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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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본프레레호' 사우디에 완패!!

기사입력 2005.08.18 07:59 / 기사수정 2005.08.18 07:59

박범 기자
독일월드컵을 향한 잠시 순항이 점춰졌던 '본프레레호'가 또다시 사우디 폭풍을 만나 좌초의 위험에 빠졌다.

17일 오후 8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본프레레호가 졸전끝에 1:0 패배를 기록했다.

오늘 경기는 본프레레 감독에게나 한국 대표팀에게나 상당한 의미를 지닌 경기였다. 지난 남북축구경기에서 3:0의 승리를 거둔 한국 대표팀에게 사우디는 수준이 다른 호적수였다. 한국은 안정환, 차두리, 박주영의 3톱과 김동진, 백지훈, 김두현, 이영표로 이어지는 막강 공격력의 미드필더,  유경렬, 김영철, 김진규로 구성된 수비라인이 선발로 뛰었다. 말 그대로 초호화 멤버인셈. 반면 사우디는 전체적인 평이 2진급의 선수들로 이날 경기에 참여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막강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16년의 숙원을 풀고자 했던 본프레레호의 예상과는 달리 경기는 시작부터 사우디의 경기장악력 아래 진행됐다. 사우디는 철저하게 팀포메이션의 라인을 맞춰가며 게임을 주도했고,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며 찬스를 만들어냈다. 사우디는 전반 4분경 아크 오른편에서 파고들며 코너킥을 얻었고 한국 수비가 걷어냈지만 이를 다시 크로스로 연결하여 사우디의 안바르선수가 골로 연결했다. 단순한 선제골 이상에 의미가 있는 골. 그러나 사우디의 선제골은 시작에 불과했다.

홈그라운드 이점에도 불구하고 전반 초반부터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한국 대표팀에겐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다. 안정환-박주영-차두리의 3톱은 몇번의 슈팅 찬스를 아쉽게도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특히 전반 초반부터 시작된 한국팀의 패스미스는 경기내내 아쉬움의 연발이었다. 계속되는 패스미스와 전술적인 부재는 사우디에게 역습이라는 공격루트만 허용했을 뿐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였다. 

이후 측면의 이영표를 중심으로 한국팀의 플레이가 잠시 살아났다. 골이 되지 못했지만 전반 16분경 안정환의 논스톱 패스, 전반 19분경 김두현, 차두리로 이어지는 빠르고 감각적인 조직력은 사우디의 수비진을 위협하기에 좋은 플레이였다. 이후 안정환 선수의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2차례 과감한 중거리슛, 박주영의 수비수 2명 사이를 뚫고 슈팅한 슛 등 찬스를 만들었지만 아쉽게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전반을 원정팀의 모습으로 뛴 '본프레레호'는 후반, 전열을 가다듬고 선수교체로 전략, 전술의 다양성을 꾀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전반의 멤버 그대로를 출장시키며 의문을 샀다. 본격적인 추격전의 양상이 비춰지면서 한국은 후반 4분경 박주영의 감각적인 킬 패스를 받은 차두리가 문전쇄도하며 아웃프런트킥으로 슈팅을 시도했지만 밀집수비와 다소 약한 슈팅력, 그리고 골기퍼의 선방덕에 골문을 열지 못했고, 2분 뒤 박주영의 헤딩패스를 받은 안정환의 오른발 슛이 사우디 골문을 향해 날아갔지만 이 역시 사우디 골기퍼 마부르크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샀다.

계속되는 후반 경기는 그야말로 답답함의 극치였다. 번번히 끊기는 패스와 공격루트의 단순성은 사우디 밀집수비에 정확히 막혔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초반부터 계속되는 패스미스로 공격의 흐름이 끊겼다. 문제는 그 흐름을 사우디에서 역습으로 받아친 것. 몇차례 위협적인 슈팅과 역습을 허용한 한국 수비는 여전히 흔들리는 모습이었고, 사우디는 한국의 최전방에서 개인기와 여유로운 플레이 등을 보이며 오히려 경기를 다시 장악해갔다.

본프레레는 이날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차두리를 대신해 후반 8분경 '본프레레의 새로운 황태자' 정경호를 투입했고, 후반 30분경엔 시미즈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재진까지 투입하는 등의 강수를 띄웠지만 사우디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경기가 진행될 수록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히딩크호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후반부 체력저하의 플레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곧잘 위협적인 사우디의 슈팅을 불러들었고, 경기를 지켜보는 수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경기시작 70분경 미드필더 김동진 선수의 퇴장으로 한국은 1명이 부족한 핸디캡마저 얻어 사실상 게임을 어렵게 끌고 나갔다. 

반면 '축구천재' 박주영은 부상의 완쾌를 나눌 겨룰없이 풀타임으로 뛰었던 이날 경기에서 몇번의 좋은 찬스를 합작해내며 선수들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나이 답지 않은 정교한 패스와 드리블, 거기에 경기를 읽는 안목까지 두루갖춰,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역시 '축구천재'의 가능성을 알려줬다. 백지훈도 선발출장하여 몇번의 찔러주는 패스로 안정환과 전방의 공격수에게 연결했지만 아쉽게도 골로 이어지지못했고, 김두현 또한 트레이드 마크인 중거리 슈팅이 터지지 못했다. 

이 경기를 통해 사우디는 다시한번 국제무대에 아시아 축구의 최고급 수준임을 각인시켰고, 한국의 천적으로서 역할을 이어갔다. 특히 종료 몇분여 남기고도 끝까지 좋은 찬스를 만들어내며 한국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한편 지난 남북축구대회에서 보여준 정장차림으로 경기장에 나온 본프레레 감독은 정장차림이 무안할 정도의 뼈아픈 패배를 당해 앞으로의 경질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사우디를 격파할 전술이 마련되어 있다', '테스트는 계속된다' 등등의 많은 말들이 무성해진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앞으로 본프레레 감독의 거취와 한국 대표팀의 항로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이란을 2:1로 꺾으며 월드컵을 위한 마지막 예선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따냈고, 오늘 경기의 패배로, 한국은 이번 최종예선 3승1무2패(승점10)의 성적으로 결국 사우디(승점14)에 이어 조 2위로 월드컵에 진출하는 성적을 거뒀다.

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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