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09 02:59 / 기사수정 2009.06.09 02:59
[엑스포츠뉴스=이종은 기자] 초고교급 투수로서 세간의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고 등장한 김광현(21, SK)은 2007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의 깜짝 활약한 김광현은 순식간에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지난해 “김광현을 주목하라”는 김성근 감독의 말대로 그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다승왕, 탈삼진왕을 차지했고, 마침내 정규리그 MVP와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지난해 여름엔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투수로 선발돼, ‘일본 킬러’로 맹활약하며 금메달 신화의 당당한 주역으로 우뚝 섰다. 그의 야구 인생에 거칠 것은 없었다.
그리고 2009년 WBC(World Baseball Classic)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국민은 그에게 영원한 ‘숙적’ 일본을 침몰시켜줄 것을 바랬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자신감 있게 도쿄돔 마운드에 서서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의 미소는 얼마 가지 않았다.
이후 대회 기간 내내 봉중근, 윤석민 등에게 에이스 자리를 내주며 ‘명예로운’ 준우승의 조연에 그쳐야 했다. 거칠 것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던 그의 야구 인생에 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다.
게다가 김광현은 올 시즌 전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는 수난까지 당한다. 김성근 감독은 “에이스 자격 없다”며 에이스를 다그쳤다. 그러나 김광현은 어쩔 수 없는 에이스였고, 다시금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돌아왔다. 지난 4월 7일 첫 등판의 승리를 시작으로 올 시즌 현재까지 무패행진이다. 승리도 차근차근 쌓아올려 어느덧 8승으로 리그 공동 1위에 올라있다. 더군다나 최고의 한해를 보냈던 지난해보다 더 성장한 모습이다.
◆ ‘이닝이터’로의 변신
김광현은 지난해 16승 4패로 다승왕에 올랐지만 ‘아직은 루키’라는 이미지가 존재했다. 그 까닭은 다른 팀 에이스들에 비해 경기당 이닝 소화력이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손민한이 경기당 6.88이닝을 던졌던 반면 김광현은 겨우 6이닝을 채웠다. 한 타자만 덜 상대했어도 6이닝을 채 채우지 못할 뻔했다. 경기당 투구 수도 다섯 명 가운데 가장 적은 94개에 불과했다. 탈삼진왕을 차지할 만큼 구위는 뛰어났지만 최고의 선발투수로 불리기엔 다소 아쉬운 면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김광현은 올 시즌 리그 선발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며 한층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당 투구 수 역시 류현진보다 1개 부족한 110.8개를 기록 중이다. 경기당 이닝 수는 지난해 6이닝보다 무려 1이닝 가깝게 늘어났고, 투구 수는 17개 가까이 더 던지고 있다.
에이스이기엔 아직 여린 소년의 티가 물씬 나던 지난해에 비해 진정한 터프가이(?)로 변신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 관록까지 겸비,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지난해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동시에 백 퍼센트의 힘을 쏟아 부어 타자를 윽박지르던 김광현. 덕분에 지난해 그의 9이닝당 삼진 개수는 8.33개에 달했다. 역시나 전체 선발 투수 중 1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올 시즌 그의 9이닝당 삼진 개수는 7.67개. 선발 투수 중 전병두(10.65)-고효준(10.41)-조정훈(9.10) 등을 거쳐 7번째 자리에 올라있다. 그러나 이닝을 많이 가져감과 동시에 성숙한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김광현은 12번의 선발 등판 중 무려 10번이나 QS(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10번의 QS 중 7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한 경기도 6번이나 된다. 이 역시 리그 공동 1위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김광현은 팀이 56경기를 치르는 동안 12번 등판했으므로 77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최소 16번 더 등판한다고 가정하면, 올 시즌 무려 23번의 QS를 기록하게 된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QS 뿐만 아니라, 위기관리 능력까지 한층 성장한 모습이다. 지난해 14개의 병살타를 유도했던 김광현은 올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11개의 병살타를 유도했다. 심수창(13)에 이어 리그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개수다.
전체 시즌 동안 14개를 기록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월등히 성장한 위기관리 능력이다. 타고난 구위에다 관록까지 더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광현은 에이스이다. 대게 선배들에게 자리를 뺏기는 고교 2학년 시절부터 팀의 독보적인 에이스로 활약해왔고, 그의 왼쪽 어깨엔 항상 국가대표 마크가 따라다녔다. 한때 위기도 찾아왔지만, 에이스답게 넘겼고 위기를 넘어설 때마다 성장해왔다.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리그 최고의 투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김광현. 올 시즌의 마지막에 ‘꿈의 20승’을 이루고 미소 짓는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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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광현 (C) 엑스포츠뉴스 DB 남궁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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