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생명은 자연의 섭리일까. 아니면 인간이 개입할 수도 있는 문제일까.
모든 생명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법이다. 완벽한 삶을 추구하며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한 동물 복제 기술 등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필요에 의해 자연의 섭리를 조종한 탓에 윤리적인 논쟁을 부르기도 한다.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한다. 영국 여류작가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각색해 탄생한 이 작품은 창조주가 되려 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인간이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는 괴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4년 초연하고 2016년에 재연, 현재 삼연을 올리고 있다. 대극장 창작 뮤지컬로는 최초로 일본의 대형 제작사 ‘토호 프로덕션’과 라이선스를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일본에서도 공연하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어린 시절 흑사병으로 어머니를 잃으면서 생명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죽은 사람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실험에 집착한다. 그러다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때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 친구가 된다. 빅터는 자신 대신 죽은 앙리 뒤프레의 목으로 그를 살려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피조물은 앙리가 아닌 그저 주위 사람을 해치는 괴물일 뿐이다.
극은 괴물을 악하게만 그리지는 않는다. 빅터의 실험 때문에 원하지 않은 모습으로 태어난 것도 모자라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시련을 겪는다. 그런 괴물이 복수를 꿈꾸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빅터 역시 안타까운 유년 시절을 통해 왜 그토록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데 집착하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창조주가 되려 하지만 그럴수록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생명은 자연의 섭리라는 앙리 뒤프레, 그리고 인간이 창조한 쓸모없는 장난감이 된 괴물까지, 줄거리는 개연성 있고 탄탄하다. 더불어 힘 있는 넘버, 화려한 무대 등 완성도 높은 창작뮤지컬이다.
주요 배역의 180도 다른 1인 2역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배우들은 빅터와 자크, 앙리와 괴물, 엘렌과 에바, 줄리아와 까뜨린느 등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캐릭터로 열연한다. ‘난 괴물’, ‘단 하나의 미래’, ‘그곳에는’ 등의 넘버는 처절한 극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하나의 킬링 넘버가 있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새롭게 합류한 민우혁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광기와 격투장의 주인 자크의 비열한 면모를 살려냈다. 한지상은 순수하고 열정적인 앙리 뒤프레와 분노를 폭발하는 괴물까지 정반대의 역할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8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한다. 175분. 만 13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프랑켄슈타인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