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7.06 03:42 / 기사수정 2009.07.06 03:42
[엑스포츠뉴스=강승룡] 2002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의 경기가 벌어진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Again 1966"이라는 카드섹션이 등장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침몰시키고 8강에 진출한 북한의 돌풍을 재현하길 바라는 뜻에서 나온 카드섹션이었다. 대한민국은 전반 초반 안정환의 페널티킥 실축과 비에리의 헤딩골 실점에도 불구하고 설기현의 동점골과 안정환의 골든골로 이탈리아를 격파함으로써 북한의 8강 진출 신화를 재현함은 물론이거니와, 월드컵 4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챔피언스리그에서도 "Again 1966"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포르투갈과 북한의 8강전에서 경기 초반에 3-0으로 끌려가던 포르투갈이 에우제비오가 혼자 네 골을 넣는 활약을 보여주며 5-3으로 역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하였는데, 이 경기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전승을 거둔 경기였다. 공교롭게도 1993/94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이 경기와 스코어와 패턴이 완전히 똑같은 역전극이 펼쳐졌다. 바로 조별리그 B조의 베르더 브레멘과 안더레흐트의 경기이다.
당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는 여덟 팀이 두 조로 나뉘어서 진행되었고, 각 조의 2위까지 준결승에 나가는 방식이었다. B조에서는 AC밀란, 포르투, 브레멘, 안더레흐트가 속해 있었는데, AC밀란이 무난히 준결승에 진출하고 포르투와 브레멘이 조 2위 자리를 위해 경쟁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브레멘은 원정에서 포르투에 패하였고, 안더레흐트는 홈에서 AC밀란과 비긴 상태였다. 브레멘은 준결승 진출을 위해서 반드시 홈에서 안더레흐트를 꺾어야만 했다.
그러나 홈팀 브레멘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경기 시작 16분 만에 안더레흐트의 필리페 알베르트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더니, 벨기에의 미드필더인 대니 보팽에게 연속으로 두 골을 허용하며 3-0으로 끌려갔다. AC밀란과의 2연전이 이어지는 브레멘으로서는 이대로 경기가 끝날 경우 준결승 진출의 희망이 거의 사라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3-0의 스코어는 후반 중반까지 이어졌다. 안더레흐트 선수들은 승리를 확신했고, 이 여세를 몰아서 준결승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뉴질랜드의 축구영웅 빈톤 루퍼가 만회골을 터뜨릴 때만 해도 브레멘이 이 경기를 역전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브레멘의 극적인 역전드라마는 여기서부터였다. 72분 노르웨이의 수비수인 루네 브라체트의 추격골에 이어 80분에는 베른트 홉슈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불과 14분 만에 승부는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승리를 자신하던 안더레흐트 선수들은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승부를 순식간에 원점으로 되돌린 브레멘은 이 기세를 몰아 83분 마르코 보데가 역전골을 터뜨리며 패색이 짙던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한다. 브레멘의 오토 레하겔 감독은 기적 같은 역전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전의 충격을 당한 안더레흐트는 설상가상으로 골키퍼의 어처구니없는 패스미스까지 남발했고, 경기 종료 직전 빈톤 루퍼는 이러한 상대의 실수를 잘 활용하여 쐐기골까지 기록하였다. 23분 만에 다섯 골을 터뜨린 브레멘은 5-3으로 역전승을 거두며 안더레흐트에 의해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경기 결과는 1966년 포르투갈이 북한의 돌풍을 저지하고 준결승에 진출한 상황과 스코어가 일치했으며 승부를 뒤집는 과정도 너무나도 빼닮아있었다.
브레멘 또한 안더레흐트보다 당시 전력이 앞서다는 평가를 받았고, 홈 경기인만큼 브레멘의 승리 가능성이 컸지만 오히려 안더레흐트에 세 골을 뺏기며 끌려갔고,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섯 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브레멘의 이러한 기적 같은 역전승은 브레멘 역사에서는 "베저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챔피언스리그의 역사에도 최고의 명승부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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