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백미는 한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순식간에 바꿔놓는 '홈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홈런을 펑펑 처내던 거포들은 팬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다. 하지만 언제부터 딱히 '거포' 라는 느낌을 들게하는 선수를 찾기 힘들어졌다. 게다가 홈런부분에서 절대강자였던 '라이언킹' 이승엽이 일본으로 이적하면서 상대적으로 홈런왕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살아있는 신화 340개로 홈런부분 1위 한화 장종훈 코치>
거포 대신 멀티히터
'거포=4번 타자' 라는 공식은 프로야구 출범 이후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하지만 최근 타자들이 웨이트트레이닝과 같은 근력운동으로 인해 힘이 붙는 타자들이 늘어나면서 굳이 4번 타자 말고도 1번. 혹은 9번 타자가 홈런을 펑펑 처대는 경우를 자주 보곤 했다. 그만큼 홈런이 특정선수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프로야구에서는 한 경기에 홈런 하나를 치기위해 삼진을 밥먹듯이 먹는 타자의 입지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대신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멀티히터'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
허무하게 끝날 가능성이 높은 올 시즌 '홈런왕 레이스'
이러한 추세는 올 시즌 홈런 레이스 성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홈런레이스 1위가 27개로 현대 레리 서튼이 달리고 있고 뒤를 이어 한화 이범호가 23개(2위)로 바짝 뒤쫓고 있고, 송지만-이도형-펠로우가 각각 20개의 홈런으로 공동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당초 강력한 홈런왕후보로 꼽히던 심정수는 19개로 이호준-데이비스와 함께 공동 6위권.
한 마디로 홈런을 칠 능력을 갖출 타자들은 늘어났지만, 과거 4~50개를 펑펑 처대던 거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 시즌 '포수 홈런왕'에 오른 박경완(SK)의 수치(34개)도 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96년 이후 홈런왕들이 최소 30개의 홈런은 쳐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1995년 OB 김상호 이후 20개대의 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르는 '비극'이 재연될지도 모를 일이다
<올시즌 홈런 1위가 유력한 현대 레리서튼>
당분간 '진정한 거포'는 나오지 않는다?!
현재 홈런 통산갯수 1위는 얼마전 은퇴를 선언한 한화 장종훈 코치의 340개홈런이다. 2위는 1995~2003년까지 324개를 기록한 '라이온킹' 이승엽의 324개로 이미 해외에 진출해있어서 다시 국내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역전은 불가능하다. 3등 양준혁선수는 294개를 기록하고 있어 아직까지 장종훈선수의 기록과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양준혁의 경우 올 시즌으로 프로 13년차 1969년생 36살의 노장이다.
<1998~2002년 선의의 홈런왕 경쟁을 펼쳤던 이승엽과 우즈>
이 외에 심정수(284홈런)은 1975년생. 마해영(252홈런) 1970년생임을 감안하면 이들역시 위로 올라가는 것 보단 선수생활에 있어 이미 정점에서 하향기로 접어들기 시작한 선수들이다.
흔히 전문가들은 타자에게 있어 파워와 기술. 즉 힘과 정교함은 27~29살 정도가 최고조란 말이 정설이다.
파워가 27세가 전성기라는 설은 지난 시즌 23년동안 홈런왕을 차지했던 선수들의 평균연령이 27.1세라는 것도 포함이되겠지만, 27세면 대졸선수를 기준으로 3~4년차 시기 그만큼 어느정도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노련미가 붙어 젊음의 파워와 어우러쳐 많은 홈런을 양산할 시기라는 것이다.
물론 지난 시즌 홈런왕을 차지한 박경완처럼 33세의 나이로 홈런왕에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홈런(34개)을 치고 홈런왕에 올랐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상대적으로 이승엽-우즈와 같은 거포가 빠져나가서 경쟁자가 없었고, 포수라는 포지션덕에 상대투수와의 수싸움에 능했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예외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정확도의 경우 나이가 들면들수록 타자들은 파워가 떨어지지만 타격기술에 있어서든 요령이 더 는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28~30세 전후는 되야 타격기술에 있어서도 '절정'에 달한다고 볼수 있다.
이런 이론적 조건을 감안해 보았을 때 '차세대 거포' 1순위로 꼽히는 선수는 한화 김태균이다.
프로 5년차인 김태균은 현재 95개의 홈런을 기록 한 시즌 평균 20개의 홈런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통산 평균 타율은 0.308로 정확도와 파워를 겸비한 최고타자로 평가받는 김태균. 하지만 그에겐 군대라는 변수가 아직 남아있다. 비록 경찰청팀이 창단하면 프로야구선수들이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면서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이나 늘었지만, 과연 젊은 시기에 그러한 급격한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 같다.
<'차세대 거포'로 불리는 한화 김태균>
화끈한 홈런포에 팬들은 열광한다
'투고타저'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올 시즌 프로야구. 그래서인지 올 시즌 홈런 갯수는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수준급 용병타자의 부재-토종 거포의 해외진출과 더불어 투수들의 기량향상으로 이전과 같은 거포가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만큼 타자들의 기술도 늘었고, 과거와 같이 거포 한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1~9번까지의 모든 타자들이 '한 방'을 갖추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야구의 꽃인 홈런이 더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팬들이 열광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역대 프로야구 홈런왕> 1982 김봉연 해 태 22 1983 이만수 삼 성 27 1984 이만수 삼 성 23 1985 김성한 해 태 22 이만수 삼 성 공동수상 1986 김봉연 해 태 21 1987 김성래 삼 성 22 1988 김성한 해 태 30 1989 김성한 해 태 26 1990 장종훈 빙그레 28 1991 장종훈 빙그레 35 1992 장종훈 빙그레 41 1993 김성래 삼 성 28 1994 김기태 쌍방울 25 1995 김상호 O B 25 1996 박재홍 현 대 30 1997 이승엽 삼 성 32 1998 우즈 O B 42 1999 이승엽 삼 성 54 2000 박경완 현 대 40 2001 이승엽 삼 성 39 2002 이승엽 삼성 47 2003 이승엽 삼성 56 2004 박경완 SK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