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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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비전] '6차전 완승' 삼성, 1승보다 값진 호재

기사입력 2009.04.30 02:29 / 기사수정 2009.04.30 02:29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서울 삼성이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의외로 손쉽게 완승을 거두며 팀 통산 3번째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삼성은 29일 펼쳐진 전주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36득점을 폭발시킨 테렌스 레더를 앞세워 97-83으로 완승을 거뒀다. 경기 시작부터 2쿼터 초반까지만 잠시 접전이 이어졌을 뿐, 이후로는 한 차례의 위기조차 찾아오지 않았을 만큼 확실한 승리였다.

이번 승리가 삼성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는 크다. 2승 3패로 여전히 벼랑 끝에 몰려있던 상황에서 3승 3패 동률로 우승에 가까워졌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전까지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 3패로 몰리다 3승 3패 동률을 만들어낸 팀은 2006-2007시즌의 부산 KTF가 유일했다.

당시 KTF는 승부를 7차전까지 몰고 갔음에도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그 역사가 꼭 재현되란 법은 없다. 실제로 삼성은 이미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4위로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3승 3패로 동률을 이룬 판도의 변화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 날 승리는 삼성에게 단순한 1승 이상의 값진 호재를 안겼다.

삼성이 얻은 '승리 그 이상의 호재'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분위기의 차이다. 1차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지금까지도 내내 전문가와 팬들의 예상은 대부분 KCC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승진이 버티는 KCC에 비해 전력상 열세도 분명하기에 정규시즌 성적 단 1게임이라는 근소한 차이에도 '언더독'의 이미지를 강하게 풍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1차전 승리 이후 4차전까지 내리 3연패를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예상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극적으로 5차전을 잡아냈을 때만 해도 '겨우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세를 탄 삼성에 여유가 생긴 반면, 오히려 다급한 쪽은 KCC다. 5차전까지만 해도 팀 내에서 MVP 후보 경쟁을 거론할 만큼 여유가 있었던 KCC는 이제 눈앞에까지 다가왔던 우승을 놓칠지도 모르는 절박한 심정이 됐다.

또 하나는 그간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던 공격에서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이다. 득점은 꾸준히 올리면서도 하승진의 압도적인 높이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던 레더는 이 날은 무릎을 다쳐 움직임이 더욱 둔해진 거구의 하승진을 상대로 스피드를 십분 활용,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줄곧 극심한 부진으로 애를 태웠던 주포 이규섭도 이 날 경기 막판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물론 경기 승패가 어느 정도 갈린 상황에서의 활약이었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지만, 이전까지 완벽한 오픈 찬스에서조차 대부분의 슛을 놓쳤던 이규섭이 조금씩 감각을 찾아간다는 것은 삼성에게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베테랑 선수를 많이 보유한 삼성이 불리할 것으로 보였던 체력 싸움에서 오히려 젊은 KCC가 먼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KCC가 6강과 4강에서 1경기씩을 더 치러 불리한 점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추승균과 임재현 외에는 딱히 고참급 선수가 없기에 이런 문제는 크게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4, 5차전에서 강행군을 펼친 추승균은 물론이고 꾸준한 활약을 펼쳐주던 브랜드마저 집중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삼성은 지치지 않는 움직임으로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했다. 지난 6강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 별다른 역할이 없었던 신인 차재영은 이번 챔프전 들어 추승균을 꽁꽁 묶으며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피로가 누적되었을 법한 이상민, 강혁, 이정석 등도 코트에서 뛰는 시간만큼은 정신력으로 중무장하고 투혼을 보이고 있는 것.

 


궁지에 몰린 KCC, 마지막 해법은?

하승진의 부상에 추승균, 브랜드의 체력 저하, 여기에 상대 삼성의 물오른 기세까지 KCC로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부상을 입은 하승진의 회복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체력이 바닥을 드러낸 추승균의 체력 안배는 필수적이다. 그간 주어진 시간에 제 몫을 다했던 조우현이나 강병현 등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패한 5, 6차전에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던 칼 미첼에 대한 고민도 있다. 미첼은 5차전에서는 테크니컬 파울 2개로, 6차전에서는 공격자 파울 2개 포함 5반칙으로 4쿼터 초반에 일찌감치 코트를 떠났다. 4차전 39득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했던 만큼, 잘 이용하면 승부의 향방을 바꿀 만한 위력을 지닌 선수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분위기에 동요되기 쉬운 젊은 선수들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코칭 스태프에게 주어진 몫이다. 상대는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들이 주축을 이룬 만큼, 한순간의 허점이 바로 패배로 직결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어려움이 산적해 있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거치며 지도자로서 한 단계 올라선 듯한 모습을 보이는 허재 감독의 역량을 감안했을 때 KCC가 자신감에 차 있는 삼성을 압박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지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DB]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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