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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리그 개막] 명지대 vs 중앙대, 봄 꽃보다 진한 열정이 펼쳐진 그라운드

기사입력 2009.04.09 23:30 / 기사수정 2009.04.09 23:30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대학의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U리그가 9일 개막했습니다. 총 22개 팀이 참가하는 이번 리그는 지난해에 비해 팀 수도 늘어났고, 권역별로 나눠 대회를 치르는 등 한껏 나아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단일 리그를 치렀던 7팀은 수도권 리그에 모두 모였습니다. 순수 아마추어 팀인 서울대가 참가하며 리그에 힘을 보탰습니다.

명지대와 중앙대의 개막전이 열린 용인 명지대 인조잔디 운동장은 갑자기 후텁지근해진 날씨 덕분에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2009년, 그들에게 놓인 가장 큰 대회를 위해 명지대는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아침부터 운동장 주변을 정리하고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학생들은 조끼를 입고 각자 자리에 섰습니다. 프로팀 마냥 경기전에는 여기저기서 모은 싸인 볼을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체육학과를 비롯한 명지대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관중석 한편에 북을 가지고 모여 목소리를 높여 명지대를 연호하며 U리그의 개막을 축하했죠.

양 팀 모두 골을 쉽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인조 잔디 운동장이라 볼 컨트롤이 여의치 못해 골문 앞에서 상대 수비에 볼을 뺏기기 일쑤였습니다.

그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누군가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는 본부석을 기준으로 정확히 갈라 앉았습니다. 어느 한쪽이 기회를 잡을 때마다 잡은 쪽의 관중석에선 "때려!"라는 외침이 들렸고, 반대의 관중석에선 "안돼!"라는 애타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전반 내내 극명하게 갈리는 그 외침이 번갈아 들렸지만, 환호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날씨는 점점 더 후텁지근해졌고 그 열을 그대로 받은 인조잔디는 그 배의 뜨거움을 내뱉었습니다. 그 위에서 뛰고 있는 스물둘의 얼굴엔 땀이 가득했죠.



후반 들어 중앙대의 공격이 거세졌습니다. 청소년 대표 출신인 윤빛가람도 후반 중반 투입되어 투박한 몸싸움으로 명지대 수비를 괴롭혔습니다.

후반 33분, 이 날의 결승골이 터졌습니다. 코너킥을 위해 명지대 문전에 모인 양 팀의 혼전 상황에서 날아온 공은 중앙대 12번 심재명의 발에 맞고 굴절되어 명지대 골키퍼 강봉준의 손 밑을 지나쳤습니다.

내내 큰 소리로 응원하던 명지대 관중석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중앙대 관중석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두 손 모으고 경기를 보던 학부형들은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이 골 이후 공방전을 주고받은 양 팀은 그러나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고 경기는 그대로 중앙대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경기 후 중앙대 조정호 감독은 "첫 단추를 잘 끼워 기쁘다."라는 말로 개막전 승리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첫 경기라 선수들이 어려워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았는데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라며 승리에 대한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기도 했습니다.

결승골을 터트린 심재명은 채 지친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첫 경기라 너무 힘들었다."라는 말로 운을 뗐습니다. 이어 "경기가 어려웠는데 내가 결승골을 넣어 팀이 승리해서 기쁘다. 모두 열심히 했는데 그 공이 내게 온 것 같다. 곧 남해에 내려가 춘계연맹전을 치르는데 그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올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심재명은 "물론, 목표는 우승이다. 우리는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습니다.

관중석에서는 비록 지기는 했지만 고생한 명지대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명지대의 김경래 감독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예상외의 선전이었다."라는 말로 경기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김 감독은 "어려운 경기였는데 내용이 상당히 좋았다. 주전에서 8명이 졸업이나 프로 진출로 빠져나가 전력이 많이 약화된 상태에서도 선수들이 열심히 싸워줬다."며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다독였죠.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수도권 리그에 참가한 팀 중 가장 전력이 약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은 뒤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니까 최소한 성적이 가장 좋은 3위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모두 한곳에 모여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말을 크게 건네는 모습을 보며 아직 어린 선수들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순수함과 열정이 공존하는 이 그라운드가 조금 더 알려져 많은 이들의 축구 축제가 되길 아직도 뜨거운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며 바랐습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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