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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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기에서 짚어봐야 할 점들

기사입력 2005.06.04 22:09 / 기사수정 2005.06.04 22:09

이철규 기자

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팍타코르 경기장에서 열렸던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 경기는 1-1 힘겨운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전체적으로 짚어봐야할 문제점이 많은 경기였다.


안정환은 미스였다?

안정환은 분명히 한국에는 없는 중요한 공격옵션이다. 하지만 3일 경기와 같이 더운 날씨에 선수들이 정적으로 움직일 시에는 안정환의 패스가 도리어 악재가 되었다. 원터치패스로 수비수를 따돌렸지만, 받아줄 선수들이 패스를 쫓아가지 못하는 모습이 내내 카메라에 잡혔다. 특히 박주영과의 호흡은 불합격점이었다.
 
 
박주영

박주영은 이날 중요한 동점골도 성공시키며 뛰어난 자질을 가진 기대주임을 증명했다. 비록 경기 초반 왼쪽 윙어 자리에 익숙하지 않은 듯 자꾸만 안정환과 겹치면서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걸 볼 수 있었지만 이후 안정환이 교체되자 훨씬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나중에 정경호가 투입되면서 아예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자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유상철
? 김두현?

이날 유상철의 움직임은 힘겨워보였다. 열심히 뛰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은 좋았지만, 스스로 밝혔듯 제 컨디션이 아닌 선수가 기용되면서 정적인 미드필드의 움직임의 주역이 되었다. 때문에 박지성 역시 이 여파로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못했고 박지성, 안정환 선수가 미드필드지역으로 많이 내려가게 되어 중앙에 공격은 집중되었지만, 실질적인 공격은 없는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이후 투입된 김두현은 괜찮은 활약을 보였다. 득점의 숨은 주역이었고, 중거리슛 역시 좋았다. 그러나 경험과 수비력에 문제가 있는 김두현이기에 선발출장은 아직 고려해야 할 문제다. 그렇기에 좀 더 노련한 선수가 필요하다. 박지성을 중앙미들로만 써야 한다면, 그를 빛내줄 김상식 같은 살림꾼이 더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만약 유상철이 정상 컨디션이라 하더라도 공격성향이 강해, 도리어 박지성의 움직임을 반감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동진, 이영표

김동진은 올림픽 대표팀 때의 모습을 클럽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전혀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부진한 김동진을 위해 이영표가 자신의 자리를 포기하면서까지 오른쪽으로 돌려야만 하는 이유도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의 자랑인 윙플레이가 무뎌진 것은 무승부로 덮혀질만한 게 아니다.
 
 
차두리

해외파들이 모두 시차적응과 더운 날씨에 고생했지만 이날 차두리는 평균적인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스피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더 연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프랑크푸르트에서 파트너인 존스가 선수들을 끌고 내려와 패스를 뿌려주면, 차두리가 스피드로 득점하는 것이 주요 득점루트였다. 차두리가 꾸준히 득점에 성공하자 존스의 득점력도 더불어 빛을 발하는 것을 볼 때 대표팀에서 이동국과 차두리의 투톱 효과에 대한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차두리, 이동국 투톱에 박지성이 밑을 받혀주는 3-5-2 포메이션도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을 듯 한데, 3-4-3포메이션에 맞는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허점이 생긴 걸 그대로 들고나오는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박동혁, 김한윤, 유경렬, 이운재

전후반 내내 셋피스상황에서 상대편 선수들을 한번도 제대로 마크하지 못했다. 특히 박동혁은 이날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유경렬도 유상철이 중앙수비수볼 때보다는 훨씬 안정감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수비조직력은 전혀 없고 맨마킹만이 존재했던 경기였다. 결국 이운재의 선방이 아니었으면 참패를 면치 못했을 정도로 수비진은 끔찍했다. 다만 김한윤이 나이만큼 침착한 플레이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뤘다는 점이 위안이 된다.
 
 
이겼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그라운드와 날씨를 감안해도 트레이닝때 약속한 플레이대로 패스를 줘도 뛰지 않는 모습이 전반전부터 나왔다는 건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감독이 바뀌면서 가장 먼저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수비인데 암담할 지경이다. 적어도 과거의 외국인감독들은 실점을 하더라도, 새로운 수비조직과 미드필드간의 연계를 시도라도 해보고 졌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공격 역시 비슷한 성향의 선수인 안정환과 박주영을 동시에 기용해 도리어 박지성까지 세명의 선수들이 중앙에 몰려 상대 수비를 편하게 한 점은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에 차두리까지 중앙 공격수의 모습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연습 때 감독의 전술 지시는 받은 건지 의심스럽다. 특히 클럽에서의 포지션으로 움직이면서 조화를 이루지 못했던 점은 감독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생명연장의 꿈?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힘겹게 승점을 챙기고 있는 대표팀이 이대로 32강 진출 후에는 어떻게 될지 우려된다. 현재로써는 현대축구의 흐름에 부합하며 끝없이 시행착오와 함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유럽과 개인기를 바탕으로 유럽축구의 흐름이 접목되어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 내고 있는 남미까지 전혀 쫓아가고 있지 못하다.
 
외국인 감독을 쓰는 이유는 외국의 우수한 축구 시스템과 전술을 받아들여 한국축구가 발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 프레레 감독이 온 후 이러한 점을 보여주었는지 냉철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비난받던 쿠엘류감독도 최소한 기본은 되고 다양한 실험을 했다. 비록 실패했고 그에 따른 비난으로 사임했지만 적어도 시도는 했다. 작은 실험조차 하지 않고, 자신이 키운 선수보다 이미 검증된 해외파의 개인 능력만을 신뢰하는 감독이 과연 한국에 필요한지 고심해봐야 할 문제이다.



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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