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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 돌아오는 시즌이 기대되는 리버풀

기사입력 2009.05.21 23:58 / 기사수정 2009.05.21 23:58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지난해 8월부터 약 9개월간 쉼 없이 달려온 2008/09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도 이제 38라운드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리그 우승과 동시에 3연패를 거두며 올 시즌 잉글랜드 최고의 클럽이 되었다.

맨유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자타가 공인하는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팀이었지만 리버풀만큼은(속으로 부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겉으로는 코웃음을 치며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부진하다고는 하나 리그 18회, 챔피언스리그 5회, UEFA컵 3회 등의 트로피는 맨유보다는 리버풀이 최고라는 자존심이었다. (1998/99시즌 맨유가 트레블을 거두며  잉글랜드 최고의 팀은 맨유라고 주장할 때에도 리버풀은 최다 우승팀의 자부심으로 맨유 팬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그러나 리버풀은 자신들이 18회에 멈춰있는 사이에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11회 우승을 거뒀고 결국에는 올 시즌 맨유의 18번째 우승을 막아내지 못하고 최다 우승횟수마저 붙잡히고 말았다. 게다가 맨유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결승에 올라있어 바르셀로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4회째 우승으로 리버풀의 5회 우승에 턱밑까지 쫓아오게 된다.

이제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디비전 1 포함) 최다 우승을 내세우며 잉글랜드 최고 클럽이라는 자부심마저도 내세우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맨유는 이번 3연패로 100년이 넘는 역사상 3연패를 2회를 차지한 잉글랜드 최초의 클럽이 되었다.

잉글랜드 최고클럽의 자부심을 맨유에 내줄 위기에 몰린 리버풀이지만 올 시즌 수확이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 큰 가능성을 발견했다. 5년째로 접어든 베니테즈의 리버풀은 38라운드를 남겨둔 현재 승점 83점으로 베니테즈 집권 이후 이미 최다 승점을 쌓아 올렸고 맨유에 더블(2승)을 거두는 등 빅4와의 맞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예전과는 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사실 그동안 리버풀은 빅4라는 틀 안에서 강인함을 자랑해 왔지만 빅4 내에서는 네 번째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빅4보다 우승에 대한 기억이 오래된 것은 차지하고서라도 맞대결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열세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리그에서 보다는 2004/05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에서는 막강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빅4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크게 작용했다. 그에 반에 리그에서는 다른 빅4에 철저히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실제로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04/05시즌에는 에버튼에 4위 자리를 내주기도 하는 등 빅4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긴 적도 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록 중반에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한 시즌에도 몇 번의 기복이 있었던 예년과는 달리 초반부터 선두권을 형성하며 안정적인 리그 운영을 보여주었고 빅4와의 6차례 맞대결에서 4승 2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며 강팀에도 확실히 승점을 쌓아가며 강인한 모습을 보여 왔다.

본래의 탄탄한 수비는 여전했고 제라드와 토레스를 주축으로 한 공격진은 게임을 더해갈수록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무려 74골에 성공하며 당당히 팀 득점 1위로 리그 최강의 공격을 자랑했다. 이는 베니테즈 감독 부임 이후 최다 골이며 마이클 오웬- 에밀 헤스키로 이어지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투톱을 보유하던 시절보다도 많은 득점이다.

맨유보다 약 2배나 많은 무승부를 기록하며 약팀에 승점을 확실히 챙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 맨유보다 적은 패배에도 우승을 내주었지만 시즌 말미에 접어들면서 그런 약점마저도 쇄신시키며 승점을 챙겼다.

축구에 가정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선수들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며 제대로 된 전력을 시즌 내내 유지했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점에서 소위 '양민학살'이라 불리며 약팀들을 요리하는 법까지 배운 리버풀의 다음 시즌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게다가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릭 페리 단장과의 파워게임에서 승리하면서 선수단 운영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확고히 하는 데 힘을 얻었다. 물론 베니테즈 감독이 이러한 권한을 갖게 됨으로써 생기는 막대한 책임감과 중압감을 이겨내고 잘 이끌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의지대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점이 결과적으로 리버풀의 다음 시즌을 밝게 할 것이다.

비록 염원하던 우승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19년 만에 우승에 가장 근접했던 시즌을 보내며 가능성을 보여준 리버풀이 그동안 2%로 부족했던 모습을 넘어선다면 20년 만에 리그 우승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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