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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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프로야구 불문율' 이대로 사라지나

기사입력 2009.05.20 02:29 / 기사수정 2009.05.20 02:29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프로야구에는 아무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불문율'이라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면,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을 때에는 상대를 자극하는 희생번트, 도루, 잦은 투수교체를 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일상생활에서의 법과 도덕의 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법이나 도덕이나 모두가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법은 강제성이 있는 반면에 도덕은 서면으로 지켜야만 한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에 따른 강제성 또한 없다.

위에서 언급한 '프로야구 불문율' 또한 규칙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 지켜져 온 관습이다.

그러나 2009프로야구는 그 '프로야구 불문율'이 지켜지지 않을 전망이다. 워낙에 '타고투저'의 현 상황이므로 과연 '큰 점수 차'라는 것이 몇 점차 이상이냐 라고 하는 기준을 세우기 힘들 뿐더러 괜히 그러한 상대를 배려하는 불문율을 따르다가 자신의 팀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장면이 19일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6-0으로 KIA가 앞서고 있었던 7회 말 선두타자 최용규의 중전 안타와 이현곤의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2루 상황이 주어졌다. 후속타자는 19일 생일을 맞은 이호신이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냈던 이호신은 2구째에 번트를 시도했다. 번트는 3루 쪽 라인을 벗어나며 파울이 되었다. 2스트라이크 상황이었기 때문에 쓰리번트는 강행되지 않았다.

마무리 윤석민이 버티고 있는 KIA 였기에 경기 막판 6점이라는 점수 차는 LG에 있어서는 쫓아가기 버거운 점수였다. 7회 말 6점이라는 점수 차는 그대로 강공작전을 펼치고자 하니 무사 1,2루의 황금찬스를 무산시킬까 염려가 되었고 그렇다고 번트작전을 펼치자니 경기 후반 큰 점수 차로 인한 상대팀을 자극하는 행위일 수도 있는 매우 애매한 상황이었다.

예전 같으면 경기 막바지 큰 점수차이에 그러한 희생번트를 감행한다면 상대팀을 자극하는 빌미가 되어 다음 회에 빈볼을 던진다거나 하는 등의 위협행위가 뒤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올 시즌만큼은 아무리 경기 막판이라고 할지라도 '6점'이라는 점수 차는 더 이상 안정권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나 LG가 상대라면 더욱 그러하다.

LG는 4월 30일 청주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의 경기에서 비록 19-9로 크게 대패했지만, 초반 10-0으로 뒤지고 있다가 8점이나 따라붙으며 끝까지 추격전을 펼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역시 연장 접전 끝에 패하기는 했으나 5월 12일 잠실에서의 SK와의 홈 경기에서 9-1로 크게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9회 말에 대거 8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연장접전으로 끌고 가기도 했다.

또한, 5월 15일 히어로즈와의 목동경기에서 22점이나 뽑아내는 등 막강 화력을 뽐내고 있던 LG였기에 '6점'이라는 점수 차에서도 희생번트가 충분히 나올 수 있었다. 0.5게임차로 3,4위 싸움을 하고 있는 두 팀이었기에 승리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7회 말 6점차 상황에서도 희생번트가 속출하게 되었다.

마무리 투수가 세이브 요건을 갖추기 위해 나올 수 있는 최대 점수 차는 3점차이다. 그만큼 경기 후반부에 3점차까지 충분히 한방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떠한 법률이나 법칙이든지 환경이 변함에 따라 그 정의도 변해야만 한다. 예전에는 경기 막판 4~5점차 정도만 나도 큰 점수 차라 여겨 위에서 언급한 불문율에 의거하여 상대팀을 자극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경기 막판 몇 점차가 나든지 간에 승리를 안심하고 확정지을 수 있는 그러한 점수 차는 더 이상 없다. '경기는 끝나봐야 안다', '야구는 9회 말 2 아웃부터'라고 하는 여러 가지 익숙한 문구들이 현실이 되는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이다. 이러한 풍조는 야구팬들에게 있어서 더욱더 즐거움을 선사해 줄 수 있는 분명한 이유다. 

▶ 열기를 더해가는 2009 프로야구! 

'주연 보다 빛났던 조연', 前 LG 투수 옥스프링

'야신'감독 생각대로, '비비디바비디부'



[사진=(C) KIA 조범현 감독 (KIA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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