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18 14:21 / 기사수정 2009.05.18 14:21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K-리그가 다시 한번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서 대반전을 일궈낼 수 있을까.
5월 19일과 20일에 걸쳐 열리는 ACL 32강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는 현재, ACL에 참가 중인 K-리그 클럽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각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진출 티켓을 확정 지은 팀이 포항 스틸러스 단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 수원 삼성은 G조 2위, 울산 현대와 FC서울은 각각 E조와 F조 3위에 올라있다.
이 중 가장 무난히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보이는 팀은 G조의 수원(3승 2패). K-리그에서는 최하위의 수모를 겪고 있는 수원이지만 ACL에선 비교적 선전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조 최약체 암드포스FC(싱가포르, 1무 4패)를 꺾을 경우 조 2위를 차지해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한 때 '아시아의 깡패'로 군림했지만 이제는 '종이 호랑이'란 비아냥을 듣는 울산은 조 2위 뉴캐슬 제츠(호주)와 16강행 티켓은 물론 명예회복의 기회를 놓고 일전을 벌인다. 현재 뉴캐슬은 승점 7점(2승 1무 2패), 울산은 6점(2승 3패)이다. 울산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뉴캐슬을 이겨야 한다. 비기거나 질 경우는 무조건 탈락. 홈경기의 이점을 가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은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서울은 산둥 루넝(중국)과 2승 1무 2패(승점 7점) 동률을 이루며 승점 차 없는 3위를 달리고 있지만, 마지막 경기의 상대는 지난 홈경기에서 2-4 패배를 안긴 '디펜딩 챔피언' 감바 오사카(일본, 5승). 더군다나 이번에는 원정을 치를 차례여서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F조 2위인 산둥은 조 최약체 스리위자야(5패)와 경기를 갖는데, 산둥과 1무 1패를 기록했던 서울은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더라도 산둥이 스리위자야에 이길 경우 ACL의 상대전적 승자승 원칙에 따라 현재의 순위를 뒤집지 못하고 조 3위로 16강 진출이 좌절된다. 따라서 서울로선 무조건 이긴 뒤 산둥의 무승부나 패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포항(승점 9점)은 현재 조 1위인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승점 10점)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조 1위로 올라설 수 있지만, 원정경기의 부담을 안고 있어 쉽지만은 않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놓인 K-리그 팀들이지만, 그러나 그간 K-리그 클럽들이 역대 ACL 조별리그에서 여러 차례 '역전의 신화'를 일궈냈었다는 점을 되뇌어 본다면, 아직 결과를 속단하기엔 이르다.
K-리그의 ACL 역전 드라마 열전
2004 ACL에 K-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했던 성남은 당시 G조에 속해 4차전까지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에 골득실에서 4골을 뒤지고 있었다. 두 팀은 상대전적(1승1패)과 골득실까지 같아 전체 조 골득실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성남은 홈에서 페르시크 케디리(인도네시아)를 맞아 김도훈(現 성남 코치)이 해트트릭을 몰아치며 15-0의 믿을 수 없는 기록적 대승을 거둔다. 이 경기로 성남은 골득실에서 요코하마를 단숨에 4골 차로 따돌리며 8강에 올랐고 이후 승승장구해 결승까지 올랐다.
2006년에는 전북 현대가 역전 드라마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ACL에 출전한 전북은 당시 J리그 우승팀 감바 오사카, 중국리그 우승팀 다롄 스더와 조별리그 E조에 속했다. 홈경기 1차전에서 오사카에 1-2로 뒤지다가 후반 40분 김형범의 연속골로 3-2로 극적인 승리를 따낸 전북은 2차전 원정경기에서 다롄에 0-1로 패배했고, 이후 다낭(베트남)에 2연승을 거뒀다.
오사카와의 원정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전북은 결국 1, 2위를 가리는 마지막 경기에서 다롄 스더와 다시 만났다. 전북은 후반 13분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뒤지며 위기에 몰렸지만 이후 김형범의 2골에 힘입어 3-1로 승리, 극적으로 8강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때부터 전북은 '역전의 명수'란 별명을 얻으며 매 라운드 역사를 써나가기 시작한다. 상하이 선화(중국)와의 8강 1차전에서 0-1로 뒤진 뒤 2차전에서도 선제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던 전북은 제칼로와 염기훈, 정종관의 연속골로 믿을 수 없는 4-2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4강에서는 전년도 K-리그 챔피언 울산을 만났다. 1차전에서 2-3으로 지며 '여기까지'라고 생각됐지만 2차전에서 4-1로 승리하는 뒷심을 발휘하며 극적인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에서 전북은 알 카라마(시리아)와 만나 1차전에서 2-0의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2차전에서 2골을 허용하며 자칫 눈앞에서 우승컵을 놓칠 뻔했지만 후반 41분, 제칼로가 우승을 확정짓는 골을 터뜨리며 결국 '2003년 ACL 출범 이후 K-리그 클럽의 첫 아시아 제패'란 영광을 얻었다.
2007년에는 성남이 또 한 번 역전 신화를 일궈냈다. 조별리그에서 성남은 산둥을 상대로 1-2 역전패를 당한 탓에 4차전이 끝났을 때만 해도 자력 8강 진출이 어려운 벼랑 끝 위기까지 몰렸었다.
그러나 5차전에서 산둥이 무승부를 거두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던 성남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산둥을 다시 만난다. 반드시 두 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던 성남은 산둥을 3-0으로 완파하며 극적으로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처럼 K-리그 팀들은 짧은 ACL의 역사 속에서도 수많은 역전 드라마를 써나가며 K-리그의 위상을 아시아 무대에 떨쳤었다. 비록 이번 ACL에 진출한 K-리그의 네 팀 모두 일본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의 위세에 눌려 조 2위로 밀리거나 16강 진출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희박하게나마 아직 극적인 막판 뒤집기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더 나아가 조별리그만 잘 지나갈 수 있다면 단기전인 토너먼트에서 그 어떤 결과도 낼 수 있다.
과연 K-리그의 역전 드라마는 2009년에 다시 한번 쓰일 수 있을까.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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