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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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상승세 속, 숨겨진 3가지 이야기

기사입력 2009.04.06 13:58 / 기사수정 2009.04.06 13:58

유기봉 기자


[엑스포츠뉴스=유기봉] 지난 5일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09 K-리그 4R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는 시민구단의 아우격인 강원FC(이하 강원)에 2-0 승리를 거두었다.

초반 리그 2연승으로 무섭게 신예의 기세를 올리고 있던 강원은 1승1무라는 무난한 출발을 보이고 있는 인천이란 선배에게 승리방정식을 배운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날 인천은 승리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강원에 비해 월등한 기량을 보여주진 못하였다. 이을용(강원)의 부재로 미드필드 장악에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오히려 유효슈팅에 있어서는 강원에 밀리기까지 했다.

또한, 전반과 후반에 드러난 극명한 경기력은 인천이 리그를 거치면서, 더욱이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다가올 선수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단 선수들의 경기력만이 차이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인천의 응원석인 N석은 지난 시즌에 비해 휑한 모습을 드러냈으며, 원정팀 강원의 팬 500여 명이 운집한 S석과 대조를 이루었다.

이날 승리라는 상승세를 보여준 인천의 숨겨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잠시 들어왔다 확 나가 버린 체력

인천은 전반만 하더라도 짜임새 있는 전술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강원을 압도했다. 두 골을 얻은 상황에서는 이처럼 인천이 창의적으로 공간을 만들어 나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유병수의 골과 도움은 앞으로 인천이 승리를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 셈이었다.

하지만, 단 45분 만의 교훈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강원의 기세에 인천은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했다. 공수의 간격은 점점 넓어졌으며, 집중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중원에서는 노종건, 도화성의 체력저하로 강원에 공간을 서서히 내주기 시작했다. 김영빈과 드라간을 교체해 안정을 꾀하려 했지만 부상의 여파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드라간 또한 믿음을 주지 못하였다.

강원은 이을용의 결장으로 전반에는 전술적 구심을 제대로 잡지 못했지만 신인들의 패기로 구성된 팀답게 왕성한 체력으로 후반 꾸준히 인천을 압박했으며, 보다 못한 인천의 서포터즈는 '정신 차려, 인천‘이란 구호로 선수들을 독려하기까지 했다.

경기 후 강원의 최순호 감독은 인천이 홈팀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수비적인 자세로 나왔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이보다는 순간적으로 공간을 놓치는 집중력에, 눈에 띄게 떨어진 체력에 많은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 인천의 경기였다.

그라운드에 주저앉는 정신력

지난달 이용수 교수는 인천 유소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우수선수가 되기 위한 방법'에 대해 특강을 했었다. 여기에서 그는 어린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하였다. 유럽리그와 달리 가벼운 몸싸움 과정에서 악을 지르고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모습을 지양하자고 한 내용이었다. 경기를 보러 온 팬들에 대한 예의 또한 아님을 강조한 서비스적 발상이었다.

우리는 국가대표의 경기를 보면서 한 수 아래로 여기는 국가가 경기에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지연을 목적으로 가벼운 몸싸움 과정에서 과도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흥분하는가?

이날 인천도 여지없이 그러한 모습을 드러냈다. 몇몇 선수들이 몸싸움 과정에서 쓰러졌지만 주심이 경기를 끊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자 어느 순간 일어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지 말자고 한 태도를 프로경기에서 여지없이 보여준 인천은 선수들의 팬에 대한 배려 없는 정신력을 다시금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N석의 변화, 그들은 어디로 갔는가?

작년과 달리 올해 문학구장에서 유난히 달라진 풍경 중 하나는 N석이다. 홈 서포터즈 석인 이곳은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워 주는 동시에 경기장의 볼거리로 자리 잡기 마련이다. 우렁찬 응원소리에 일반석을 찾은 팬들은 조미료와 같은 경기의 또 다른 재미를 그곳을 통해 느낀다.

그러나 인천의 N석은 K-리그 개막과 동시에 잡음이 많았다. 개막전 때는 예년 평소 경기 때보다도 적은 서포터즈가 모였고, 구단 홈페이지에는 서포터즈와 관련한 글이 상당수 올라왔다. 그들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있을 정도로 문제는 심각해 보였으며, 구단 관계자 역시 이 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비해 강원의 원정 팬들이 자리 잡은 S석은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500여 명 이상이 모인 이날 강원의 서포터즈는 경기 내내 끊임없이 나팔을 불어대고, 소리를 지르는 등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열정적인 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인천의 상승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서포터즈의 역할이 빠져서는 안 된다. 선수들은 늘 경기가 끝나면 승리의 조력자로, 혹은 자신이 경기에 열중할 수 있는 이유로 늘 그들에게 공(功)을 돌린다. 그만큼 그들의 존재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이야기를 듣기 쉽지가 않다. 상대 원정팀보다도 적은 서포터즈를 보면서 선수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이유로 그들은 점점 진정한 팬으로서 초심을 잃어 가는가?

인천의 시즌 초반 돌풍은 강원이나 광주상무에 비해 조명을 덜 받고 있다. 그들은 이기는 경기에서 확실히 상대에 비해 우위를 점하며 최고의 경기력으로 승리를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인천의 경기력도 지난 시즌과 비교해 보면 허리 라인의 선수층이 두터워졌고, 안정적인 전술로 경기를 풀어 나아가고 있다. 또한, 유병수라는 걸출한 신인의 역할이 보태지면서 조용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 이면에 감춰진 몇몇 악재들은 서서히 걷어내야 할 것이다.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라는 영향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새로 바뀐 코칭스태프와의 전술적 부분에 집중한 탓에 체력훈련에 소홀하지는 않았나 싶다. 적어도 계속되는 리그-컵 대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틈틈이 체력훈련에 대한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다시금 많은 서포터즈들이 N석을 찾아와야 한다. 올 들어 E석과 N석을 통합하여 일반 팬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된 이 기회에 인천의 서포터즈 단체들은 좀 더 즐겁고 모범적이며 열정적인 응원을 보여주어, 많은 일반 팬들이 N석으로 와서 인천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진=남궁경상 기자]

유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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