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08 02:15 / 기사수정 2009.04.08 02:15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두 번째 ‘높이 대결’이 펼쳐진다. 인천 전자랜드를 꺾은 전주 KCC가 ‘디펜딩챔피언’ 원주 동부를 상대로 도전장을 냈다.
오는 8일부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동부와 KCC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KCC는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진땀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빅맨들 간의 맞대결 제2막이 펼쳐지게 되는 셈이다.
정규시즌 맞대결에서는 동부가 4승 2패로 우세했다. 대체로 동부가 승리한 경기에서는 저득점 양상이 진행됐고, KCC가 승리한 경기에서는 비교적 득점이 많이 나왔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로 짚어볼 수 있을 듯하다.
양 팀은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3번 격돌했다. 동부의 전신인 삼보와 KCC의 전신인 현대 시절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것 외에 나머지 2번은 모두 챔피언결정전이었다. 4강에서는 현대가 3승으로 가볍게 승리한 반면, 챔피언전에서는 팽팽하게 한 차례씩 우승을 주고받았다.
▶높이 대결 ‘제2라운드’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장훈을 보유한 높이의 팀 전자랜드를 꺾은 KCC는 이제 또 다른 높이의 팀을 상대하게 됐다. 바로 김주성과 크리스 다니엘스의 트윈 타워를 보유한 동부다. ‘높이 대결’로 주목받던 2-3-6라인의 플레이오프 격돌이 제2라운드로 접어든 것이다.
실제 높이로만 보면 KCC가 훨씬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장훈의 존재로 인해 어느 정도 매치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전자랜드도 하승진의 엄청난 높이에는 효과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훌륭한 수비력과 스피드를 겸비한 김주성이라도 하승진을 막기엔 버겁다.
더구나 하승진이 경기를 치를수록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골밑에서의 마무리 미숙이나 저조한 자유투로 애를 먹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동부는 하승진과 매치업을 할 가능성이 큰 다니엘스의 활약 여부가 관심사다. 다니엘스는 트레이드 이전 대구 오리온스 시절을 포함해 KCC를 상대로 22.6득점, 10.6리바운드로 준수한 기록을 올렸다. 자신의 시즌 평균 기록과 비교해도 근소하게 나은 수치다.
김주성 역시 KCC를 상대로는 자신감을 보일 법하다. 평균 13.7득점에 5.7리바운드로 정규시즌 기록과 거의 비슷하다. 그뿐만 아니라 대체로 동부가 승리한 경기에서 김주성의 좋은 활약이 바탕이 된 경우가 많았기에 더욱 기대를 걸 만하다.
오히려 하승진은 동부를 상대로 기록이 좋지 않은 편이다. 평균 8.8득점에 7.5리바운드에 그쳤다. 더블-더블의 활약을 펼친 적도 있지만, 최근 하승진이 보이고 있는 위용을 감안하면 다소 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 또 전자랜드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면서 소모되었을 그의 체력도 걸림돌이다.
또 하나의 관건은 김주성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느냐 하는 것이다. 시즌 내내 컨디션 저하와 부상 여파로 애를 먹던 김주성이 경기가 없던 2주간 얼마나 회복되었는지에 따라 시리즈 판도의 향방이 결정될 수도 있다.
▶높이 대결, 그러나 승부의 키는 외곽슛?
높이 대결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동부와 KCC의 맞대결이지만, 의외로 승부의 향방은 양 팀 외곽포의 폭발 여부에 따라 갈릴 가능성도 크다.
양 팀의 정규시즌 맞대결을 돌아보면 KCC가 승리했던 3라운드, 5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사실상 KCC의 외곽슛이 승리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KCC는 2경기에서 각각 추승균, 강병현이 활화산 같은 폭발력을 뽐내며 상대를 격침했다.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KCC의 달라진 외곽 공격력은 돋보였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3점슛 성공률 9위를 기록할 정도로 외곽이 저조했던 KCC는 5경기에서 경기당 10개가 넘는 성공 횟수에 40.8%의 고감도 적중률을 선보이며 외곽만은 우위에 있다고 믿던 전자랜드를 당황케 했다.
6강에서 평균 17.4점을 올린 추승균이나 고감도 슛 성공률을 보인 임재현, 터지면 무서운 칼 미첼에 부상에서 복귀 여부가 아직까지 불투명한 강병현까지 가세한다면 KCC의 외곽 공격력은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화약고와 다름없게 된다.
이에 맞설 동부도 만만치 않다. 정규시즌에서 KCC를 상대로는 그다지 돋보이는 외곽 공격을 선보이지 못했지만, 애초에 높이에서 KCC에 비해 열세인 동부로서는 외곽슛을 큰 무기 삼아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강대협, 이광재, 표명일, 손규완 등은 모두 정규시즌부터 필요한 순간에 외곽슛 한 방을 적중시키며 제 몫을 다했고, 시즌 막판 부상으로 빠졌던 웬델 화이트가 드디어 복귀할 예정이기에 동부에게는 더욱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특히 주축을 이루는 국내 선수 중 이광재와 윤호영 정도를 제외하면 동부에는 대부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급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잃어버린 체력과 경기 감각, 어느 것이 더 클까?
8일 1차전을 벌일 동부와 KCC는 저마다 고민이 하나씩 있다. 정규시즌이 끝난 지난 22일부터 2주가 넘게 실전을 치르지 않았던 동부의 잃어버린 경기 감각, 그리고 전자랜드와 5차전까지의 혈투를 치른 KCC의 체력적인 소모가 그것이다.
2주가 넘는 긴 휴식에 대한 경기 감각 저하는 7일 펼쳐졌던 울산 모비스와 서울 삼성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역시 2주간의 공백이 있었던 모비스는 경기 초반 엄청난 리바운드 우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이를 점수로 연결하지 못하며 어려운 게임을 펼치기도 했다.
동부가 지난 3월 30일 태백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것도 이를 의식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전과 훈련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부상 때문에 장기간 경기를 치르지 못했던 화이트의 경우는 떨어진 경기 감각에도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다 자칫 분위기를 망칠 우려도 있다.
KCC의 체력 소모도 큰 걱정거리다. 역시 모비스와 삼성의 경기를 예로, 1차전에서 삼성의 테렌스 레더는 올 시즌 첫 한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남기기도 했다. 활발하게 터지던 외곽포 역시 이 날은 침묵을 지키며 완패를 당했다. 6강에서의 체력 소모가 큰 원인 중 하나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유난히도 몸싸움이 격렬했던 전자랜드와의 6강 승부에서 KCC는 신명호의 부상이라는 큰 악재를 맞은데다 5차전까지 가면서 체력 소모도 심했다. 이것이 상대 동부의 강력함보다도 KCC에게 더욱 넘기 힘든 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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