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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웃기고 울린 아쉬웠던 '두 이닝'

기사입력 2009.03.24 16:07 / 기사수정 2009.03.24 16:07

이종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종은 기자]
'WBC 결승전. 2 아웃에 주자는 2, 3루. 팽팽한 동점 상황에서 등장한 상대 타자는 일본의 '야구 영웅' 스즈키 이치로였다. 또한, 한국의 투수는 최고의 마무리투수인 '창용불패' 임창용이었다. 볼 카운트 2-1에서 이치로는 3개의 공을 연달아 건드리며 끈질기게 파울을 만들었다. 이어서 많이 빠지는 볼 하나가 들어왔고 볼 카운트는 2-2로 이어졌다. 이 상황에서 임창용은 회심의 일 구를 던졌고 이치로의 눈이 번뜩이며 재빠르게 방망이가 돌아갔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24일 낮 10시 30분에 미국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WBC 결승전에서 10회 연장전 끝에 3-5로 석패했다.

경기는 결승전답게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명승부였다. 한국은 2-3으로 뒤진 9회 말 2사 1,2루의 상황에서 이범호의 극적인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이어진 기회를 후속타 불발로 놓치고 말았다. 결국, 10회 초 2사 2, 3루의 위기에서 임창용이 상대 타자 이치로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3-5로 석패하고 말았다.

9회 - 경기를 끝낼 수 있었던 한국

류현진에 이어 9회 초부터 등판한 임창용은 첫 타자 이치로에게 2루타를 맞았다. 그러나 무사 2루 상황에서 후속 타자들을 범타와 삼진으로 잘 막아내며 위기를 잘 넘겼고 덕분에 한국은 9회 말 극적인 동점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한국의 9회 말 공격은 2번 타자부터였고 정근우가 대타로 나오자 일본은 일찍부터 몸을 풀던 다르빗슈 유를 마운드에 올렸다. 선두타자의 출루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었지만 정근우는 다르빗슈의 유인구에 맥없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러나 이어진 김현수와 김태균이 긴장한 다르빗슈에게 볼넷을 얻어냈고 1사 1,2루의 절호의 찬스에서 5회 솔로 홈런을 친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한국 관중은 여태껏 이승엽이 그래 왔던 것처럼 추신수의 '한방'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다르빗슈의 유인구에 두 차례 헛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하나였고, 타석에는 이번 WBC에서 '국민 꽃'으로 부상한 이범호였다.

이범호는 침착하게 공 두 개를 본 후, 3구째 밋밋한 변화구가 들어오자 지체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타구는 유격수와 3루수 사이로 빠졌고, 2루 주자 이종욱이 전력질주로 홈까지 파고들었다.

이제 점수는 동점이었고, 한국은 다시 한번 2사 1,2루 기회를 이어나갔다. 안타 하나면 경기를 승리로 끝낼 수 있었다. 타석에는 이날 결정적인 에러 하나와 주루사를 했던 고영민. 이날의 실수를 모두 지워버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그러나 의외로 다르빗슈는 흔들리지 않았고, 고영민은 바깥으로 빠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하며 끝낼 수 있는 찬스를 놓쳤다.

하지만, 아웃 카운트를 하나 남긴 상황에서의 극적인 동점으로 일본은 다 잡은 우승 트로피를 놓친 셈이었고, 분위기는 한국 쪽으로 완전히 넘어온 상황이었다.

10회 - 무이일구 (단 하나의 공)

이어진 연장 10회 초에도 한국의 마운드는 임창용이었다.

임창용은 선두 타자 우치카와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고, 다음 타자 이나바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다음 타자 이와무라의 좌전안타가 터지면서 한국은 1사 1,3루의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았고, 일본은 기다렸다는 듯 회심의 카드로 대타 가와사키를 타석에 내보냈다. 발 빠른 가와사키를 통해 최소한 더블플레이를 막으면서 1점을 내겠다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가타오카는 고맙게도 초구에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이제는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아내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다음 타자는 일본의 야구영웅 이치로였다. 이치로는 WBC 내내 부진한 모습이었지만, 이날은 10회 초까지 5타수 3안타(2루타 포함)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임창용은 주자의 견제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각오로 1루 주자의 도루를 무시하면서까지 이치로와의 승부에 집중했다. 볼 카운트를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2-1. 임창용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조금씩 빠지는 공을 던지며 이치로를 유인했지만, 이치로는 침착하게 하나씩 커트해내며 임창용을 괴롭혔다.

7개의 공을 던지며 볼 카운트는 2-2. 임창용은 유인구를 계속해서 커트해내는 이치로에게 일말의 부담감을 느꼈던 걸까. 8구째의 공이 너무나 치기 쉽게 한가운데로 몰렸고 이치로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두 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중전안타가 나왔고, 하나의 실투로 분위기는 완전히 일본 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한국은 이어진 10회 말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2점차로 인해 안정을 찾은 다르빗슈를 공략하지 못하고 아쉽게 패배했다.

두 팀 모두 한 번씩 우승 문턱까지 갔다왔지만, 결국 우승 트로피는 일본에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WBC 결승전에 걸맞게 양팀 모두 최선을 다한 명승부였고, 두 팀 모두 강했던 만큼 결국 '한끝 차'로 승부가 결정나고 말았다.

한반도를 '두근 두근'하는 심장 소리로 가득 차게 했던 2009 WBC 결승전은 비록 아쉬운 패배로 결말을 맺고 말았지만, 이 '두근거림'은 영원히 국민의 가슴 속에 고마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 = 봉중근 (C) WBC 공식 홈페이지 캡쳐]



이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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