커녕 "어제"에 대한 스트레스만 쌓였다.
 
위기론에 몰린 한국 축구의 오늘과 미래를 진단하겠다며 축구팬들의 귀를 솔깃하게한 MBC 간판 시사프로 "100분 토론"은 이미 언론을 통해 수없이 보도된 대표팀의 식상한 문제점과 본프레레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처연한 변명을 되새김질 하는것에서 그치며 싱겁게 끝났다. 내일을 기대하는 축구팬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 100분간의 난상을 정리해 본다.




[축구팬에게 채념만 안긴 "100분 토론"]


주인공 빠진 패널 섭외. 축구협회 관계자 섭외 안됐다는 지적에 100분 토론 측, "협회가 출연 거부했다".

한국 축구의 오늘과 내일을 말하겠다는 자리에 막상 한국 축구를 대변할 관리자의 모습은 간데 없었다.
사회자인 손석희 앵커를 제외하고 패널로 참석한 인물은 4명. 축구 평론가 정윤수 씨와 해설위원 서형욱, 김강남 씨, 지도자 협회의 박병주 총무로 구성된 패널들은 쉼없이 대표팀 운영체제의 모순을 지적했지만 그에대한 해명과 대안을 접수할 "주체"는 없었다. "협회에서 출연을 거부했다"라는 사회자의 양해멘트 하나로 마무리된 섭외의 공백은 이날의 토론이 병들어있는 한국 축구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할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려는 사실로. 협회 내부 조직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관계마저 엇갈려.

축구 평론가와 기자, 전임 감독 출신으로 구성된 패널들 사이에서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마저 엇갈려 시청자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했다. 

감독 인선과 선수 차출시 정보제공 등 실질적 권한을 갖고있는 기술위원회의 명문화된 책임과 역할을 놓고 서형욱 씨와 박병주 총무가 논쟁을 벌이는가 하면,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 여부에 대해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전혀 사실관계를 알지 못했다는 김강남 해설위원의 민감발언(?)은 "그것은 협회장 보호 명목"이라는 정윤수 위원의 해명이 이어지고 나서야 수그러들었다. 

패널들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잘못알고 계신겁니다" 등의 발언으로 기본적인 사실 여부 마저 번복되고 뒤집히는 동안 시청자들의 혼란은 가중되었다. 

물론 기술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의 한계에 대해서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 배제될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사실 확인을 위한 협회나 기술위 관계자가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쓸모없는 소모적 논쟁은 줄일 수 있었다.


"내일"을 논한건 100분 중 겨우 20분?
그나마 현상만 있고 대안은 없어. 

시작부터 반쪽으로 시작된 토론은 내용적인 면에서도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애초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발전 방향과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특집이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본프레레 감독 휘하에서 벌어진 대표팀의 졸전과 협회의 무능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펼치는데 할애 되었고 그나마 후임감독 인선 등 차후 대책에 대한 논의는 전체 방송시간의 1/5수준인 20여분에 그쳤다. 

그나마 국내 감독을 인선, 별도의 기술위원회를 유럽에 파견해 정보 인프라로 활용하자는 평론가 정윤수씨의 의견 외에는 축구계 사정에 정통하다는 전문가들이 모였다라고 볼 수 없을만큼 현상위주적이고 추상적인 대안에 불과했다. 

이미 협회의 탁상공론에 지칠대로 지친 시청자들은 저명한 논객들의 명쾌한 가이드라인을 기다렸으나 헛물만 켠 셈.


민감한 시사적 이슈를 놓고 발전적인 토론 형식을 보여준 "100분 토론"에서 축구-라는 상대적으로 시의성 낮은 소재를 채택한것은 실로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해당 매체가 가지는 영향력에 축구팬들은 기대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는 대안을 접수할 "주체"도 없을뿐더러 이미 엎질러진 물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100분간의 난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증. 그 이상을 느끼게 하지 못했다.

축구팬들은 듣고 싶었다.

첫째. 한국 축구를 관장하고 관리하는 축구 협회가 지금껏 대표팀 운영을 포함한 전 부문에 물리적, 인력적인 지원을 등한시 했다는 비난에 대한 뚜렷한 해명과. 

둘째, 표류하고 있는 기술위원회는 고작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얼마나 납득할만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할지를.

마지막으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축구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들의 발전적 자문을 공중파라는 영향력 최대의 매체를 통해 전달받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기대가 너무 컸던것일까. 답답한 100분의 설전은 그 어떤 만족감도 채워주지 못한채 싱겁게 끝나버렸고 축구팬들에게 될데로 되라-라는 채념만 안겼을 뿐이다.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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