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채정연 기자] "욕심을 부렸구나 생각해서 비웠더니 오히려 채워졌다."
KT 위즈 선발 고영표에게 올해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다. 팀에게는 물론, 선수 개인에게도 그렇다. 91년생 대졸 선수인 고영표는 오는 8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 승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 있게 시즌을 준비한 것에 비해 초반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SK를 상대로 4이닝 6실점(5자책)으로 패전을 안았다. 이후 3경기 동안 승 없이 패전만 추가했다. 궤도를 찾는데 시간이 소요됐지만, 결국 20일 삼성전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떨어졌던 체인지업에 대한 자신감을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 26일 롯데전이 끝난 후 고영표는 "삼성전 이전까지 체인지업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년을 기억해보니 마운드에서 던지며 자신감을 찾았더라. 타자들이 내 체인지업을 치기 어려워했던 것을 떠올리고 과감하게 던졌다"고 말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살아나자 투구에 탄력이 붙었다. 26일 롯데전에서 그 진가가 발휘됐다. 고영표는 체인지업 48개를 던졌고, 이는 전체 투구수였던 108개 중 44.4%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속구(36개)보다도 많이 던졌다. 체인지업으로 이끌어 낸 헛스윙만 21개였다. 개인 시즌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인 9개의 삼진 중 6개를 체인지업으로 완성시켰다.
체인지업과 속구 위주의 피칭을 하는 고영표지만 히든카드가 있었다. 삼성전부터 던지기 시작한 투심이 그것. 고영표는 "투심을 지난 경기부터 조금씩 던졌다. 따로 준비하진 않았고, 속구와 체인지업 사이에 던질 무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연습하다가 손에 맞아서 던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인지업과 속구, 그 사이의 투심까지 섞어 롯데 타선을 요리했고 9이닝 2실점 완투승을 안았다.
야구가 마음처럼 되지 않아 초조했지만 고영표는 "비워나가다보니 오히려 채워졌다. 지난 경기부터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매 경기가 중요하다. 호성적을 이어간다면 아시안게임 승선도 바라볼 수 있다. "기둥부터 세워나가면 좋은 빌딩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한 고영표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생각을 잊고, 한 이닝 한 타자에 집중해 투구하다보면 내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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