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06 17:03 / 기사수정 2009.04.06 17:03
발로 툭차면 끝일 그 공을 그렇게나 화려하게 표현하다니. 그러나 결코 읽는데 거슬림이 없다. 오히려 그 수사로 인해 그 공을 차며 달리고 있는 선수를 슬로우 모션으로 보는 듯한 경건함까지 들게한다.
보통 기사를 쓰다보면 '어쩔 수 없이' 쓰게되는 관용적인 표현이 몇가지 있다. '자로 잰듯한 패스'라던가, '대포알같은 슛' 그러나 수사를 나열하기에 바쁜 이 책에서 그런 흔하디 흔한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생경하지 않다.
역사를 짚어주되 그 역사가 충분히 그 들의 축구에 녹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프랑스와 세네갈의 개막전을 대부분의 언론에서 프랑스의 입장에서만 다룬 것과는 달리 세네갈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표현해준다.
한국이 16강, 8강에 진출했다는 그 감격적인 장면은 단 한줄로 표현하고 끝이다. 사실 그도 그럴것이 대한민국 국민 중 2002년 그 날 전광판이나 TV를 바라보지 않았던 사람이 몇이나 된단 말인가. 혹 부지런하거나 운이 좋았다면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죽어라 봤던 그 장면을 또 다시 화려한 수사를 붙여가며 읽기엔 머리가 아프다. '감동'이라는 감정은 느끼는 각자의 것이다. 작가가 강요한다고 될 것이 아니다. 내내 화려한 문체를 읽으며 '아, 이때쯤 화려함이 절정에 달하겠구나' 싶은 곳에서 갑자기 담백해진다.
그 담백함에 물음표가 그려지다가도 금새 '하긴'이라는 생각과 함께 미소가 그려진다. '축구장을 보호하라'는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다.
2002년 들끓었던 한국은 자신들에게만 모든 시선을 맞췄다. 이 책은 월드컵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첫 장을 펼치고 나서부터 소소하게 풀어지는 2002 한일 월드컵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대체 왜 '축구장을 보호하라'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화려함과 담백함의 완급 조절마저 깔끔하게 성공했던 작가가 그 궁금증을 그냥 넘길리 없다.
그가 축구장을 '보호'하자고 외치는 이유는 축구 그 자체의 원시성에서 벗어나 민족주의, 정치 및 경제가 개입되어 그 치열한 원시성의 빛이 바라는 것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의 월드컵을 위한 최종예선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그 모든 것이 끝나고나면 신의 선택을 받아 영광스러운 무대에서 전쟁을 치를 누군가가 결정될 것이다.
그맘때쯤 다시 책장에 손을 뻗어 이 책을 펼쳐보라. 단순히 승패를 떠나 그들의 축구가 어째서 그런 모양을 가지게 됐는지 어째서 그토록 아름답게 달리는 지 알게 될 것이고, 골망을 울릴때나 느껴졌던 전율은 그 들이 그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당신 등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자, 당신에게도 요구한다. 당신의 열정으로 '축구장을 보호하라'
Editor | 김경주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