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지난 3월 출연 배우 성폭행 논란으로 잠적한 영화감독 김기덕(58)이 해당 배우와 MBC PD수첩을 무고죄로 고소한 가운데 'PD수첩' 측은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황이 상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해 방송했다"며 "유감이다"며 맞섰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감독은 여배우 A씨가 자신을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 A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김 감독의 성폭력 사건을 조명한 'PD수첩' 제작진과 여배우 2명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함께 고소했다.
사건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당시 개봉한 김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를 촬영할 당시 김 감독이 성관계와 남성 배우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도록 강요했다며 지난여름 김 감독을 고소했다.
서울 중앙지검은 "성관계를 강압적으로 요구했다는 의혹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또한, 메이킹 필름을 분석한 결과 남성 배우의 신체를 만지도록 강요했다는 주장 역시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결론을 내렸다. 연기 지도를 명목으로 A씨의 뺨을 때린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5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처분했다.
하지만 이후 A씨는 지난 3월 방송된 'PD수첩'에 출연해 이와 같은 주장을 계속 펼치며 구체적인 진술을 내놓았다. 대본 리딩을 하며 김 감독이 여성 영화관계자와 셋이서 성관계를 하자고 주장했으며 이를 거절하자 전화로 해고 통보를 했다는 것. A씨는 이를 부당해고라고 항의했지만 촬영 현장에서 모욕적인 일을 겪고 영화를 그만둬야 했다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PD수첩'에는 A씨의 증언뿐만 아니라 2시간 가까이 황당한 성적 이야기를 듣거나 촬영 내내 성폭행에 시달렸다고 주장한 여배우 B씨와 C씨의 발언도 방송됐다.
당시 김 감독은 'PD수첩' 제작진에 휴대전화 문자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감독은 "영화감독이라는 지위로 개인적인 욕구를 채운 적이 없다"며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으나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동을 한 적은 없다.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해당 내용이 방송을 타자 해외에 머물며 침묵으로 일관했으나 A씨가 자신을 '성폭행범', '강간범'으로 부르고 다른 의혹이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내용을 다뤘던 'PD수첩'의 제작진은 김 감독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PD수첩'을 이끌고 있는 한학수 PD는 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감독의 맞고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한 PD는 "제보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소송까지 당하게 된 피해 여배우들에게 힘을 달라"며 "'PD수첩' 제작진은 김기덕 감독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취재결과 피해사실을 주장하는 당사자들의 진술을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황이 상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며 방송한 바 있다"고 김 감독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취재 당시 자신에 대한 의혹에 대해 제작진의 충분한 반론기회 부여에도 별다른 반론을 하지 않았던 김기덕 감독이 'PD수첩' 제작진을 형사고소한 데 대해 제작진은 유감을 밝힌다. 차후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나리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감독의 침묵으로 두 달간 조용했던 김 감독의 성폭력 논란은 역고소라는 사태를 맞으며 다시 점화됐다. 당사자와 제작진이 정면으로 대치하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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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행 기자 dh.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