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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Letter] 또 another Old Trafford가 될 것인가

기사입력 2009.07.16 15:29 / 기사수정 2009.07.16 15:29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7월 24일은 아마도 뜨거운 여름밤이 될 것이다. 다름 아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년 만의 방한으로 갖는 FC서울과 맨유의 경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방한은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축구팬을 흥분시킨다. 게다가 지난 2007년 방한 때 부상으로 뛸 수 없었던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 박지성이 맨유 소속으로 FC서울을 상대로 경기를 치른다니 이 신선한 광경이 정말 짜릿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맨유는 K-리그의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스케줄에 맞춰 경기를 추진했다. K-리그 연맹은 이벤트와 같은 맨유의 방한 경기로 말미암아 리그의 일정을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맨유라는 거대한 클럽에 K-리그 연맹은 두 손을 들고 말았고 7월 26일로 예정된 FC서울과 광주 상무의 경기를 5월30일로 당겨 치르는 일까지 생기는 등 뒤끝이 개운치만은 않다.

FC서울과 연맹의 대응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이고 어찌됐던 우리는 세계 최고의 클럽의 경기를 눈앞에서 관전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즐기는 일만 남았다. 물론 이번 일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언젠가부터 주말 저녁이면 안방에 누워서 혹은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을 하면서 유럽의 빅 리그를 감상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리오 퍼디난드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지구 반대편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는 큰 행운임이 분명하다.

이를 반영하듯 약 6만 5천 석의 티켓은 1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에도 인기 가수의 콘서트 티켓처럼 불과 몇 시간 만에 매진이 되었고 아직 표를 구하지 못해 기자에게 표를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박지성의 맨유 진출 이후, 어느새 국민팀이 되어버린 맨유에 대한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FC서울에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맨유의 선수들은 후보에 리저브 멤버까지 속속들이 아는 것이 축구팬들의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A-매치 경기를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월드컵 예선 이란전에 취재를 갔었는데 대부분의 관중은 이청용이나 기성용의 유니폼 대신 맨유의 호날두, 루니, 긱스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박지성의 유니폼이 가장 많았지만 역시 맨유의 빨간 유니폼도 상당수였다.

이렇듯 웬만한 한국팀보다 인기가 많은 맨유를 향한 과도한 응원은 먼 한국 땅에서도 유럽축구와 뗄 수 없는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과도한 성원이 눈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다. 2년 전 방한 경기 때 관중석에 걸려있던 'Here is another Old Trafford'라는 걸개가 한때 논란이었다. 한국에 있는 수많은 팬을 찾은 맨유의 선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감도 없지 않아 보였다.

물론 맨유를 향한 열성적인 지지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맨유가 어떤 클럽인가. 세계 최고의 리그 중의 하나인 프리미어리그에서 3연패를 이뤘고 유럽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포함해 2년 연속 결승에 오르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클럽이다. 또한, 박지성의 영향으로 한국의 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정말 서울 월드컵 경기장은 another Old Trafford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러나 이 경기는 FC서울이 맨체스터 원정경기를 펼치는 것이 아니다. 엄연히 서울의 홈구장인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홈 팬들 혹은 우리나라 팬들 앞에서 펼쳐지는 경기다. 2년 전 2007년 7월 서울은 맨유에 0-4로 대패하며 세계와의 실력 차를 확인했다. 승패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서울의 선수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경기장의 6만 5천의 팬들은 축제의 기쁨에 한껏 취해있었다.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 맨유 선수들에게 보낸 환호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서울의 선수들은 안중에도 없는 이 모습은 마치 맨유의 홈경기장인 듯해서 뭔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맨유의 방한 목적이 궁극적으로 '돈'을 벌려는 것이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보는 것은 우리에게는 대단한 행운이다. 그러나 도를 넘어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FC서울을 지지해야 한다는 뜻 역시 아니다.

우리는 양 팀의 멋진 플레이에 환호하며 그저 이 축제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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