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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찌니, 이탈리아, 그리고 팔꿈치

기사입력 2009.04.02 21:49 / 기사수정 2009.04.02 21:49

권기훈 기자

지난 2일 새벽 3시 50분 (한국시간 기준) 이탈리아 바리의 산 니콜라 스타디움에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럽지역 8조 예선 경기가 열렸다.

이 날 대결은 마르셀로 리피와 지오반니 트라파토니라는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두 명의 대결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지만, 경기 시작 3분 만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변수가 터지고 말았다.

바로 이탈리아의 원톱이자 '이태리산 대형 스트라이커의 미래'라고 불리던 지안파울로 파찌니가 팔꿈치 가격으로 인해 퇴장당한 것이다.

팽팽하고 치열한 경기를 예상하였지만, 이 사건 하나로 순식간에 경기의 양상이 정해져 버렸다. 이탈리아는 '카데나치오'로 통칭하는 수비를 바탕으로 순간순간 기회를 노리다가 역습을 하고, 아일랜드는 계속해서 공 점유율을 높게 가지고 공격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이탈리아는 다행히 역습에 성공하여 빈첸조 이아퀸타가 선취골을 넣으며 한숨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경기는 기어이 카데나치오를 뚫어낸 로비 킨이 한 골을 터뜨리면서 1-1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하지만, 경기 초반에 심판이 퇴장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면 매우 다른 경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사실, 파찌니의 퇴장 조치는 경기 내적인 면보다 경기 외적인 면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탈리아’의 선수들이 팔꿈치를 경기 중에 잘못 써서 크게 알려진 적이 많았기 때문에, 심판들도 이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2006년 월드컵 이탈리아와 미국전. 이탈리아의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 로시는 미국의 공격수 맥브라이드를 수비하는 도중 팔꿈치를 사용하여 레드카드를 받고, 4경기 출장 정지를 받아, 결국 결승전을 제외한 월드컵 내내 경기에 나오지 못한 적도 있다.

또한, 2002년 월드컵 한국전에서도 이탈리아의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가 한국의 김남일을 팔꿈치로 가격, 경고를 받고 결국 경고 누적으로 퇴장까지 당했을 정도로, 큰 무대에서도 팔꿈치를 자주 사용하면서 심판들의 뇌에 각인이 된 것이다.

사실, 이번 경기에서 파찌니의 팔꿈치 사용은 ‘고의’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애매하다. 당시 경기 영상을 보면 파찌니의 고개는 오셔쪽이 아닌 공 쪽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고, 오셔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고 팔꿈치를 휘둘렀을 가능성은 상당히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찌니는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계속해서 호소하였고, 경기 중단된 상황에서도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였다.

파찌니가 고의였는지 실수였는지는 사실 파찌니 본인만이 알 수 있다. 하지만, 월드컵 예선, 그것도 조 1,2위가 다투는 큰 경기에서 경기 시작 3분 만에 퇴장조치를 취한다는 것 또한 어느 정도는 문제가 있는 판정이 아니었나 싶다.

과연, 파찌니가 이런 위기를 딛고 한 발짝 더 성장해나가 정말 세계적인 클래스의 선수가 될 수 있을지, 극복하기만 한다면 정말 좋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권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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