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30 19:58 / 기사수정 2009.03.30 19:58
[엑스포츠뉴스=김정근 e스포츠 담당기자] 이 글은 구시대(2003~2005)를 지배했던 최연성에 대한 헌사다.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이 과거에서 흘러와 현재에 이른 만큼 최연성의 영향력을 빼고 스타크래프트를 이해하긴 어렵다. 이 글은 전성기 최연성의 전략/전술을 논해 테란 최연성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현시대의 게임 양상에 대한 이해를 도울 목적으로 쓰였다.
(1) 전략과 전술
(2) 최연성의 전략- 자원론
(3) 최연성의 전술- 주도적인 선방
(4) 테란의 거장
4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중 1,2편을 먼저 연재하고 후에 3,4편을 이어서 연재할 것이다..[편집자주]
1.[전략과 전술]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가 완벽하게 전쟁을 재현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이고 전쟁의 굵직한 원리는 스타에서도 종종 확인된다.
테란, 저그, 프로토스 중에서 현대 미군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테란이 군사이론에 가장 어울려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삼종족 모두 전쟁에 대한 세 가지의 SF적 은유라 할 수 있다.
전쟁에 대한 보편 화두는 전략과 전술이다. 스타에서 정상을 차지한 선수들은 모두 스타의 전략/전술에 한 획을 그었다. 그 중에서도 전성기(2003~2005) 최연성은 전략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게이머였다. 최연성은 테란을 선택했고 테란은 최연성 이전과 최연성 이후로 나뉘게 된다.
스타의 게임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른 만큼 최연성의 영향력을 빼놓고 테란 그리고 테란과 싸운 두 종족을 논하거나 이해하긴 어렵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전략의 정의에 대해 논해야 순서가 맞을 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략이 "전쟁의 목적을 위해 전투를 운용하는 지도"라고 했다. 이 정의는 전쟁 개념으론 명확하지만 스타에선 명확하지 않다.
스타의 게임 안에서의 전략이란 무엇일까? 구름을 그려서 달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전략적 우세와 전략적 열세로 그 윤곽을 볼 수 있겠다.
전략적 우세라 하면 결국 시기(天)와 지형(地)과 병력(人)이 상대에 비해 우세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일반론으로 더 축약하자면 '결정적 지점에서의 수적 우위'다.
*참고*
-결정적-이란 말은 양측의 승패가 갈리는 섬멸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의 주력회전을 뜻한다
-지점-이란 말은 보통 주력회전이 벌어지는 맵의 중앙 공터를 뜻한다.
-숫적 우위-란 말은 물량의 상대적 격차를 뜻한다.
스타의 맵은 보통 중앙 공터나 주 교전장소를 가지고 있고 양측의 조건이 무르익으면 언젠간 전면교전을 회피할 수 없는 시점이 반드시 온다. 시뮬레이션답게 조건이 제한되어 있다.
란체스터의 법칙에 의하면 동질병력의 전력차는 병력수의 제곱이다. 즉, √(m²-n²)이다.
A 병력 10 과 B의 병력 5가 싸우면 10-5=5 로 A가 반수 남기고 이기는 전력차가 아니라
10X10=100 5X5=25 로 √75, A가 약 8~9의 병력을 남기고 대승할 정도의 전력차다.
전쟁에서 숫적 우위란 그 무엇보다 결정적이고 객관적인 승리의 조건이다. 물론, 병력 조건과 환경 조건과 전술 조건에 의해서 란체스터식 계산은 절대적이지 않다. 스타에선 테크와 업그레이드, 유닛 상성, 컨트롤, 종족간 특성,특수 기술, 마법이 전투 변수를 늘리는 요소다. 그러나 물량 우위만큼 간단명료하며 객관적으로 승산을 높이는 잣대가 없다는덴 변함이 없다.
이게 가장 단순한 전략적 우세다. 전략적 열세는 그 반대다.
만들어진 승산을 확인할 뿐이란 점에서 전략은 시간의 엄격한 흐름을 거꾸로 돌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뛰어난 전략가는 최종적인 승리의 형태를 설정하고 이에 이르는 단계를 역추적해 나간다.
전술은 클라우제비츠에 의하면 '전투에서 전투력 운용에 관한 지도'다
전투는 예로부터 불에 비유되어 왔다. 그 변화가 심하고 일각을 다툰다. 환경 조건이 복잡하고 병력 자유도가 커질수록 그렇게 된다. 여기에 전술이 개입할 조건이 있다.
다르게 보자면 전략은 객관적 승산을 불러오는 행위고 전술은 주관적 승기를 쟁취하는 행위다.
뛰어난 전략가에게 있어 전술은 필요악의 존재다. 전투를 회피할 수는 없지만 전투력을 운용하는 전술은 항상 변수를 동반한다. 그러므로 객관적인 최종 승리의 형태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전술의 역할을 분명히 제한하는데 전략가의 미덕이 있다.
