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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 놀러가다] 부천의 '붉은 함성'을 따라간 부천 종합운동장

기사입력 2009.05.06 00:39 / 기사수정 2009.05.06 00:39

박진현 기자

[축구장에 놀러가다] K3리그 8R, 부천FC1995 대 경주시민축구단

붉은 함성을 따라 부천종합운동장으로 향하는 길



▲ 경기 내내 부천FC1995를 지지하던 부천의 서포터스 헤르메스

부천으로 향하는 길이 그리 순탄하지 못하다. 전날 과도하게 손목을 꺾은 터라 12시간을 꿈속에서 헤맨 뒤에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래서 부천 FC 1995와 경주시민축구단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3시까지 부천으로 가기에는 매우 빠듯한 시간.

휴일인 이날은 더군다나 전철에도 사람이 무지하게 많다. 몇 해 전 인천월드컵경기장까지 선 채로 전철을 타고 갔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무조건 앉아서 가야겠다고 각오했지만 쉽사리 자리가 나지 않는다. 

결국, 궁둥이를 잠시도 붙이지 못하고 소사역까지 도착.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부천에 살고 있는 후배 녀석에게 부천 종합운동장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왔지만 필자가 찾는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버스를 찾겠다는 일념 하에 소사역에서 500미터는 족히 걸었다. 하지만, 이것도 아니다 싶어 다시 소사역으로 돌아왔다. 왜 그런가 했더니 반대편 출구로 나왔던 것이다. 가뜩이나 늦어서 마음이 급한데 초행길이라 길까지 헷갈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유독 더운 날씨는 필자를 두 배로 괴롭힌다.

아직 끝이 아니다. 56-1번 버스에서 하차한 뒤 경기장 입구를 찾는데 들어가는 입구가 죄다 막혀있다. 지칠 대로 지친 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찰나 구세주가 나타났다.

부천FC1995의 머플러를 한 손에 쥐고 당당히 걸어오는 부천시민을 발견했다. 결국, 그분 뒤를 졸졸 따라서 경기장을 입성했다. 고마우신 부천시민.

부천FC1995, 아쉬운 결과를 얻은 즐거운 축제의 날





▲ 많은 관중이 들어찬 부천 종합운동장

축구를 보기 위해 여러 경기장을 둘러봤지만 부천 종합운동장은 처음 방문하는 것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필자가 수도권의 경기장을 한 번씩 찾아갈 때쯤 부천에서는 축구팀이 잠시 사라졌다. 경기장에 들어서자 스탠드에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BUCHEON’이라는 글귀와 붉은색 대형 유니폼이 눈에 띈다. 경기가 20분 정도 흘러갔을 때쯤 도착한 부천 종합운동장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구단 측에서 어린이날을 맞이해 각종 행사를 준비해 많은 가족단위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구단에서 집계한 관중 수는 만 명이 넘는다.

팽팽하게 맞서던 두 팀의 경기는 조금씩 경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중거리 슈팅으로 몇 차례 부천의 골문을 위협하던 경주가 먼저 결실을 얻었다. 전반 27분 경주 이재목의 왼발슈팅이 낮게 깔려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가면서 선취골을 뽑아냈다. 부천은 측면공격을 위주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경주의 수비진에게 번번이 막히며 결정적인 기회를 잡지 못하고 전반전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 부천FC1995의 프리킥 찬스

전반전부터 비교적 이른 시간에 교체카드를 빼든 부천은 후반 들어서도 경기양상을 뒤집지 못했다. 최후방에서 최전방으로 나가는 공수전환 속도가 느려 경주의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흔들지 못했다. 그리고 페널티에어리어 부근에서 볼 처리가 한 템포씩 늦어지면서 숫자싸움에서 지고 말았다. 그러던 후반 10분 경주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경주 차기석 골키퍼가 길게 처리한 볼이 부천의 수비진을 훌쩍 넘었고 쇄도해 들어가던 김희중이 이를 머리로 가볍게 밀어 넣으면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오랜만에 많은 관중 앞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 의욕적으로 경기에 나선 부천은 결국 경주의 벽을 넘지 못하고 씁쓸한 2대0의 패배를 당했다. 이날 경기에서 재미있는 경기를 선보여 다음 경기에도 다시 부천 종합운동장을 찾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지 못한 아쉬운 생각을 한 사람은 필자뿐만 아닐 것이다. 

소중한 추억을 회상하다



▲ 후반 시작 전 필승의지를 다지고 있는 부천FC1995 선수들

필자에게도 부천이라는 팀의 기억은 특별하다. 중학교시절 윤정환의 열렬한 팬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 덕분에 부천을 잘 알게 되었고, 원정경기를 통해서 종종 그들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었다. 필자의 고향인 경주에는 당시 축구팀이 없었기 때문에 부산까지 가서 경기를 본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 철벽방어를 자랑하던 ‘패셔니스타’ 이용발을 가까이서 보고 놀랐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울려 퍼진 슬픈 함성소리를 더욱 생생하게 기억한다. 2006년, 부천 SK라는 팀이 제주로 연고지를 이전한 그 해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 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가 맞붙었다. 제주는 지리적 여건상 원정 서포터스가 거의 없는데, 이날 원정응원석 한편에 한 무리의 응원단이 보였다. 바로 헤르메스. 하지만, 응원대상은 제주가 아니다. 오히려 서울의 공격찬스에서 응원을 하고 제주가 공을 잡으면 야유를 퍼부었다. 이날 가장 환대를 받은 선수는 전 부천 선수였던 서울(현 강원 FC)의 이을용이었다.

그러던 2007년 겨울 반가운 소식이 전해왔다. 몸과 마음을 다해 지지하던 팀을 잃은 부천은 그 뒤로도 꾸준히 새로운 팀 창단에 힘을 써왔고, 그 결과 2007년 12월 1일 부천FC1995가 공식적으로 창단하기에 이른다. 구단과 팬들이 합심해서 얻은 결과라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번 취재를 통해 부천의 구단사무실을 잠깐 들려봤는데 서포터스들이 구단사무실을 자유로이 드나드는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 '우리 팀' 부천FC1995를 향해 목청껏 응원하는 헤르메스

비록 이날 경기에서는 졌지만 부천팬들의 표정은 그리 나쁘지 않다. 오히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축구팬에게 '우리 팀'은 이런 것이다. 필자의 고향인 경주에도 지난해부터 K3리그에 참가하는 경주시민축구단이 생겨 많은 애정을 쏟아 붓고 있다.

이처럼 '우리 팀'이라는 존재는 앞으로의 축구발전과 팬 확보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만큼 프로스포츠의 연고의식은 더욱 강조해야 할 부분이다.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자신의 이득을 위한 모기업의 횡포(?)는 프로스포츠에 있어서 사라져야 할 관례이다. 따라서 과거의 전례를 밟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에필로그



▲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천 종합운동장의 외부 전경

다시 소사역으로 향하는 버스 안. 역시 사람이 붐빈다. 그렇지만, 돌아가는 길은 기분이 좋다. 필자와 같은 곳에서 경기를 보고 온 사람들이 '우리 팀'에 대한 이야기로 버스 안을 꽉 채워 귀가 심심하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축구팬에게 있어서 '우리 팀'은 단순한 축구팀이 아니다. 생활의 일부분이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친구이다.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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