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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 놀러가다] '쓸쓸한' 잠실 종합운동장 한편에 서서

기사입력 2009.04.26 23:45 / 기사수정 2009.04.26 23:45

박진현 기자

[축구장에 놀러가다] K3리그 6R, 서울 유나이티드 대 경주 시민축구단
 
잠실 종합운동장, 씁쓸한 경기장 풍경

서울 유나이티드(이하 서유)와 경주 시민축구단(이하 경주)의 Daum K3리그 2009(이하 K3리그) 6라운드가 펼쳐진 이날은 잠실 종합운동장의 왼쪽 야구장에서는 5시에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고(우천취소), 오른쪽 실내체육관에서는 3시에 서울 삼성과 전주 KCC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열렸다.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린 필자는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찍고 난 후에야 야구와 농구 경기가 있는 것을 알아챘다. 7번 출구로 나가는 수많은 인파 속에 종합운동장으로 향하는 사람은 필자뿐. 비록 K3리그지만, 지난해 올림픽과 올해 WBC를 거치면서 국민 스포츠로 거듭난 야구와 한 시즌의 우승팀을 가리는 프로농구의 챔피언결정전이라는 핑계를 들고서도 축구팬의 입장으로 섭섭할 따름이다.




실내체육관에는 사람이 북적거리고, 야구장에서는 경기시작 2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응원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종합운동장 앞에 도착했다. 6만 9950개의 좌석(수용인원 10만 명)에 100여 명의 관중만이 자리하고 있으니 드넓은 종합운동장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어쨌든 필자는 지금 축구장에 와있고 킥오프 휘슬이 울리면 경기에만 몰두하면 된다.

하지만, 경주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거금(?) 5천 원 입장료를 지불하고 입장한 친구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축구를 좋아하고, 동향(同鄕)이라는 이유만으로 필자와 동행한 친구를 위해서라도 경주(필자의 고향인)가 이기거나 지더라도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따랐다.

경주, ‘거함’ 서울U를 무너뜨리다



경기는 원정팀인 경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주전 대부분이 부상의 여파로 전력에서 이탈한 서유은 고육책으로 공격진을 중앙미드필드로 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중원 장악에 실패하면서 주도권을 경주에 넘겨주었다.

그러나 의외로 선취골의 주인은 서유였다. 전반 16분 공격에 치중한 경주는 역습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이 허물어졌고, 최용인의 패스를 받은 김민영이 반대편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넣어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경기양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경주는 계속해서 서유의 진영에서 공격권을 가졌고, 서유는 간간이 역습을 통해 경주의 골문을 노렸다.

경주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않았다. 전반 32분 이재목이 왼쪽에서 올려준 낮은 크로스를 전효준이 멋지게 달려들어 슬라이딩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그리고 6분 뒤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규태가 올렸고 한승익이 솟아올라 헤딩 역전골을 터뜨렸다. 그렇게 경주가 2대1의 리드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전반종료 휘슬이 울렸다.



후반전 역시 경주의 공세는 계속 되었다. 후반 5분 교체투입된 김희중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혔고 이것을 한승익이 재차 슈팅을 시도해 팀의 세 번째 골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19분 코너킥 혼전상황에서 김규태가 내준 볼을 김희중이 강하게 밀어넣어 승부의 추를 경주 쪽으로 기울였다. 서울은 후반 40분 정명호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3분 뒤 경주의 김희중이 쐐기골을 박으면서 최종스코어 5대2로 경주가 승리를 거두었다.

경주는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서울을 압박한 것이 주요했다. 중원에서의 경기템포 조절이 적절하게 이루어졌고, 조직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이날 경기 승리로 인해 경주는 올 시즌 3승 2무로 무패행진을 거듭하며 K3리그 4위에 올랐다. 적지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팀이 이기면서 오는 쾌감은 K-리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축구, 양과 질의 균형을 말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는 포화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많은 프로구단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서 야구와 농구, 배구는 그 규모 면에서 축구에 비해 비교적 작다. 축구는 15팀을 비롯해 농구는 10팀, 야구는 8팀, 배구는 단 6팀 이서 자웅을 겨룬다. 하지만, 축구보다 규모가 작다고 해서 나쁜 것은 없다. 오히려 각 팀에 더욱 집중하기 때문에 질 높은 경기가 많이 나오고 선수 개개인의 역할이 부각되기 때문에 팬들의 입장에서 친근감이 생길 수가 있다. 한화의 김태균 한 명에게 수많은 별명이 붙는 것을 그 한 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축구는 현재 K-리그를 비롯해 N리그, K3리그, U리그, WK리그 등 양적인 팽창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양한 리그생성과 디비전 시스템 구축이 장기적인 면에서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그 ‘장기’가 얼마나 뒤로 미뤄질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최근 K-리그 관중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K3리그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나 한국프로축구연맹 등 각 기관들이 한국축구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지 않고, 양질의 리그운영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일찌감치 취재와 관람(응원)을 동시에 목적으로 정하고 경기장을 찾은 터라 기분 좋게(?)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야구장 옆에 있는 식당에서 야구팬과 농구팬 사이 먹는 육개장 한 그릇은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충분했으나 뭔가 씁쓸한 생각은 쉽게 떨쳐버리지는 못했다.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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