손자는 "용병을 잘하는 자는 잘 싸운다고 칭송받지 않는다"고 했다. 요컨대, 싸우기 전에 이기는 것이다. 싸우기 전에 이긴다는 건, 지피지기의 준비단계와 모공(謨功)을 실행하는 전개단계에서 유리함을 딴다는 이야기다. 전략은 의도와 그 움직임이 미세하게 드러나는 쌍방의 초기단계에서 승기를 가져오는 행위다.
2. [최연성의 전략- 자원론]
스타에서 가장 단순명료한 전략적 목표를 해결한 선수가 바로 전성기 최연성이다.
패턴이 파악 안된 신빌드와 빌드 전개시의 심리전으로 사소한 이득을 얻어내 자원 격차를 내고 자원 격차로 더 자원 격차를 내고 전술 극복이 어려운 물량 격차로 더 물량 격차를 내 굳히는 게 전성기 최연성식 테란의 기본 발상이다.
패턴이 드러나지 않은 빌드 창조력과 빌드의 목적에 대한 이해, 빌드 전개에서의 융통성이 결국 승패를 가른다.
스타에서 빌드는 전쟁수행 조건을 갖추는 행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축적되는 자원을 가지고 일꾼,병력,테크,업글,확장 등의 요소를 기회비용에 따라 분배한다는 점에서 경제/경영 활동과 매우 유사하다. 선택과 배제가 있다는건 구체적인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빌드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스타는 게임이라 정치적인 고려가 작다. 그러므로 스타 한판의 목적은 대개 1승뿐이다. 결국, 승리를 어떻게 쟁취하느냐는 문제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빌드는 승리를 '어떻게' 쟁취하냐에 대한 설계도라 할 수 있다.
클라우제비츠의 말을 바꾸자면 전략이란 "빌드의 목적을 위해 대국적 게임컨트롤을 운용하는 가르침"이다.
전술은 '전투(게임컨트롤 중에 발생하는)에서 국지적 유닛컨트롤 운용에 관한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명제는 테란에 유효하다. 세밀하고 최적화된 조립식 빌딩에 적합한 테란에게 있어 빌드란 초->중->후반까지 구상되는 특정 전략의 한계를 초기 조립부터 강하게 설정시키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 빌드 목적에 따른 최적화를 테란에게 공리로서 정착시킨 게이머가 바로 최연성이다.
한국 스타계에서 최연성 이전의 테란은 전투에서의 국지적 유닛컨트롤과 이를 운용하는 공격전술에 경도된 종족이었다. 정보력이 떨어지고 기동력이 약하고 본진에서 동선이 먼 자원확장이 불편하며 고유 특징인 원거리공격 병과만의 구성이 조합과 컨트롤과 지형에 따라 극심함 성능차를 내기에 고난이도 컨트롤과 복잡한 공격전술 의존을 통한 한방 순회공연이나 타이밍 러쉬가 필연이었다. 또한, 자잘하게 다룰 게 많은 종족 특성은 빠른 손을 요구했다.
그러므로 빠른 손과 컨트롤과 공격전술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테란은 거북이 마냥 특유의 본진 방어력에 기대 웅크릴 수밖에 없었고 원시테란은 주도권을 내주는 게임진행 덕에 저그와 프로토스에게 전략적인 관점에서 패배를 약속받았다.
약세에 놓여있던 원시테란을 벗어날 흐름을 이끈 건 김정민과 임요환이었다. 김정민은 주력회전의 중규모 교전 컨트롤 및 수동적 전술운용을, 임요환은 게릴라전의 소규모 교전 컨트롤 및 능동적 전술운용을 크게 발전시켰다. 이 둘이 각각 백만 년 조이기와 드랍쉽 타격으로 대표되는 이유다. 전술 이상을 볼 때, 주어지는 자원을 낭비 없이 소모하는 면에선 김정민이 뛰어났지만 자원에 관한 전략적 시야에선 임요환의 압승이었다. 임요환은 가난한 체제로 상대에게 타격을 줘 양측을 가난한 개싸움과 국지전으로 몰고가 테란 특유의 수비력으로 승기를 굳히는 전략적 관점을 제시했다.
그 다음은 천재 이윤열의 시대였다. 소수병력 게릴라로 상대를 흔들며 앞마당을 더욱 빠르게 점유해 꽉 조여진 게임컨트롤 분배로 상대적인 물량격차를 만든 뒤 압도적인 교전컨으로 찍어 누르며 기계소년의 전설을 만들었다. 이윤열의 목표는 김정민+임요환이었고 그 자신의 재능 탓에 단순히 이 둘의 결합을 넘어선 승리 공식을 완성했다.
