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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 스타리그] 정명훈의 '작전명: 발키리'

기사입력 2009.03.14 11:55 / 기사수정 2009.03.14 11:55

김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정근 기자] 프로게이머에 대한 시선이 으레 과대평가나 과소평가 양 사이로 갈린다면 정명훈은 과소평가를 받는 테란이다. 

정명훈은 TvsP와 TvsT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이지만 희귀하게도 TvsZ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테란 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명훈에 대한 과소평가가 단순히 TvsZ에서 약하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정명훈이 두각을 드러낸 인크루트 스타리그 4강에서 난적 김준영을 꺾은 건 당시 T1 코치였던(지금은 선수 겸 코치) 최연성의 '마지막 정리'나 '발리앗'으로 불린 대 저그용 '원팩/원스타 더블' 메카닉 빌드 덕이었다. 

정명훈이 바이오닉 체제를 택한 3경기는 패했지만 1,2,4 경기는 메카닉으로 이겼다.  더구나 현장에서 코치로 함께한 최연성은 확신이 없던 정명훈에게 진행의 개요까지 짚어주며 강행했다. 이게 큰 이슈가 되었다.

'최연성의 꼭두각시' 등으로 불렸던 정명훈이 당시 말을 안 했어도 상당한 부담이었음이 틀림없다. 정명훈은 이후 대 저그 메카닉(팩토리) 체제가 대유행을 타면서 개량되고 '또 하나의 정석'으로 굳혀질 때도 바이오닉(배럭) 체제를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고  종종 패했다. 바투 스타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6강에서 조일장에게 패할 때도 트라우마의 잔영은 강하게 보였다. 메카닉이 바이오닉 보다 더 좋고 강력한 메두사에서도 바이오닉을 고집하다 조일장이 언덕을 활용해 뮤탈로 탁 치자 억 하고 쓰러졌기 때문이다.

이후에 바이오닉 고집의 이유에 대해서 정명훈은 "바이오닉으로 저그를 이길 수 있다는걸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란 말을 남겼다.

정명훈의 저그전이 약한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시적인 사항만 꼽자면 바이오닉 병력 운용이 나쁘다. 소수 유닛컨은 뛰어나지만 중규모를 넘어가면 병력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피아간의 영역 사이에서 주병력이 '죽거나 사는' 사선을 넘나들며 부대를 운용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전 범위 내에서라면 정명훈은 A학점을 받을 만큼 모범적인 모습을 종종 보인다. 사실 이건 저그전 뿐만이 아닌 토스 전이나 테란전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다만 TvsZ에선 변화가 극심하고 고난도 임기응변을 주병력 운용시에 요구받기에 두드러지는 것이다. 정명훈은 웬만큼 압도적인 우세를 만들지 않으면 상대에게 위협적이지 않다. 그런 연유로 정명훈에게 컨트롤이 쉬우면서 이겨놓고 싸우는 메카닉 체제는 좋은 처방이었다.

사람은 만능일 수 없고 이건 프로게이머도 마찬가지다. 정명훈은 주어진 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선 빼어난 모습을 보이는 테란 이다. 빌드 이해도가 좋고 유불리 점수 계산이 정확하며 지형구조를 잘 활용한다. 성격마저 침착하고 냉정하다.

테란은 '빌드조립' 이라 하여 빌드가 초반이 아닌 후반까지 꽉 짜이게 만들 수 있는 종족. 그리고 T1에 임요환 같은 아이디어 뱅크나 최연성 같은 최고급 빌드 장인이 존재한다. 전략적 우세를 통해 전술적 변수는 최대한 줄이는 게임이 가능한 것이다. 더구나 정명훈은 소수컨이나 게릴라전에 있어선 상당한 수준을 보유하고 있기에 전략을 단조롭지 않게 전개하는 게 가능하다.

요컨대 잘 짜인 전략을 시의적절하게 수행하면 저그전에서의 약점은 덮어질 수 있다.

즉, 정명훈의 진정한 문제는 트라우마 덕분에 전략 수행의 자유도가 제한되어 장점이 사라졌다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오닉이니 메카닉이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최연성과의 관계도 그렇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두 사람은 발전적인 동반관계가 될 수 있다. 언젠가 정명훈만의 신의 한수를 찾기 전까진 말이다.
 

13일 바투 스타리그 8강 박찬수 전에서 정명훈이 선보인 건 '테란의 거장' 최연성의 최신 빌드.

[맵에 따라 원배럭 더블이나 원벌처 더블-> 소수 테크 유닛으로 방어하며 테크트리를 '모두' 올려둔다-> 배럭을 늘려가며 저그의 체제를 스캔으로 보고 맞춤 조합/업글을 갖춘다]가 개요인 빌드다. 팩토리/스타포트로 방어와 견제를 해내고 주력은 배럭으로 가는 체제라고도 할 수 있다. 시각적으론 TvsZ에서 테란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뮤탈은 발키리로 해결하며 함부로 히드라+럴커로 체제전환을 하면 투 팩토리의 탱크로 뭉개는 양상을 보여준다.

전략 요구도가 높은 빌드를 노쇠한 최연성 본인보다 실전에서 잘 구현해 낼 수 있는 게 정명훈이다. 1경기의 패배에서 소심하게 도망가지 않고 일관성 있게 2,3경기를 이끌며 작전명 '발키리'를 완수한 정명훈에게 박수를 보낸다.

박찬수는 동시대 로스트 MSL 8강 5전제에서 미라클보이 신상문을 이긴 강력한 저그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정명훈이 화려함으로 돋보이는 신상문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럴 이유는 없다.

[사진 (C) SK T1 공식 홈페이지]



김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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