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27 16:02 / 기사수정 2009.04.27 16:02
한 달 전 인자기는 통산 300호 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하지만, 4월27일(한국시각) 인자기는 세리에 통산 150호 골을 기록하며 또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그의 플레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위협적으로 변하기에, 많은 축구팬의 찬사를 얻고 있다.
지난 2002~2003시즌 소속팀 AC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통산 6번째 우승에 이바지했던 그는 이후 컨디션 난조와 무릎 부상으로 인해, 고심했었다.
지속되는 무릎 부상은 그를 괴롭혔고, 번번이 재발하는 부상으로 인해 재활훈련이 반복되었다. 결국, 밀란의 4번째 공격 옵션으로 밀리게 되고, '은퇴설'이 나도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심지어, 인자기는 '잊힌 스타'로 전락했으며, 그가 매스컴에 다시금 오르내린 것은 지난 2004년 동남아를 강타한 쓰나미였을 정도다.
지속되는 잔부상은 그의 선수생명을 위협했지만, 그의 소속팀 AC밀란은 뜻밖의 재계약을 맺게 된다. '노인정'이라는 비아냥 속에 밀란에 더 머물게 된 인자기는 이후 자신을 향한 비난을 잠재우며, 회춘하게 된다.
이러한 활약 속에 2005~2006시즌 23경기에 출장한 그는 12골을 성공시키며, 그 해 열린 독일 월드컵 티켓을 손에 얻게 된다.
인자기는 '줍자기'라는 별명의 소유자다. 연예인 윤종신이 주워 먹는 개그를 애용한다는 점에서 '개그계의 인자기'로 불리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골문 앞에서 탁월한 위치선정을 쉴새없이 움직이는 엄청난 운동량을 자랑한다. 37세(한국 나이)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동료가 주는 패스를 빠른 움직임으로 받아낸다.
그러나 오프사이드 트랩에 자주 걸리며, 파투와 달리 개인기나 드리블이 출중하지 않다. 기존의 포워드에 비해서 피지컬이 뛰어나지 않으며, 킥력이 돋보이지도 않다.
이런 그의 모습은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안첼로티 감독과 그의 팀 동료는 아직도 인자기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보인다. 최근의 포워드는 골 이외에도 패싱력과 공간 창출이라는 능력이 중요시되는 점에서 인자기의 플레이는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골 냄새를 잘 맡는 탁월한 감각의 소유자다. 지난 2006~2007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예로 들어보자. 피를로의 골을 어깨로 집어넣는 괴력을 선보였으며, 후반에는 카카의 패스를 엄청난 가속도로 따라잡아 리버풀의 레이나를 따돌리며 골을 넣었다.
2005년 이스탄불에서 억울했던 한을 한 방에 날린 것이다. 이후에도 지난 2007~2008 세리에에서는 인테르와의 밀란 더비에서도 결승골을 성공시켜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
전방의 포워드가 득점에 성공하는 능력은 본능적인 감각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동료의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위치선정에 있어서 인자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선수이다.
안 풀리는 경기에서 잔디랑 동화된다는 비난을 받지만, 상대 골키퍼는 골문 앞에 서있는 인자기의 존재 자체를 두려워할 것이다.
인자기는 노장이다.
실제로, 그는 골문 앞에서 많은 움직임을 선보이기보다는 영리한 플레이로 상대의 골문을 위협하는 선수다. 얼마 전 인터뷰대로, 그는 화려한 드리블은 없지만, 카카, 피를로, 베컴이 주는 패스에 대해 다양한 움직임을 선사하며 자신의 포지션을 조절하는 능력을 지녔다.
끝으로, 인자기는 산시로란 피치 위에서 경기할 때 마치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산시로는 자신의 놀이동산이며,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안첼로티와 동료, 팬들은 마치 아버지가 어린 아이를 향해,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라고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어쩌면, 몇 년 뒤에 인자기는 축구 선수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종사하는 인물로 변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에게 열광하는 것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우리를 즐겁게 하는 퍼포먼스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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