그러나 이윤열이 공식 외의 게임을 푸는 직관력과 만들어진 공식을 실전에서 녹여내는 감각은 말 그대로 천재의 것이었고 이윤열의 게임을 지탱하는 육체적 반사신경과 손 빠르기는 당대에 유례가 없는 경지였다. 흉내는 가능하지만 모방은 어려웠다.
최연성은 보다 단순했다. 그는 손이 아주 느렸고 대신 계산은 무척 빨랐다. 그리고 최연성은 이윤열이 보여준 소수병력의 가치->보다 빠른 앞마당 확보에서 나온 동시 자원의 폭발력-> 병력양이 만들어낸 힘에 주목했다. 직관에서 구조로의 전환이었다.
최연성은 기동력 문제에 대해 결정적 지점에서의 수적 우위를 강제해 상대적으로 맵을 좁혀 해결했고 원거리공격 병력은 공격력의 낭비가 적어 모이면 모일수록 즉각적으로 화력이 강해진다는 점으로 전술 난이도를 해결했다. 그리고 두 문제제기를 충족시킨 건 '자원'이었다.
최연성은 TvsZ에선 빌드 전개 후 본진 자원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앞마당 확장을 시도하는 패턴을 2배럭에서 바로 앞마당을 먹고 빌드를 전개하는 패턴으로 바꿨고, TvsP에선 본진-앞마당에 가까운 제2멀티(삼룡이)까지의 빌드 진행을 최적화시켰다.
더해서 빌드 구성에 따른 다수 커맨드의 다수 컴셋을 통해 디텍팅과 정보력을 강화시켰고 감각과 직관 의존 부담을 줄여주었다.
게임 중반, 중간테크 단계에서 가장 강력한 화력을 내는 건 테란이다. 이 말은 중반 물량차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종족이 테란이란 뜻이다. 그래서 최연성은 자원론을 통한 병력의 다다익선을 지향했다.
그리고 '자원'을 얻는 방식은 빌드 전개에서의 심리전과 그에 연동되는 명확히 절제된 수비 전술에 의존했다.
최연성은 느린 손에도 불구하고 어떤 악조건 하에서도 SCV생산과 병력 생산 그리고 건물 건설 최적화 리듬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예약 생산도 하지 않았다. 생산 자체에만 필요한 손속/명령횟수는 분당 100회면 충분하다.
그러나 당시에 피아니스트를 연상케 하는 손이 없는 선수가 완벽한 생산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드물었던 건 최연성이 전략적으로 명확한 목적의식에 따른 배제와 생산리듬에 대한 이해가 있었음을 반증한다. 최연성은 자원론에 의한 전략 행위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술 행위 외에 사소한 건 사소하게 취급했다.
이 당시엔 각종 상황과 변수하에서 행동 우선순위가 최적화되지 않았고 주어진 손속에서 명령을 어떻게 배분하는 게 최적이란가?란 점에서 선수마다 생각이 크게 달랐다.
여기까지가 '자원론'으로서 전성기 최연성이 스타와 테란에 미친 전략적 구조물이다.
따라하기 쉬우면서 명쾌하고 강력한 최연성의 빌드 방법론은 빠르게 신인 테란들에게 전파되어갔다. 전성기 후에 자신의 패턴이 읽혀지고 또 널리 퍼지면서는 단순히 자원론을 넘어서 정밀한 기계같은 테란의 빌드공학과 빌드조립 그 자체에 심취하기 시작했고 이 뒤에 클래식이 되는 무수한 악보를 남기기 시작한다.
"나는 단지 내가 이기는 패턴을 만든 뒤 기세로 상대를 눌러버리는 식으로 게임을 했다.
상대도 100%의 실력으로 경기에 임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력보다는 심리전을 많이 생각했다."
-최연성-
한편, 최연성은 전성기에 우둔하고 힘이 센 선수로 잘못 비쳤으나 이런 이미지를 방치했고 때론 인터뷰를 통해 대놓고 조장하기도 했다. 오해와 공포를 위해서였다. 최연성은 정치를 아는 선수였다. 특히 자신의 이미지를 역 이용해 빌드 수싸움에서 뒤통수를 치는데 능했다.
전략적 우세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함께 실전에선 완벽한 기량으로 서로 부딪힐 수만은 없다는걸 알았기에 연습상대가 프로여야 한다거나 정상급 선수여야 한다는 관념에 구애받지 않았다. 최연성은 결승을 준비할 때도 아마추어와 연습을 하곤 했다.
우수한 전략가로서 전성기 최연성의 수준을 잘 보여주는 특징이 광속 GG다. 지는 게임과 이기는 게임이 갈리는 경계에 대한 평가가 항상 냉정했고 전략적으로 유리함 흐름을 잡지 못하면 교전 한번 없어도 미련없이 게임을 포기했다. 이길 때는 상대를 무력하게 지게 하고 질 때는 무력하게 상대를 이기게 한 GG 타이밍은 최연성에게 심리적인 이점과 함께 카리스마를 더하곤 했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