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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Letter] '채찍' 든 허정무, 완성된 이동국를 주문하다

기사입력 2009.07.06 23:13 / 기사수정 2009.07.06 23:13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이동국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이동국의 부활을 반기면서도 단점을 망설임 없이 지적하며 대표팀에 승선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대표팀의 사령탑으로서 대형 공격수의 부활이 어느 누구보다 반가울 법도 했지만 허정무 감독은 당근 대신 채찍을 휘두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동국의 최근 활약은 정말 반갑다. 그러나 꾸준할 필요가 있다. K-리그에서 해트트릭을 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맥없이 질 때도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선택받지 못한 이유나 부상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하차했던 것,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했던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고 본인이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 월드컵은 장난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활약이 본선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아직은 움직임이 부족하다. 서 있지 말고 더 좋은 움직임으로 골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 계속 (이동국을) 주시하겠다."

남아공 현지답사를 마치고 온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이동국 재발탁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단지 '게으른 천재'가 못 미더워서였을까?

올 시즌 K-리그에서 두 차례의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11골(컵대회 포함 총 14골)을 기록하며 당당히 득점 선두를 달리는 이동국이 현재 국내 공격수 중에서 가장 좋은 몸 상태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다소 의외의 대답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선수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종종 인터뷰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허정무 감독의 특성상 이날 인터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허정무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에 "월드컵 본선은 장난이 아니다. 16강이라는 목표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힘과 정열을 다해도 가능할까 말까다. 팀을 위해서 희생할 수 있는 선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투쟁심을 가진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수차례 강조한 것은 바로 '강한 정신력'이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이동국이 최근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강한 투쟁심과 희생정신이 부족하다는 뜻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골 감각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며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사실 줄곧 지적되어왔던 부분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동국은 몇 년 전부터 전방에서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1차적인 수비가담을 하며 예년보다 성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허정무 감독의 구상에서 이동국이 완전히 배제되었을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대표팀 공격수 중에 가장 신임을 받는 선수는 박주영과 이근호 두 동갑내기 공격수다. 현재의 기량을 유지한다면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표팀 승선이 어렵지 않겠지만 일 년 뒤에는 부상과 같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에 박주영과 이근호도 남아공행을 쉽사리 장담치 못하는 무한경쟁에 돌입해 있다. 아직 이동국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남아있다.

게다가 이동국은 박주영 이근호와는 다른 정통파 공격수라는 점이 충분히 매력적이다. 우리보다 강력한 상대를 만나는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다양한 전술을 위해서는 기존의 선수와는 다른 유형의 공격수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끝내 이동국을 감싸주지 않았다. 오히려 쓴소리만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던 히딩크 감독은 당시 대표팀 공수의 핵심이었던 홍명보와 안정환에게 대표팀에 승선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하다는 혹평을 내렸고 월드컵에 나서려면 개선되어야 한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결국, 홍명보와 안정환은 어렵사리 히딩크의 마음을 빼앗으며 부름을 받았고 4강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홍명보와 안정환의 자존심을 자극해 더욱 강한 선수로 만든 히딩크 감독의 멋진 심리전이었다.

잘나가는 이동국에게 주저 없이 사랑의 매(?)를 날리는 허정무 감독의 솔직한 심정은 아마도 이동국이 지금과 같은 활약과 더불어 강한 정신력과 희생정신으로 무장해 한 단계 진보된 선수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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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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