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s 리뷰] '맨 오브 라만차' 꿈을 꾸려거든 돈키호테처럼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커다란 풍차를 괴물로 착각해 결투하겠다며 돌진한다. 이발사의 세숫대야를 보고 황금투구라고 우긴다. 여관주인을 성주라고 착각해 기사작위를 받기도 한다. 우스꽝스러운 괴짜 노인이다. 하지만 순수하다. 똑같은 것을 봐도 다른 걸 보는 사람이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이다. 196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국내에서는 2005년 '돈키호테'로 첫 선을 보였다. 흥미로운 줄거리를 바탕으로 소설 속 배경을 재현한 무대, 인상적인 넘버 등이 어우러져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다. 이번 시즌에는 알돈자가 노새끌이들에게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덜 자극적인 방향으로 수정했다.

스페인의 대문호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의 소설이 원작이며 작가 세르반테스가 주인공이다. 세르반테스와 그의 시종은 수도원에 세금을 매긴 죄로 감옥에 들어온다. 다른 죄수들 앞에서 모의재판을 받게 된 그는 자신을 변론하는 방법으로 죄수들과 '돈키호테'를 공연한다.

극중극 형식이다. 즉흥극 ‘돈키호테’의 알론조 키하나는 볼품없는 노인인데 스스로 돈키호테라는 기사라고 말한다. 알돈자를 창녀가 아닌 여인 그 자체로, 또 아름다운 둘시네아로 바라본다. ‘현실이 진실을 가리는 세상’ 속 사람들은 얼토당토않은 헛소리를 늘어놓는 그를 정신 나간 노인네로 취급한다. "그냥 좋으니까"를 외치는 시종 산초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돈키호테는 한결 같다. 오히려 꿈을 포기하고 이성적으로 사는 게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모두 그의 모험심과 용기에 매료된다. 알돈자 역시 자신을 한결같이 대해주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움직인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돈키호테는 각박한 삶을 사느라 현실과 타협한 현대인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보게 한다. 가끔은 무모해도 좋다. 돈키호테처럼 꿈을 꿔보면 어떨까.

‘라만차의 사나이’, ‘둘시네아’, ‘이룰 수 없는 꿈’ 등 넘버가 극을 풍요롭게 한다. 기세당당한 돈키호테부터 알돈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모습, 절망적인 상황에도 끝까지 정의를 잊지 않으려는 다양한 감정을 담았다.

배우들은 이미 ‘맨 오브 라만차’ 무대에 선 경험이 있다. 홍광호는 순진한 이상주의자 세르반테스와 꿈을 좇는 노인 돈키호테를 오가며 열연한다. 산초 역할을 맡은 김호영은 맛깔난 연기로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한다. 두 사람의 차진 ‘케미’가 유쾌하다. 윤공주 역시 밑바닥에 사는 알돈자의 절박함과 매혹적인 면모를 동시에 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