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17 13:26 / 기사수정 2009.03.17 13:26
강원FC(이하 강원)가 창단을 준비하면서 김원동 단장은 한 스포츠잡지의 인터뷰에서 구단운영의 롤모델(Role model)로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를 지목하였다. 시민구단 최초로 흑자운영을 달성하면서 기업의 스포츠구단 지배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연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구조를 찾은 인천은 강원에게 있어 훌륭한 모범인 셈이었다.
물론 수익구조에 있어 병폐는 있다. 어느 스포츠를 막론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입장수익을 높여야만 한다. 메이저리그나 프리미어리그는 막대한 스폰서, 방송중계권료 등을 챙기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입장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아직 국내 스포츠시장은 스폰서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더욱이 모기업-구단이라는 구조 하에서는 더욱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란 어렵다. 프로축구도 마찬가지이며, 강원이 그토록 모범사례로 꼽는 인천 또한 그러하다.
인천은 스폰서, 선수이적을 통해 주 수익을 높이고 있으며, 그로 인해 흑자를 달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축구 내에서 관객동원이 상위에 있으며, 다른 시민구단과 비교했을 때도 단연 최고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관중수입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지금의 국내 프로축구 시장에서 비춰지는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조건에서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인천은 분명 시민구단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인천을 모범으로 삼으며 최고의 운영을 배우겠다던 강원이 2009 K리그 개막 이후 2라운드가 진행된 현재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에서 인천이 그동안 안일하게 대처했던 기본의 자세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민에게 찾아가는 강원, 시민이 오기를 기다리는 인천
강원이 창단 첫해를 맞이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구단에 비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관심’이다. 프로스포츠의 볼보지로 여겨지던 강원에 97년 처음으로 프로농구 구단인 원주나래(현 원주동부)가 창단되면서 강원의 스포츠 열기는 꿈틀대기 시작하였고, 그 후 10년이 지나서야 프로축구단이 탄생하였다. 그것도 일반기업의 구단이 아닌 도민구단으로 좀 더 도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그동안 쌓였던 스포츠에 대한 열망을 한번에 표출할 수 있는 친근한 대상으로 실현되었다.
그동안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인 야구와 축구에 20여 년간 외면당하다가 지금에서야 첫 모습을 드러냈지만 K리그 개막 2주 동안 보여준 강원의 현재는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시(도)민구단이 지켜야 하는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폭적인 도민의 지지와 강원 내 첫 프로축구 구단이라는 명목 아래 높은 관심과 열기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홈 개막전이 열렸던 강릉종합경기장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광경이 펼쳐져 많은 언론사들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강릉종합경기장을 꽉 채우겠다던 약속은 현실로 실현되었으며, 이는 적극적으로 도민에게 다가간 기본적인 구단 마케팅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게릴라 사인회를 통해 도민의 관심에 보답하는 동시에 직접 찾아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더 많은 팬들을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인천은 홈 개막을 맞이하여 시민들에게 찾아가는 것보다는 그들이 경기장에 오기만을 기다린 꼴이 되었다. 개막 전 개최된 ‘팬즈데이’는 일주일도 채 안 되어 장소가 결정되었고, 홍보 또한 미진해 예년에 행해진 서포터즈데이에서 더 이상의 확대,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더욱이 인천이 야심차게 준비한 ‘가족석’은 구단의 전략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은 물론 처음에 기획한대로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인천은 시민구단으로서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나아가 프로스포츠가 지역밀착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두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지역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지역민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면 프로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를 꽃피우지 못할 것이다. 프로야구의 현대 유니콘스 경우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인천은 점점 찾아가는 시민구단의 이미지를 스스로 벗어던지고 있다. 몸집 부풀리기에만 집중하는 탓에 진정으로 인천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지 않다. 모든 초점이 향후 완공된 숭의아레나에 맞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 준비과정에 있어 너무 극단적으로 치우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스폰서의 다양화로 구단 운영의 숨통은 트였는지 모르지만 그에 반해 팬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한층 높아졌을 것이다.
그동안 장외룡감독 체제 하에 선수들은 팬들과의 접근을 원활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선수단 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것이라고 구단 관계자는 밝혔다. 팬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펼쳐보일 계획이란 의미이다.
이제는 인천에서 팬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만용을 버리고 스스로 시민을 찾아가는 미덕을 보이길 바라며, 시민들에게 경기뿐만 아니라 즐거움이 가득한 마케팅을 활발히 펼쳤으면 한다. 물론 마케팅 담당자의 책임있는 행보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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