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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사, '제로톱'으로 맨유를 누르다

기사입력 2009.05.28 10:19 / 기사수정 2009.05.28 10:19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바르셀로나의 우승은 제로톱이라는 준비된 전술의 승리였다.

2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08-0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간의 경기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생각이 100% 적중하며 바르셀로나의 2-0 완승으로 끝났다.

제대로 빛난 제로톱

기존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주던 바르셀로나의 전술과 이날 보여준 전술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리오넬 메시를 활용한 제로톱이었다.

바르셀로나가 사용하는 제로톱이란 항상 최전방을 맡고 있는 사무엘 에투를 오른쪽 측면으로 돌리는 대신 메시를 최전방으로 세우는 것으로 이미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라시코 더비를 통해 강력한 카드라는 것을 입증한 전술이다.

지난 시즌 보여줬던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단점이라 하면 에투가 상대 수비진의 강력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중원에서 볼만 돌리다 점유율만 높여나가는 실속 없는 축구를 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전술적 단점을 없애기 위해 프리시즌부터 조금씩 선을 보였던 메시 중심의 제로톱은 가장 중요하고 큰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화려한 빛을 내며 바르셀로나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메시가 상대적으로 에투보다 볼 키핑 능력이 좋고 주변 선수들을 활용할 줄 안다는 점에서부터 시작되는 제로톱은 메시가 중앙에서 마음껏 플레이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2선으로 내려와서 볼을 받아도 되고, 직접 중앙 수비수들을 개인기로 벗겨내도 되는 이 전술은 사실상 메시에게 프리롤과 같은 역할을 부여한다.

따라서 상대 수비수들이 메시에게 신경 쓰는 사이 생긴 상대 수비 뒷공간을 앙리와 에투가 얼마나 잘 찾아 들어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나뉘는 전술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자주 나왔듯이 메시가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가 둘 혹은 셋까지 압박을 해주기에 에투보다 키핑이 좋은 메시가 뺏기지 않고 좌우 측면으로 볼 배급을 쉽게 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굳이 메시가 공을 잡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절로 좌우 쪽 티에리 앙리와 에투에게 수비가 느슨해짐을 찾을 수 있다. 전반 10분, 에투의 첫 골 장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니에스타가 중원에서 돌파하자 맨유의 수비진들은 에투보다 뒤에 있음에도 자연스레 중앙에 있는 메시를 먼저 신경 썼다.

하지만, 이니에스타의 패스는 에투에게 연결됐고, 에투의 슈팅은 원샷 원킬의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주며 천금 같은 선제골로 이어졌다.

첼시와의 4강전과 비교해본다면 제로톱으로 인해 오른쪽으로 이동한 에투는 중앙에 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압박이 적어 움직임이 자유로워졌고, 특유의 공간 침투와 민첩성을 바탕으로 비디치를 벗겨내고 득점에 성공하며 제로톱 전술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또한, 제로톱 전술은 메시가 중앙에서 2선으로 내려와 볼 배급을 담당할 수도 있어 사비에게 집중될 수 있는 압박까지 덜어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압박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사비는 후반 25분 메시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제로톱 전술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기존과 비교해 단 한 선수의 포지션 이동에 불과하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공간과 달라진 전술적 움직임으로 인해 바르셀로나는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3년 만에 유럽 최강으로 등극하며 역사상 첫 트레블을 달성했다. 꿈의 무대라 불리는 큰 경기에서 자신있게 내놓은 바르셀로나의 제로톱, 이게 바로 경기 전 과르디올라 감독이 내비친 자신감이 아닐까.

[사진 (C) elmundodeportivo.es]

▶ 왜 이겼겠어? 뛰어난 전술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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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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