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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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금은 안산에 돔구장 설립할 때가 아니다

기사입력 2009.04.10 19:45 / 기사수정 2009.04.10 19:45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목동, 유진 기자] 4월이라고는 하지만 일교차가 심한 날씨다. 낮에는 섭씨 20도를 넘나드는 기온 때문에 여름 날씨는 방불케 하지만, 밤이 되면 다시 ‘체감기온 영하권’에 머물러 쌀쌀하기만 하다. 그러나 쌀쌀한 기온만큼이나 더욱 썰렁한 구장이 있다. 다름 아닌 목동 구장이다.

팀이 4연승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 야구팬들이 가득 차 있어야 할 목동구장은 텅 비어있기만 하다. 같은 서울하늘 아래에서 펼쳐지고 있는 잠실 경기(LG - 두산전) 때문에 많은 야구팬들이 목동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SK 와이번스를 만나는 히어로즈의 보기 좋은 일전이 다수의 야구팬들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꽤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 안산에서 돔구장 건설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썰렁한 목동구장 모습 못지않은 ‘비보(悲報)’이기도 하다.

단순히 야구장을 짓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김소식 전 MBC 해설위원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 야구 원로들이 입모아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지금은 안산에 돔구장을 설립할 때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즉, 단순히 야구장을 짓겠다는 ‘근시안적인 탁상행정’을 바로잡아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안산에 야구장 하나 설립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야구장이 생기면 고교/대학야구나 사회인 야구, 그리고 곧 탄생하게 될 실업야구를 포함하여 여성 야구까지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 비용을 받고 일년 내내 야구장을 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돔구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축구 전용구장’의 예를 들어 보면 이해가 쉽다. 2002 월드컵을 겨냥하여 건립한 축구 전용구장 중 2009년 현재까지 흑자로 운영되고 있는 구장은 서울월드컵축구경기장, 단 하나 뿐이다. 그 외의 지방 구장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 실태다.

전용 축구장도 서울 외에는 이렇다 할 재미를 못 보는 시점에서 안산에 야구 전용 구장인 돔구장을 건립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눈 뜨고 손해보겠다’는 말과 같다. 또한 프로야구 8개 팀이 큰 적자폭을 감수하면서까지 구단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 안산 돔구장 건립으로 추가 부담을 구단에 가중시킬 수 있다.

돔구장=야구장+종합 예술 센터+쇼핑몰+etc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과 일부 야구팬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돔구장은 단순히 야구만을 위한 야구장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돔구장은 절대 야구장 기능만 하는 곳이 아니다. 토론토 스카이돔, 일본 동경돔과 같이 종합 예술 센터로 얼마든지 활용 가능할 수 있다. 야구시즌 이후에는 대규모 콘서트를 열 수도 있고, 지역 문화 행사를 개최할 수도 있다.

또한 상암 축구 전용구장과 같이 쇼핑몰, 웨딩타운 등 부대시설을 추가할 수 있다. 따라서 1년 내내 쉼없이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흑자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 돔구장이다. 김소식 前 해설위원도 “돔구장을 포함한 축구전용구장 등은 1년 내내 운용되어 절대 쉼 없이 해야 한다”고 견해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돔구장 같은 ‘종합 체육/예술 센터’는 지방에서 운용될 경우 적자폭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다. 이는 지방 축구 전용 구장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전례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따라서 지방권인 안산이 아니라 서울 한 가운데에 돔구장을 설립해야 함이 옳다.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이 “서울 중심가에 돔구장을 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이야기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의 열기를 야구장 설립으로 이어가겠다는 취지에는 큰 박수를 보낼 만하다. 선수들의 노고를 이제는 정부와 국민들이 보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먹구구식 대응’보다는 충분히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야구 인프라가 비록 후진 수준일지라도 행정만큼은 선진국 수준이어야 한다”는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의 말을 결코 흘려듣지 않기를 기원한다.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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