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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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소소했던 한일전, 덴소컵을 다녀오다

기사입력 2009.03.29 22:09 / 기사수정 2009.03.29 22:09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2009년 3월, 대한민국 스포츠를 가장 뜨겁게 달군 화두는 '한일전'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WBC가 그 서막을 열어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고, 그 다음을 이어 김연아는 억지로 만들어진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를 물리치고 여자 피겨 선수 최초로 200점을 넘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던 그 순간에 안양 종합운동장에서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한 또 하나의 한일전이 열렸습니다.

덴소컵이라 명명되어 올해로 6번째 대결을 펼친 이 한일전은 양국의 대학에서 선발된 선수들이 팀을 꾸려 치르는 작은 축구대회입니다.

한일 양국에서 1년에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열리는 이 대회는 올해 한국의 안양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졌습니다.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안양에서 열린 이 경기는 일부 축구팬들만 알고 있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축구에 관한 시선은 그 전날 벌어진 이라크와의 국가 대표 평가전도 그렇고 오는 4월 1일 벌어질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 모두 쏠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전 11시로 잡힌 경기 시각 또한 쉽게 경기장을 찾기 힘든 이유였을 것입니다.

썰렁한 경기장을 생각하고 찾은 안양 종합운동장은 생각과는 다르게 북적거렸습니다. 어린 학생이 위주이긴 했지만 그뿐만이 아닌, 따스해진 바람에 맞춰 소풍을 나온듯한 가족 단위의 관중도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붉은 악마나 서포터의 정형화된 응원은 없었지만 한국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때마다 관중석 한쪽에서 들려오는 "잘한다!" "그렇지!"라는 어느 응원가보다 흥겨웠습니다.

친선전의 성격에 가까운 경기인지라 설렁설렁 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양 팀 선수는 몸을 아끼지 않고 뛰었습니다. 짧은 합숙기간 탓에 조직력보다는 개인기가 우선이 된 상황에서 한국 선수들은 일본 선수들에 앞선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전반이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기동(숭실대, 3학년)의 첫 골이 터졌습니다. 기쁨을 주체 못하고 쓰러져 있는 박기동의 위로 붉은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들이 괴성에 가까운 환호를 지르며 하나 둘씩 겹쳐졌습니다. 이 기쁨은 이후 두 번 더 이어졌죠.

골 기회는 한국 선발이 더 많이 잡았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많이 가졌던 것은 오히려 일본 선발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연결이 쉽지 않았죠. 골포스트를 맞고 넘어가고,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틈에도 일본의 슈팅은 골망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박기동의 추가골과 손대성(관동대, 4학년)의 쐐기골로 한국 선발은 경기 종료 직전 골키퍼의 처리 미숙으로 한 골을 따라붙는데 그친 일본 선발을 3-1로 꺾었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벤치와 그라운드의 선수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환호를 내질렀죠. 이 날 두 골을 넣은 박기동은 경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었습니다.

박기동은 "감독님께서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한다고 하셔서, 그 주문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것이 결과로 돌아온 것 같다."라며 경기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WBC 결승에서 일본에 졌는데 복수라면 복수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환히 웃었죠.

이렇게 즐거움을 준 덴소컵이지만 아쉬움은 남아있습니다. 우선, 벌써 여섯 번째 대회지만 그 인지도는 현저히 떨어집니다.

안양 종합 운동장을 찾아가던 중에도 별다른 안내 플래카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경기장을 찾은 팬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모든 경기와 행사가 끝난 뒤 한국 선발팀은 다시 모두 동그랗게 모여서 손에 손을 잡고 큰 소리로 "우리는 이긴다!"를 외쳤습니다. 즐거움에 젖어 외치는 그 들을 바라보며 이 패기 가득한 한일전의 승리의 함성이 언젠가 응원해주는 많은 이들이 함께한 가운데 같이 울려 퍼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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