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7.07 03:22 / 기사수정 2009.07.07 03:22
[엑스포츠뉴스=이종은 기자] '완벽함'. 세상에 완벽한 투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훌륭한' 혹은 '가장 이상적인' 투수를 '완벽하다'고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어느새 완벽하다는 말은 '완벽에 가까운'이라는 말의 대체어가 됐다. 아무래도 좋다. 완벽에 가깝든, 완벽하든 어차피 타자가 치기 힘든 건 마찬가질테니.
그러기에 올 시즌 가장 완벽한(완벽에 가까운) 투수를 꼽으라면 단연 봉중근이다. 7승 8패로 다승 경쟁에는 다소 뒤쳐져 있지만, 지난해에도 그랬듯, 봉중근은 유난히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고독한 에이스'다.
▲ 너의 QS(퀄리티스타트)를 말해봐
'에이스에게 QS는 7이닝 2실점이다' 봉중근의 에이스론이다. 그는 허세를 떠는 유명인이 아니다. 정말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이를 목표로 공을 던진다.
올 시즌 봉중근은 17경기에 나서 118.1이닝을 소화했다. 경기당 7이닝에 두 타자가 모자라다. 우선 이닝 수만큼은 자신의 '에이스론'에 부합되는 투구를 해 왔다.
그렇다면 과연 올 시즌 그는 몇 번의 QS를 성공했을까. 무려 9번이다. 여기서 말하는 QS는 물론 봉중근식의 QS(7이닝 2실점 이하)다. 올 시즌 현재까지 17번의 선발 등판 중 절반이 넘는 등판을 '7이닝 2실점 이하'로 막아냈다.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광현과 송은범이 각각 7번, 5을 해냈다. KIA의 구톰슨과 로페즈가 7번씩을 성공했고, 이현승과 송승준이 5번씩을 해냈다. '봉중근표 QS'는 이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봉중근은 7이닝 2실점 이하의 경기를 무려 9번이나 해냈지만, 7승밖에 챙기지 못했을 뿐이다.
▲ 좌완이 우타자에게 약하다고?
봉중근은 왼손 투수다. WBC때 봉중근에게 혼이 났던 일본 대표팀의 좌타자 스즈키 이치로는 봉중근의 공을 '스니키 패스트볼(Sneaky Fastball-실제 구속보다 더 빨라 보이는 공)'이라 부르며 극찬했다. 독특한 투구폼 덕분에 공이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좌타자인 이치로도 힘들어할 만큼 봉중근은 좌타자에게 강하다. 그러나 봉중근이 여타 왼손투수들처럼 좌타자에게'만' 강하다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좌완들의 타자 유형별 피안타율이다. 좌우타자 피안타율의 차가 크지 않은 투수는 봉중근이 유일하다. 봉중근의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15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0.224)에 비해 오히려 낮다.
왜일까. 봉중근은 우타자 상대로 한 과감한 '몸쪽 승부'를 즐긴다. 구위가 뒷받침된 빠른 공이 우타자 몸쪽으로 제구되면 우타자들도 '움찔'하며 쉽게 방망이를 낼 수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고도의 제구력이 필수다. 아무리 '완벽에 가까운' 투수라도 실수는 있는 법. 36개의 볼넷 중 우타자에게 33개를 허용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 홈런? 출루라도 하면 대성공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피출루율(0.292)과 피장타율(0.301) 부문 모두에서 1위라는 점이다. 출루는 적게 허용하면서 장타를 많이 내주는 투수가 있는 반면, 장타는 적게 내주지만 출루를 많이 허용하는 투수가 있다. 그러나 봉중근은 그렇지가 않다.
9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들 가운데 봉중근보다 적은 피홈런(7개)은 로페즈 뿐이다. 3루타는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2루타도 두 번째로 적게 허용(13개)했다.
볼넷도 3이닝에 하나꼴로 내준다. 이쯤되면 타자들이 그를 상대하면서 가질 수 있는 기대치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사실 투수에게는 '완벽'이란 단어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투수는 완벽하기 위해 던지는 것이 아니라, 완벽에 조금이라도 가깝기 위해 던진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올 시즌 가장 완벽에 가까운 투수는 봉중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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