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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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 놀러가다] FC서울의 한복판에서 '포항'을 외치다

기사입력 2009.05.17 19:55 / 기사수정 2009.05.17 19:55

박진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축구장에 놀러가다] K-리그 10R, FC 서울 대 포항 스틸러스

그래도 축구가 있기에

아침부터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 으슬으슬 춥고, 배에 탈까지 나서 컨디션이 엉망이다. 그리고 밖에는 전날부터 내린 빗방울이 더욱 굵어져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를 집에서만 보낼 수 없는 법.

뒤늦게 짐을 챙겨 나오니, 아뿔싸 날씨가 너무 쌀쌀하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벌벌 떨고 있을 것도 모른 채 '귀차니즘'이 앞서 가던 길이 재촉한다.

FC 서울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취재를 가기 위해서는 경기 전에 미리 취재신청을 해야지 기자신분으로 경기장 출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는 숨은(?) 목적이 있기 때문에 취재신청을 하지 않았다.



▲ 경기시작 전, FC 서울의 응원도구를 펼쳐보이고 있다.

포항은 필자의 고향에서 바로 윗동네에 있다. 그래서 자연스레 학창시절에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를 주로 보러 다녔고, 비록 고향팀은 아니지만 많은 애정을 쏟아 부었다. 그래서 서울까지 원정을 떠나온 포항을 조금이나마 응원하고자 기자석이 아닌 관중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것도 동쪽 스탠드 1층 중앙 가장 뒷줄.
 
경기가 시작되기 30분 전에 경기장에 들어왔지만 예상한 대로 관중이 많지 않다. 그러나 봄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킥오프 시간이 다가올수록 경기장이 점차 메워지기 시작한다.

한적한 경기장에서 조용히 포항을 응원하려고 했지만 본래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어찌됐든 필자는 지금 적지에 잠복해 첩자 노릇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서울, 데얀의 '행운의 골'이 승패를 가르다

경기에 앞서 흥미로운 행사가 거행되었다. FC 서울의 정종수 사장과 FC 서울의 서포터스인 수호신의 이원재 회장이 '한마음 선언식'을 가졌다. FC서울은 얼마 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가 7월 24일로 결정되면서 광주와의 리그 일정을 5월 30일로 앞당겨 팬들의 원성을 들은 바가 있다.

결국, 서울의 서포터스는 그 결정이 있은 후 성남과의 홈경기에서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래서 구단 측이 팬들에게 사과하는 의미로 이와 같은 선언식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팬들의 목소리의 귀를 기울이겠다는 이날의 선언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 이제 축구장에서 외국인들을 보는 것도 낯선 광경이 아니다.

서울은 기성용이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오른쪽 윙백으로 나선 케빈이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 김승용과 호흡을 맞췄고, 왼쪽에는 이상협과 아디가 포항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포항은 예상했던 것과 달리 김광석-황재원-김형일 라인에 최효진을 윙백으로 내려 플랫4로 수비진을 구성했다. 그리고 미들 라인에 중앙성향이 강한 미드필더를 배치하고 투톱으로 나선 데닐손과 유창현이 좌우로 크게 벌려 공격을 주도했다.

최근 전적에서 1무 5패를 기록 중인 포항은 지긋지긋한 '서울 징크스'를 깨기 위해 경기 초반부터 서울을 압박했다. 신예 유창현과 최효진이 연거푸 슈팅을 시도했지만 각각 수비와 골키퍼에게 막혔고, 오른쪽에서 데닐손의 외각슈팅은 번번이 골문을 외면했다. 올 시즌 골결정력 부재로 고생하고 있는 포항으로서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러던 전반 32분 포항의 '천적'인 데얀이 선취골을 터뜨렸다. 케빈의 패스를 받은 데얀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슈팅을 시도했고 이것이 수비수 황재원의 발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문 구석으로 흘러들어갔다. 지난해 7월 5일 포항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4대1 승리에 기여했던 데얀의 위력이 다시 한 번 나타났다.



▲ 경기종료 후, 포항 선수들이 원정응원을 온 팬들에게 인사를 보내고 있다.

전반 41분 김기동을 빼고 노병준을 투입하며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운 포항은 후반에도 김태수와 스테보를 투입하며 공격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서울 역시 이청용과 이승렬, 고요한을 차례로 교체하며 쐐기골을 넣기 위한 맞불작전을 펼쳤다.  

K-리그의 관중확보는 결국 극복해야 할 과제 

이곳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챙겨온 모자에 후드 티에 달려있는 모자까지 덮어쓰고 있는 필자뿐. 하지만, 어딜 가나 동지(?)는 있기 마련이다. 같은 경기상황에서 필자와 같은 탄식을 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럴 때면 마치 지원군을 만난 것처럼 든든하다. 하지만, 포항은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경기종료 휘슬이 울린다.

90분 내내 추위에 떨긴 했지만, 정신없이 경기를 보니 좋지 않았던 컨디션이 점점 나아지기 시작한다.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아픈 몸을 이끌고 한 시간이 걸리는 먼길을 온 것도 축구 때문이고, 컨디션 회복에 힘을 준 것도 단지 축구 때문인지라 발걸음 가볍게 경기장을 나설 수 있다.



▲ FC 서울 선수들의 사진으로 랩핑을 한 월드컵경기장역 내부 모습.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월드컵경기장 역에서 하차하고 보니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역내에 있는 모든 기둥에 FC 서울 선수들의 사진으로 랩핑을 해놓은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날이 연고로 하고 있는 런던에는 경기장 근처에 'ARSENAL'이라는 이름의 역이 있다. 내심 이런 것을 부러워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이런 전략을 통해 많은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FC 서울은 포항과의 경기가 있기 직전 서울도시철도공사와 공동마케팅 협약식을 맺으며 홍보활동을 펼칠 것을 선언했다. 이밖에 기성용과 이청용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홍보대사로서 역할을 하고, 6월 말부터는 이 두 선수의 목소리로 월드컵경기장 역 안내방송이 실시될 예정이다.

최근 FC 서울의 경우 홍보가 부쩍 늘었다. 지하철 곳곳에 경기홍보 포스터가 부착되어있고 모기업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또한 지속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다시 6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FC 서울 경기 있었네?" 하는 사람이 많다. K-리그의 관중 감소세가 눈에 띄는 가운데 이러한 구단의 적극적인 홍보전략은 관중을 끌어들이는 데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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