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31 15:13 / 기사수정 2009.03.31 15:13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1부에서 계속) 전미 대륙에서 야구하는 이들은 어린 아이들이라 해도 푸르른 잔디밭에서 하는 반면, 국내 야구선수들은 전국대회가 아니라면 인조잔디 구장 하나라고 아쉬운 판국이다. 그래서 맨바닥에서 수비 연습을 했던 학생들이 공이 잘 튀는 잔디구장에서 정식경기를 할 경우 에러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 실수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하루에도 천 단위로 펑고(fungo)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연습이 완벽을 만드는 것처럼, 야구를 하다 보면 어느정도 수준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 중에서 ‘될성부른 나무’로 성장할 만한 프로스펙트들은 서서히 야구에 눈을 뜨게 된다. 그 순간, 야구에 미쳐버리게 되는 것이다.
야구 선수를 떠나 꿈나무들이 무엇엔가 미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만큼 한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구를 잘 한다’는 이야기와 ‘야구만 잘 한다’는 이야기는 분명 다르다. 야구를 잘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야구를 잘 하며, 이를 통하여 인격을 형성한 좋은 선수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야구만 잘 한다는 것은 야구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이야기가 성립한다.
야구만 할 줄 아는 아이들, 무엇이 문제일까?
1. 야구장이 없어? 그럼 우리는?
제 2편, 한 학부형의 통곡 : 우리 아이가 야구하는 기계가 됐어요
3. 성적 지상주의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이유
4. 공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
아들이 야구하는 기계가 됐다고 토로한 한 학부형
어느 날, 안양시 야구협회장 앞으로 어느 학부형이 하소연을 한 일이 있었다. ‘참으로 기가막히다’는 이야기를 토로한 그 학부형은 다음과 같은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야구 때문에 아이와 떨어진지 오래 되었죠. 그런데 그 아들을 4년 만에 봤는데,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 애가 표정 없이, 점잖게 앉아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 애가 참 점잖게 성장했구나, 감독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이 녀석이 뉴스가 끝나도 똑같이 표정 없이 앉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얘야, 왜 그러니?’라고 물어봤는데, 아들이 제가 물어 봐도 대답을 안 하고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것 아니겠어요? 그제서야 제가 아들에게 못할 짓을 했다고 한탄을 했죠. 아들을 야구하는 기계로 만들어 버린게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야구만 하다 보니 남들에게 말도 잘 붙이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이 되었다는 이 선수는 추후 인성교육을 새로 받으면서 다시금 밝은 모습을 찾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학생들 머리속에 ‘야구’만 주입시키다 보니 생긴 일종의 ‘병폐’였다.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학생들이 이로 인하여 ‘야구하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학생야구의 위기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소재거리이기도 하다.
야구도 ‘우리’라는 공동체를 일깨워주는 하나의 ‘도구’
야구‘만’ 하다보면 잘못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이는 경기 도중에 나타난다.
일단 양 팀 선수들은 경기에 앞서 일렬로 정렬하여 모자를 벗고 경례를 한다. 이는 정정당당한 승부를 위한 포석이며, ‘상호 존중’을 나타내는 경건한 의식이기도 하다. 물론 경례를 마친 양 팀 선수들은 소속팀을 응원하며, 학생야구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응원문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다. 문제는 자신들의 팀만 목청껏 응원하는 것을 넘어서 상대방을 비난하고 욕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이는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를 비롯한 전국대회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럴 때마다 기자들을 비롯한 학부형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야구밖에 할 줄 모르니, 인간이 덜 된 것 아니냐? 우리 아들만큼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상대방 투수를 향하여 야유를 쏟아 붓는 선수들 중에 본인들의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어떠한 표정을 짓게 될까? 이는 경기 종료 후 선수들간의 충돌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결국 이렇게 야구‘만’ 하는 학생들은 ‘우리’라는 공동체를 모른다는 뼈아픈점이 있다. 그래서 일선 학교 야구부가 틈나면 선수들을 학교 수업에 참여시키는 것도 ‘선수들에게 동창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동창’이라는 단어는 큰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곧 ‘우리’라는 단어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교실에서건 사회에서건 친구들을 만나도 ‘야, 우리 같은 반에서 공부하던 친구 맞지? 그때 야구했잖아!’ 라고 이야기 할 수 있고, 이런 것이 곧 사회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아들을 야구선수로 둔 학부형들이 크게 잘 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하나는 자신의 아들들이 모두 박찬호, 김연아처럼 이미 1류 스포츠 선수가 된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요, 또 다른 하나는 야구만 잘 하는 것이 곧바로 인격 형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야구도 결국 ‘우리’라는 공동체를 일깨워주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러한 인격 형성 과정은 일선 지도자를 포함하여 학부형들이 풀어가야 할 문제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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