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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화보] 주저앉은 수원 '그래도 괜찮아! 우리에게 골을 보여줘!'

기사입력 2009.05.11 11:05 / 기사수정 2009.05.11 11:05

강창우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창우 기자]

“우리에게 골을 보여줘”, “괜찮아”

10일 홈에서 광주를 맞아 열린 2009 K-리그 9라운드 경기장에 울려 퍼진 수원 서포터즈 ‘그랑블루’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한이 맺혀 있었다. 리그 최하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수원은 이등병들의 반란으로 펄펄 날고 있는 광주를 맞아 부담스러운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AFC의 참패에 이어 머나먼 강원 원정에서도 힘든 경기를 펼친 그랑블루의 분위기는 끝없이 침울해져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과감히 응원석에 카메라를 들고 숨어들었다. 그러나 그랑블루의 열기는 한껏 고조되어 있었고 기자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이들을 성적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응원석에서 바라본 그라운드에는 무언가 반짝반짝하는 것이 있었다. 수원의 송종국 전 주장의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이 그랑블루의 눈을 부시게 했으리라. 과거 김대의와 선수들이 삭발투혼을 벌인 경험은 있지만 이토록 반짝반짝한 삭발은 처음이었다. 멀리서 마치 브라질 용병처럼 보이는 그의 스타일은 이날 그 투혼에 빛 바라지 않는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랑블루 역시 그의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축구의 신은 광주의 편이었을까. 최성국 이등병의 각 잡힌 슈팅이 수원의 크로스바를 크게 강타하며 들어갈 듯 말듯 하다 결국 골라인을 넘어서고 말았다. 

선제 득점을 내주며 수원 서포터즈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전후반 내내 수원 선수단은 경기를 주도하는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단지 여러 슈팅이 광주 김용대 골키퍼의 품으로 향하거나 야속하게 골문을 벗어날 뿐이었다.

하나하나의 슈팅이 빗나갈 때마다 그랑블루의 탄식과 절규가 ‘빅버드’를 가득 메웠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습니다.”라는 리딩의 절규와 함께 그랑블루의 응원은 다시 용광로와 같은 뜨거움을 보여주었다.


이날 날씨만큼이나 한껏 고조되었던 그랑블루의 응원이 거짓말처럼 갑자기 중지되었다. 무슨 일이었을까? 그라운드를 돌아보자 환호하는 광주 선수들. 아뿔싸,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었다.


한 서포터가 이운재의 멋진 선방을 기도하며 깃발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광주 최원권이 두 번째 득점을 성공시키자 빅버드는 다시 침울해졌다. 하나 둘 경기장을 등지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얼마 전 챔피언스 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참패당한 아스날 팬들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그러나 수원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는 몸을 내던지며 혼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있었고 서포터즈 ‘그랑블루’는 다시 한번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발 한 골만….’ 수원 서포터즈의 간절한 바램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야속하게도 결국, 승리는 광주에 돌아갔고, 수원 서동현은 주저앉아 눈물을 보였다.


비록 경기는 패배하였지만 이날 수원 선수단의 투혼과 눈물은 그랑블루의 가슴에 충분히 전달되었던 것일까. 그랑블루는 ‘우리에게 골을 보여줘’라는 응원가 대신 고개를 숙이고 응원석을 찾은 선수단에게 머플러를 들어올리며 ‘괜찮아’를 연호했다.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 ‘빅버드’에 모인 수원 서포터즈들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었으리라 생각한다. 디팬딩 챔피언 수원의 태양이 다시 떠오를 날을 기대해본다.



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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