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무리한 기다림이 오히려 독이 됐다. 선수들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했고, 팬들도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롯데와 한화는 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팀 간 11차전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시리즈 앞선 두 경기에서 한화가 모두 승리를 챙긴 가운데, 이날 선발투수로 롯데 펠릭스 듀브론트, 한화 김재영이 예고됐다.
그러나 이날 많은 대전 지역에 새벽부터 많은 비가 쏟아졌다. 이글스파크에도 대형 방수포를 깔아놓긴 했지만 워낙 하루종일 장대비가 내린 탓에 그라운드 곳곳에 물이 고이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다. 특히 경기 개시 두시간 전부터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하지만 허운 경기감독관은 "오후 6시부터 비 예보가 없어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미 오후 4시30분 잠실과 수원, 문학에서의 우천 취소가 발표된 상황이었다. 한용덕 감독과 조원우 감독이 모두 나와 그라운드 상태 및 선수들의 부상 위험 등을 얘기했으나 허운 감독관은 쉽게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방수포를 걷고 그라운드 정비를 시작했다. 양 팀도 라인업 카드를 교환했다. 많은 비로 홈팀 한화도 간단하게 실내 연습을 마쳤을 뿐이고, 심지어 롯데는 전날부터 경기 전 비가 내리면서 이틀 연속 훈련을 치르지 못한 채 제대로 몸을 풀지 못하고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취소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서 오후 정상 개시 40분 전인 5시 20분 관중 입장이 시작됐다. 그라운드 정비에는 시간이 걸려 정상 경기 개시 시간인 오후 6시 시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흙을 뿌리고 정비를 시작한 것이 무색하게 비가 한두방울 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무서운 양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방수포를 다시 깔 겨를도 없었다. 내외야 할 것 없이 짧은 시간에 물웅덩이가 고였다. 팬들은 입장하기가 무섭게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물론 경기 취소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사항이다. 특히 올해에는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있어 더욱 쉽게 결정할 수 없다. 하지만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기다림이 아쉬움을 더 키웠다. 선수들은 유니폼까지 입고 경기를 준비했다 맥이 빠졌고, 경기가 강행될 줄 알고 비를 뚫고 야구장을 찾았던 팬들도 허무함만 남기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