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04 04:01 / 기사수정 2009.06.04 04:01
[엑스포츠뉴스=태릉, 조영준 기자]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신수지(19, 세종대)의 위상은 한껏 높아졌다. 신수지는 깊은 수면 속에서 잠자고 있던 한국리듬체조를 깨운 일등공신이다. 또한, 아시아권 선수 가운데 세계무대에서 메달권이 가장 유력한 유망주이기도하다.
지난달 초, 프랑스 콜베이에서 벌어진 2009 FIG(국제체조연맹) 월드컵시리즈에 참가한 신수지는 종합 13위를 차지했다. 특히, 후프 종목에서는 결선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비록, 후프 결선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쟁쟁한 세계무대에서 한 단계 진일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달 12일에 입국한 신수지는 태릉에 입촌해 훈련에 전념해왔다. 국내훈련을 마치고 크로아티아 전훈을 위해 3일 출국한 신수지는 출국 전,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태릉선수촌, 한편으론 호기심이 가득 찬 곳이기도 하다
태릉선수촌은 한국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인 훈련지이다. 도심지와 떨어져 있는 이곳은 오직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지니고 있다. 신수지도 이곳에 입촌하기 위해 힘든 과정을 거쳐 왔다.
"이곳에 들어오는 것이 목표였던 시절도 있었다. 훈련이 힘들 때도 있지만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하루의 고된 훈련이 끝나면 동료선수들과 수다를 떨면서 그날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다른 종목 선수들과도 친해졌는데 이곳에서 좋은 오빠와 언니, 동생들도 많이 생겼다"
태릉선수촌에는 실제 '커플'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신수지는 "다른 종목 선수들은 스케줄이 틀려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인사를 나누는 분들은 많다"라고 밝혔다.
태릉은 숲으로 우거져있어 벌레들이 많은 곳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주위에는 온갖 종류의 벌레들이 자주 나타났다. 나무 테이블 위로 기어가는 벌레와 주위에 몰려드는 모기들을 신수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댔다.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밝힌 신수지는 "맨손으로 벌레를 잘 잡는 편이다. 그리고 애완용 뱀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적이 많다. 특별히 무서운 것은 없지만 혼자서 공포영화는 보지 못한다. (웃음) 태릉에서도 밤에 훈련을 마친 뒤, 체육관의 모든 불을 끄고 나올 때가 가장 무섭다. 이곳 태릉에도 어떤 괴담이 있을 것 같다"라고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칭찬에 기대고 싶지 않다. 아직도 배울 것은 산더미처럼 쌓였다
신수지의 지도자인 김지희 코치는 신수지의 재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리듬체조 관계자들도 리듬체조 선수로서 타고난 신수지의 재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리듬체조에서 종합 13위는 언제든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순위이다. 피겨 스케이팅보다 선수들의 점수 차는 매우 적고 미세한 편이다.
기술적으로 볼 때, 신수지는 이미 국제무대에서도 정상권의 수준에 근접해 있다. 백 일루션을 8회에서 9회 이상 도는 선수는 오직 신수지 밖에 없다. 신수지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는 풍부한 경험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최연소 출전자였던 신수지는 아직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나이가 어린 편이다.
또한, 기술의 완성도를 지금보다 높이고 보는 이들에게 감흥을 줄 수 있는 표현력을 익히는 것이 신수지의 과제이다.
현재 신수지의 가장 큰 고민, 체중 조절
근래 가장 큰 고민에 대해 신수지는 '체중 조절'이라고 대답했다. 이 문제에 대해 신수지는 "체중조절은 리듬체조 선수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고민거리다. 원래는 살이 잘 찌는 편이 아니었는데 올림픽 이후로 체중이 많이 불었다. 그 이후로 항상 살을 빼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체지방이 없을수록 최상의 컨디션이 나온다. 좋은 연기를 위한 몸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수지는 다른 리듬체조 선수에 비해 탄력이 약한 편이다. 그래서 최대한 몸이 가벼워야 부상도 피할 수 있고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다고 신수지는 답변했다.
