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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Letter] '몸값 거품' 이대로 괜찮나

기사입력 2009.06.26 17:05 / 기사수정 2009.06.26 17:05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지금 이 시각 남아공에서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일 년 앞두고 각 대륙의 챔피언들이 맞붙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이 결승전만 남겨두고 있고,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개최되는 2009 피스컵이 약 한 달 정도 남겨두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한국 대표팀은 7회 연속 본선진출을 확정하며 원정 16강이라는 목표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고 FC서울과 포항은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부분의 유럽 리그가 2008/09시즌을 끝냈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서는 축구로 해가 뜨고 해가 지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해가 지고 있지 않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시시각각 축제 혹은 전쟁과 같은 경기가 펼쳐지고 있음에도 전 세계 축구팬들의 최고의 화두는 역시 유럽 축구 이적시장일 것이다.

非시즌 중 선수들의 이동은 예나 지금이나 지극도 자연스러운 것인데 '웬 호들갑이냐'라고 되려 물을 수 있겠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세리에A와 EPL을 대표하는 선수인 카카와 호날두를 천문학적인 자금을 주고 영입하면서 축구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덩달아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하며 많은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메시와 함께 세계 축구계를 삼등분하고 있다고 평가되던 카카와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자 AC밀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들을 대체하고자 또 다른 특급 선수의 영입에 혈안이 되어 있고 다른 자이언트 클럽들 역시 이에 못지않게 자신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줄 선수들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적 시장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선수들의 면면도 호날두와 카카 못지않게 화려하다. 이브라히모비치, 마이콘, 피를로, 비야, 실바, 테베즈, 에투, 아게로, 리베리, 벤제마 등등 이런 전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대스타들이 동시에 이적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유럽 축구가 시끌시끌한 것은 비단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가 카카와 호날두를 영입하는데, 지급한 천문학적인 '돈'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많은 팀이 무분별한 선수영입과 지나친 영입경쟁으로 선수의 몸값 거품이 잔뜩 끼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최고의 이적료가 갱신되었고 그럼에도 특급선수 모시기에 혈안이 되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피구에 이어 2001년 지단을 영입하는데 세계최고의 이적료를 투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다른 클럽들 역시 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무모한 투자에도 신통치 못한 성적을 낸 팀들은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되었고 그 결과 리즈 유나이티드, 라치오 등 몇몇 명문팀들이 재정적인 위기를 맞아 몰락의 길을 걸었다.

세계 축구계는 위기를 감지하고 거품을 걷어내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어떤 뛰어난 선수라도 지단의 이적료를 넘을 수 없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금기가 생겼다. 물론 이적료가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누구도 당대 최고의 선수였던 지단의 가격을 상회할 수는 없었다. 지단의 이적 이후, 한 때 절정으로 치솟았던 선수들의 몸값이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차츰 거품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라이벌 바르셀로나에 자극을 받아 '제2의 갈라티코 정책'을 재건하겠다고 내세운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은(피구와 지단에게 최고의 이적료를 기꺼이 지급한) 8년 만에 자신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우며 카카와 호날두에게 무려 2700억을 썼다.

중요한 점은 두 선수의 이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유럽 이적시장은 지난 몇 년간 걷어냈던 몸값 거품이 다시금 심각한 거품으로 쌓이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선수들의 몸값으로 말미암아 너도나도 높은 가격표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그 예로 앞서 언급했던 선수들의 가격이 최소 5,000만 파운드 정도로 매겨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다비드 비야에게 3,500만 파운드를 제의했지만 발렌시아는 꿈쩍도 하지 않아 결국 포기를 하게되었고 맨유가 리베리나 아게로에게 제시할 금액은 6,000만 파운드 수준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선수들은 현재 세계축구를 주름잡는 위대한 선수들임은 분명하지만 '과연 저런 몸값이 적정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의 거품현상은 없었기 때문이다.

EPL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성장한 토레스가 2007년 리버풀로 향했을 때의 이적료는 단돈(?) 2,000만 파운드에 불과했다. 토레스의 뒤를 이어 아틀레티코의 간판으로 떠오른 아게로가 현재 4,500만에서 6,000만 파운드의 몸값이 책정된 것과 비교했을 때 현재 축구계가 얼마나 심각한 거품에 쌓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상황은 2000년대 초반 그때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좋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가격 경쟁이 붙었고 자연스레 몸값은 폭등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현상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2000년대 초반과 같이 축구계에 또 한 번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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