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지난 3월 여배우 성폭행 폭로 의혹과 함께 잠적한 영화감독 김기덕이 두 달 만에 침묵을 깼다.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PD수첩' 측과 해당 배우를 무고죄로 고소하며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3일, 김기덕의 소식이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기덕은 여배우 A씨가 자신을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 A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김 감독의 성폭력 사건을 조명한 'PD수첩' 제작진과 여배우 2명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함께 고소했다.
이 방송에서는 김기덕과 '악어'(1996),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 '나쁜 남자'(2012), '뫼비우스'(2013) 등에 함께 출연하며 그의 페르소나로 불렸던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다룬 내용을 함께 전했다.
과거 김기덕과 함께 작업했었던 세 명의 여배우가 전한 증언으로 충격을 전한 가운데, 그 중 한 명인 여배우 C는 "나도 그냥 성추행이라고 말할까 고민했다. 내가 성폭행 당했다는 것 자체가 부들부들 떨리고 공황장애가 심했다"고 전했다.
또 김기덕뿐만이 아닌, 조재현에게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얘기하며 "피해자가 많은데 드러나지 않더라. 알고 보니 이 사람들의 힘을 두려워한다. 돈도 많고 지위도 있다. 여자 배우들을 오히려 우습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김기덕을 둘러싼 폭행 논란은 있었지만, 성폭력은 또 다른 문제였다. 김기덕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당시 'PD수첩' 제작진에게 "극단적인 생각만 들고 너무 힘들다. 충격적인 내용을 기다리고 또 사실 확인 없이 공개되어 진실이 가려지기 전에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그 후에는 평생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용은 자세히 모르지만 세 가지 기준으로 해석해 달라"고 입장을 전했었다.
당시 김기덕이 제작진에게 전한 문자 메시지에는 "첫째,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다. 둘째,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동을 한 적은 없다. 셋째,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김기덕을 향한 비난의 여론이 거세졌지만, 김기덕은 이와 관련한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두 달이 흐른 뒤, 김기덕은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형사 고소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여론 역시 "유감이다"라며 김기덕 의 행보에 싸늘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PD수첩'의 제작진인 한학수 PD도 3일 오후 김기덕의 맞고소 소식을 접한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한PD는 "취재 당시 자신에 대한 의혹에 대해 제작진의 충분한 반론기회 부여에도 별다른 반론을 하지 않았던 김기덕 감독이 'PD수첩' 제작진을 형사고소한 데 대해 제작진은 유감을 밝힌다. 차후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나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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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