또한, 체력을 강화하는 것도 신수지의 목표이다. 리듬체조 외에 신수지가 가장 즐기는 운동은 '수영'이다. 수영도 체력 강화를 위해 좋은 운동이라고 신수지는 밝혔다. 물속에서도 리듬체조에 대한 본능 때문에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동작이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신수지는 "물속에 머리를 넣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수영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법은 배영이다"라고 환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신수지의 저녁 식사는 작은 키위 하나
가장 풍성하게 먹는 점심식사 식단은 적은 양의 과일과 야채, 그리고 생선 등이다. 많은 양의 탄수화물 섭취는 피해야 할 점이기 때문에 밥은 거의 먹지 않는다. 몇 가지 음식과 영양제가 신수지의 식단 목록이다.
'먹고 싶은 것에 대한 고충'은 이제 신수지에게 낯설지 않다. 큰 대회가 끝난 뒤, 꿈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떡볶이'를 만날 수 있지만 리듬체조를 위해 신수지는 '먹는 낙'을 포기해야만 했다.
신수지는 '풍성한 저녁 식사' 대신 '키위 하나'를 선택했다. 이 모든 것은 전부 리듬체조를 위한 열정 때문이었다.
어느덧 친한 동료가 된 '올림픽 챔프' 카나예바
신수지는 처음 러시아 전지훈련을 갔을 때, 그곳의 관계자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다. "가능성이 있으니 우리와 함께 전지훈련을 하지 않겠느냐?"라는 제의를 받은 신수지는 세계 최강인 러시아 대표팀과 함께 전지훈련을 떠나는 행운을 얻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러시아 대표 선수들 중, 가장 특별한 선수가 신수지에게 우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리듬체조 선수이자 '난도의 여왕'이라 불리는 예브게니아 카나예바(19, 러시아)는 어느덧 신수지의 가장 친한 동료가 됐다.
카나예바와 가깝게 된 과정에 대해 신수지는 이렇게 답변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개인적인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같은 국적 선수끼리도 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남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정'이 두터웠다. 이러한 점에 이끌린 카나예바가 마음을 열었고 점점 가까워지게 됐다"
세계 최고 기술이 있는 카나예바는 올림픽 이후, 표현력도 점점 물이 오르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를 곁에 둔 신수지는 카나예바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힘겨웠던 첫 러시아 전지훈련 시절, 고된 시절이 신수지를 강하게 만들었다
신수지가 처음으로 크로아티아에 전지훈련을 갔던 때는 2년 전이었다. 그 때는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국적의 선수들의 '텃새'가 심했다. 팀 훈련 선수 중, 유일한 동양선수였던 신수지는 다른 선수들의 '따돌림 대상'이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시절에 대해 신수지는 "그때는 매일 대성통곡했다. 내가 가지고 간 짐을 못 풀었는데 다른 선수들의 텃새로 방을 이곳저곳으로 옮겨야 했다. 서운한 마음은 너무나 컸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비싼 돈을 지불하고 온 전지훈련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하루하루를 눈물로 지새웠지만 이러한 시련은 신수지를 강하게 만들었다. 어려울수록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오기는 신수지를 자극했고 훈련에만 매진했다. 이 힘든 과정을 극복한 신수지는 곧바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쥐는 성과를 달성했다.
올림픽에 출전한 이후, 신수지를 만만하게 보는 시선은 사라져갔다. 또한, 신수지의 등장은 국내 리듬체조 선수들에게 하나의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후배 리듬체조 선수의 귀감이 될 '롤 모델'이 없었다. 그러나 신수지가 등장한 이후, 리듬체조 유망주들은 하나같이 '수지 언니처럼 되고 싶다'라고 말하면서 '제2의 신수지'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신수지는 아직까지 '성공한' 리듬체조 선수는 아니다. 리듬체조의 가능성을 재확인시켰고 국제대회 메달에 도전하는 불씨를 살린 것이 신수지가 지금까지 이룬 업적이다. 신수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월드컵대회와 유니버시아드, 그리고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안나 베소노바(26, 우크라이나)처럼 영혼이 담긴 연기를 펼치는 선수로 팬들의 기억에 남는 것이다.
한 단계 도약을 위해 크로아티아로 전지훈련을 떠난 신수지는 이렇게 말을 끝맺었다. "난도를 교정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더욱 연마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발전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더욱 나아진 오늘의 나를 발견했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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