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6.12 09:51 / 기사수정 2005.06.12 09:51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박용택, 4번타자 도루왕을 꿈꾼다
누가 도루왕은 1번타자만의 특권이라 했는가.
지난해 도루왕 전준호(현대)를 비롯해 정수근과 이종범 등 각 팀을 대표하는 1번타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현재 도루 부문 선두는 전혀 다른 선수가 지키고 있어 도루왕 레이스에 더 큰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주인공은 LG의 '쿨가이' 박용택. 올 정규시즌 1호 도루의 주인공인 박용택은 올시즌 최초로 20도루를 달성했고 최근 출루가 잦아지면서 도루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있다.
박용택이 도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화젯거리지만 그가 팀의 '4번타자'라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박용택은 시즌 초반 이리저리 옮겨다녔던 것은 사실이지만 4번타자로 고정된 이후 상승세를 탔기 때문에 '4번타자 도루왕'이란 호칭이 가능하다. 만약 박용택이 도루왕을 차지한다면 역대 최초로 4번타자가 도루 타이틀을 거머쥐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사실 박용택은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죄(?) 때문에 그동안 고정된 타순 없이 이 역할 저 역할을 다해야 했다. 하지만 박용택은 이제 붙박이 4번타자이자 해결사로 거듭났고 한층 날카로워진 방망이와 더불어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치면서 신바람 야구의 부활에 앞장서고 있다.
윤승균, 대주자로 30도루+ 도전
마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올시즌 신인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윤승균(두산)은 시범경기에서 스피드와 센스를 겸비한 발놀림을 인정받고 때마침 대주자 요원이 필요한 팀 사정 덕분에 개막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었다. 시즌이 시작되자 김경문 감독은 승부처마다 윤승균을 대주자로 기용했고 톡톡한 재미를 보자 그에게 '대도 자격증'인 그린라이트(감독이나 코치의 사인 없이 자신의 판단대로 뛸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신인 선수가 그린라이트를 부여받은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비주전 선수인 그가 도루 부문 2위에 랭크돼 있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다. 현재까지 그가 기록한 도루 개수는 15개. 출장 기회가 적다는 핸디캡을 갖고 거둔 성적이라 더욱 가치가 있다. 또 성공률도 높아 도루라는 측면을 놓고 볼 때 가장 영양가 있는 선수로 불릴만하다. 이런 페이스라면 30도루는 충분하다는 평가.
재미있는 것은 윤승균의 지금 모습을 보면 정수근(롯데)이 데뷔할 당시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국내 최고의 리드오프로 꼽히는 정수근도 95년 데뷔 당시 경기 대부분을 대주자로 출전해 25개의 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윤승균이 닮고 싶은 것은 그 다음부터다. 정수근은 96년부터 주전을 꿰찬 뒤 매년 타격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최고의 1번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의 대주자 정수성(현대 · 공교롭게도 정수근의 동생이다.)이 올시즌 주전으로 도약한 것처럼 윤승균도 국내를 대표할 1번타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앞으로 기회는 충분하다. 30대 선수들로 꽉 찬 두산 외야에 머지않아 세대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모든 것은 윤승균 본인에게 달려있다.
사진 / LG 트윈스,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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