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가 첫 주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드라마 판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김비서'는 1회 5.757%(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2회에서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5.403%로 여전히 높은 시청률이다.
'김비서'의 흥행이 눈에 띄는 이유는 법정물이나 수사물 등 장르물 위주의 드라마 사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로맨스물이기 때문이다.
TV에는 '검법남녀'(MBC), '미스 함무라비'(JTBC), '슈츠'(KBS2)', '스케치'(JTBC), '무법 변호사'(tvN), 등 일주일 내내 판사, 검사, 변호사, 형사, 경찰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성적도 좋다. 반면 '기름진 멜로'(SBS), '어바웃 타임'(tvN), '훈남정음'(SBS) 등 로맨스를 내세운 드라마는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로맨스가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에 '김비서'의 흥행은 놀랍다. 초반이지만, 최근 드라마의 성패가 첫 주에 결정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앞으로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비서'가 까다로운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주연 배우들의 스타성에 있다. 박서준은 지난해 '쌈, 마이웨이'를 성공시킨 데다가 인기 예능 '윤식당2' 출연으로 주가가 최고조에 달했다. 박민영은 많은 여성이 닮고 싶어 하는 연예인이자 '힐러', '7일의 왕비' 등 연기력이 보증된 배우.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화제가 되며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이 관심에 실망이 아니라 만족으로 보답한 작품성 역시 '김비서' 흥행의 이유인데, 조금 유치할 수도 있는 로맨스 소설의 작법에 100% 충실했다는 점이 오히려 시청자의 몰입을 도왔다. 상사와 비서의 로맨스는 고리타분하지만, 1회부터 청혼하는 등 현실성 없는 빠른 전개가 호기심을 유발했다.
박서준의 능청맞은 연기와 박민영의 탁월한 캐릭터 해석력도 '김비서'의 관전 포인트. 박서준은 실제로 나르시시스트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뻔뻔하게 이영준을 연기하고 있다. 박민영 역시 원작 팬들이 인정할 정도로 김미소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중이다.
'김비서'의 흥행은 다른 로맨스 드라마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로맨스라서 시청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의 문제는 아니었을까. 의미나 메시지를 포기하고 무게를 덜어내고 순수한 로맨스의 정수에 집중한 '김비서'의 흥행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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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