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인공지능의 성공적인 만남 이후를 조망하는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그 이후' 기자간담회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개최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발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당시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에 참여했던 포자랩스·스캐터랩·코클리어닷AI·버즈뮤직코리아 등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다시 모여, 지난 프로젝트에 대한 성과와 그 후일담을 전했다.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
-프로젝트 소개 이후, 참여 스타트업의 현재는?
이번 프로젝트는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을 알리고, 이들을 키워내는 데 역할을 했다.
스캐터랩(SCATTER LAB) 김종윤 대표는 "기술을 앞세운 스타트업은 외부적인 홍보나 사업 진행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프로젝트는 음악과 인공지능이라는 대중적인 장르에서 기술을 시도했다는 것에서 의미가 컸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의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대화형 인공지능을 연구해 온 스캐터랩은 '연예인과 팬의 대화'라는 활용 분야를 설정하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 결과 IT·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기업에 홍보 기회를 얻었고, 결국 NC소프트·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을 통해 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최신 기술의 시각화는 세계적인 파급력을 지니고 있음도 보여줬다. 코클리어닷AI는 지난해 11월 홍릉 콘텐츠 시연장에서 주변 소리를 인식한 뒤 상황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는 AI 프로젝트 '애트모(Atmo)’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바 있다. AI 기술의 가능성을 시각화해 알기 쉽게 풀어낸 것이다. 이러한 시도와 그 영향은 해외로도 이어졌다. 이 회사는 올해 3월 미국 텍사스 주에서 열린 북미 음악축제 '사우스바이스사우스웨스트'에서도 인공지능과 아티스트의 협업을 통해 생성한 공간 맞춤형 앰비언트 뮤직을 소개했고, 당시 행사에 참여한 유니버셜뮤직, 어도비, 파나소닉 등 전세계 음악·IT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를 계기로 이 회사는 NVIDIA GTC 2018·VIVA Technology 등 다수의 해외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포자랩스 허원길 대표
대학생 연구팀을 스타트업으로 발전시키는 성과도 있었다. 포자랩스는 프로젝트 시작 당시에는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팀에 불과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AI를 통한 작사·작곡 기술을 선보이면서 언론의 큰 관심을 받으면서 올해 1월 스타트업 '포자랩스'를 설립, 5월에는 네이버 D2SF(D2 Startup Factory)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포자랩스 허원길 대표는 "대학생 팀이라 투자에 대해 잘 몰랐다. 많은 분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업 진행을 할 수 있었다"며 "아이템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국내에서 큰 투자를 받기 쉽지 않다. 매출이 아닌 기술로서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떠한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프로젝트 진행의 의미를 되짚었다.
▲버즈뮤직코리아 이정석 대표
-IT 두뇌의 영감을 자극한, 해외 음악 행사 참여
포자랩스, 버즈뮤직코리아, 코클리어닷AI 등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상위 3개 스타트업은 올해 3월 미국 텍사스 주에서 열린 북미 음악축제 '사우스바이스사우스웨스트(SXSW)'에 참여해 작품을 선보였다.
버즈뮤직코리아는 '사우스바이스사우스웨스트' 행사 참여로 서비스의 진행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사용자들이 음악과 비주얼로 자신 표현하는 그루보(groovo)라는 앱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미지, 또는 영상을 고르면 AI가 해당 상황에 맞는 음악을 찾아서 짧은 영상 클립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버즈뮤직코리아 이정석 대표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에게 이 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아티스트들은 SNS에 자신의 음악이 어떻게 퍼트려지는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영감을 얻어, 연관 아티스트 추천 기능·리쉐어 기능 등을 도입 중에 있다"고 밝혔다.
코클리어닷AI 한윤창 대표는 "현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에 관한 각종 콘퍼런스를 많이 들었다. 기술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어떤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지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던 것도 큰 수확이었다"고 말했다.
▲코클리어닷AI 한윤창 대표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느낀 '예술과 기술의 경계'
8개월간 프로젝트를 진행한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느낀 예술과 기술의 경계에 대한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포자랩스 허원길 대표는 "예술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수학적인 부분도 많았다. 처음에는 아티스트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는데, 인공지능적인 작곡도 아티스트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장재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말을 인용해 "도구와 벽돌을 제공해주면 예술가들이 집을 짓는데 쓸 수 있다. 우리가 기술 연구에 집중하면, 음악 창작 범위를 넓혀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는 아직까지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애초에 '인공지능이 대중문화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의미로 출발하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이들이 계속해서 전문성을 높이고, 앞으로도 국내외에서 발표를 가질 예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 기사제공=스마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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