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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야구장 안전대책', 이대로는 안된다

기사입력 2009.05.25 06:19 / 기사수정 2009.05.25 06:19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관중들은 수 많은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또 한 명의 관중이 다치는 불상사가 여지 없이 발생했었다. 5월 17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졌던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더블헤더 경기 2차전이었다. 7회 초 타석엔 무서운 타격감으로 리그 최고의 타자로 떠오른 로페르토 페타지니가 나타났고 마운드엔 선발 장원삼을 구원하여 등판한 이보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찔한 순간이 이때 나타났다. 페타지니가 이보근의 바깥쪽으로 들어온 직구를 결대로 밀어쳤다. 그 공은 3루 내야석 쪽으로 날아갔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완만한 공이 아니었다. 총알 같이 빠르게 날아간 직선타구였다. 그 공에 놀란 관중은 자리를  피했고 결국 피하지 못했던 한 중년 여성의 이마에 그대로 부딪히게 되었다.

한동안 자리에 고꾸라져 있던 그 중년 여성은 히어로즈 측의 경호원 2명의 부축으로 응급 진료를 받기 위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야구장의 조망권과 관련하여 항상 문제시되어왔던 것이 바로 파울 타구에 의한 관중의 안전문제이다. 항상 이렇게 관중이 다쳐야만 대두하는 사안이다.

메이저리그를 자주 보는 야구팬들은 알겠지만 메이저리그 구장의 내야 쪽엔 그물이 없다. 생동감 있는 플레이를 중요시하는 미국인 들의 기호에 맞춘 틀이다. 하지만, 경기를 관람하는 그들의 손엔 항상 글러브가 쥐어져 있다. 우리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신체적인 체격조건으로 말미암아 우리보다 더 빠른 타구를 양산해 내는 그들이지만 내야 그물이 없음에도 우리처럼 관중이 다치는 경우는 거의 보기 드물다.

하지만, 우리의 야구문화는 미국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바로 내야 응원단이다. 미국에는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가 없다. 있는 팀도 있긴 하지만 경기 중 그렇게 주목받을 만큼의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어떤가? 매회 끝날 때마다 치어리더들이 공연을 펼치고 공격시에는 응원단장이 단상 석에서 응원을 유도하며 관중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것에서 문제점이 극명히 드러난다. 야구를 원해 좋아했던 사람이나 마니아층들은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야구에 온갖 집중하기 마련이지만, 야구를 처음 접한 사람이나 야구장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야구가 아닌 응원단상 쪽에 신경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러하여 타자들이 쳐내는 빠른 타구에 즉각 반응하지 못한 채 위험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17일의 히어로즈와 LG의 경기뿐만 아니라 많은 경기에서 그러한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시선의 분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때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응원단상 석을 외야로 옮긴 적이 있었다. 두산에 비해 LG는 두산이 다시 내야석으로 응원단상을 이동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내야석과 외야석의 가격차별화 및 관중의 시선 분산으로 인한 안전문제, 응원단의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홀로 외야석에서 응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야석에서 응원하는 것에 비해 관중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기 힘들다는 이유로 다시 내야석으로 옮기게 되었다. 생동감 있고 박진감 넘치는 야구 경기의 관람을 위해 1, 3루의 내야 파울 그물망을 낮추었지만 그로 인해 무수히 날아오는 파울타구들을 방지할 만한 대책은 강구하지 않았다.

물론, 잠실구장에서는 관중에게 글러브를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하고 곳곳에 안전요원들을 배치하여 파울타구가 날아올 때 호루라기를 불어 주의를 환기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펼치고는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이 글러브 대여 정책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곳에 배치된 안전요원들의 호루라기 소리는 이미 파울타구가 관중석으로 들어간 이후에 불어지는 등 많은 문제점과 우려가 보이고 있다.

부산 사직구장에는 올 시즌부터 '익사이팅 존'이라는 관중석이 생겼다. 말 그대로 경기를 익사이팅하게 선수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생동감 있게 경기를 보여주기 위한 좌석이다. 역시 이 '익사이팅 존'에는 안전 그물망이 없다. 앞에 낮은 망이 있기는 하지만 관중의 안전을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그러나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사소한 것들까지도 다 들을 수 있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하나하나 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좌석이다.

하지만, '익사이팅 존'에 앉는 관중 중 태반이 글러브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안전 그물망이 전혀 없기에 잘 맞은 파울 직선타구의 위험에 언제든 노출되어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나 그러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딜레마다. 관중에게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야구를 보여줘야 할 의무도 있고 관중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도 수반된다. 특정 구단이 아니라 8개 구단 모두 골몰하고 몰두해야 할 문제이다.

관중을 더 모으기 위한 독특하고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바로 관중의 안전을 최우선시하여 그들로 하여금 신체적 위협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이 있다. 야구장에서의 손님은 바로 관중이다. 다시는 17일의 목동구장에서의 그러한 장면이 연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이라도 관중의 안전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과 방안을 마련하여 관중이 파울타구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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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 부산 사직구장 익사이팅 존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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