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20 18:45 / 기사수정 2009.03.20 18:45
[엑스포츠뉴스=주영환 기자] 20일 미국 샌디에고 펫코 파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조 1,2위 결정전 한국과 일본의 대결. 이미 4강이 확정된 양팀에겐 큰 의미가 없는 경기였지만 7회말 이범호가 2-2가 되는 동점 홈런을 쏘아 올리자, 김인식 한국 대표팀 감독은 오승환 카드를 썼다. 일본에 호락호락하게 질 수 없는,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믿었던 오승환은 번트 안타와 우전 안타로 무사 1,3루를 내주고 마운드를 김광현에게 넘겼다. 김광현이 오승환을 구원하러 올라오자 하라 일본 감독은 오가사와라를 대타로 내보내는 뱃심 좋은 전략을 보여줬다.
좌투수에 좌타자를 내는 모습은 다소 의아하지만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경문 감독이 선보였던 장면. 당시 김 감독은 야구 예선 풀리그에서 일본의 좌완 이와세를 맞아 김현수를 대타로 냈고, 김현수는 기대에 부응하는 역전타로 한국의 승리를 도운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오가사와라는 이번 대회 21타수 4안타 타율 .190의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었기 때문. 베이징 올림픽 당시 김현수는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마운드 위의 김광현은 18일 승자전에서 오가사와라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0.2이닝 동안 깔끔한 피칭으로 7일 일본에 콜드패 당했던 아픔을 어느 정도 씻어낸 상태였다. 당시 오가사와라는 김광현의 4구의 직구에 연거푸 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서고 말았다. 김광현의 자신감을 채워준 김인식 감독의 깜짝 용병술이었다.
20일 펫코 파크의 경기. 무사 1,3루에서 오가사와라를 맞은 김광현은 높은 슬라이더로 감각을 다진 뒤, 낮은 슬라이더로 스윙을 유도했다. 김광현은 3구를 몸쪽 깊은 곳으로 찔러 넣으며 재차 헛스윙으로 2스트라이크 1볼의 유리한 싸움을 이끌었다.
오가사와라 입장에서는 2구의 슬라이더와 1구의 직구로 인해 다음 공의 구종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오가사와라는 낮게 떨어지는 유인구성 슬라이더를 중심이 무너지지 않은 자세에서 끝까지 받아쳐 깨끗한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6-2로 한국을 이긴 이날의 승리타점이었다.
하라 감독이 김인식 감독 못지않은 승부사 기질을 내세우며 오가사와라의 기를 세워준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1.1이닝 8실점의 굴욕을 90마일을 상회하는 투혼의 직구 4개로 되갚아준 김광현과 그 희생양이 된 오가사와라의 깔끔한 설욕 안타가 돋보이는, 진정한 사나이의 대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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