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12 00:13 / 기사수정 2009.03.12 00:13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시즌 도중, 부랴부랴 사령탑에 오른 이승현 전 흥국생명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놓았습니다. 여자부 1위를 질주하던 팀이 느닷없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감독을 내리쳤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교직을 맡고 있던 이승현 세화여고 감독을 흥국생명의 새 사령탑으로 추대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던 이 방침은 결국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우선, 흥국생명의 전 감독인 황현주 감독은 다혈 질적인 성격으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선수들이 신임하고 있던 지도자였습니다. 믿고 따랐던 감독이 하루아침에 물러났으니 새로운 감독을 선수들이 환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흥국생명 구단은 팀 이미지에 걸맞은 '부드럽고 온화한' 점을 이승현 감독의 장점으로 손꼽았습니다. 한번 상처를 받으면 치유 기간이 오래가는 여자 선수들의 특성을 생각할 때, 이승현 감독의 스타일이 흥국생명 선수들에게 적합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 때, 한국 여자배구의 '명장'으로 불렸던 김철용 전 여자배구 국가대표 감독 같은 강력한 지도방식은 이 시대의 선수들과 차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팀을 이끌어나가는 기둥 역할을 하는 감독에게는 '권위'가 주어져야 합니다. 결단을 내리고 때론 악역의 역할도 맡아야 하는 감독 자리는 결코 쉬운 위치가 아닙니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감독 교체가 이루어지자 팀의 분위기는 당연히 어수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새로 부임한 감독은 당연히 권위를 인정받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구단과 선수들 사이에서 자기의 위치를 존중받지 못한 감독은 끝내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팀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틀이 무너진 상태에서 선수들도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기 어려웠겠지요. 이러한 일들이 겹치면서 흥국생명은 연패의 늪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비록, 외국인 선수인 카리나가 부상으로 뛰지 못한 기간이 있었지만 팀의 경기력은 리그 초반보다 떨어져 있었습니다.
감독의 자리는 부임할 때가 있으면 언제든지 떠날 때도 존재하는 위치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권위와 역할을 인정받지 못하고 한 시즌 동안 두 번이나 자리가 바뀐다는 점은 너무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팀의 중심인 감독의 자리가 인정받으려면 선임할 때부터 구체적인 신뢰와 믿음을 주고 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감독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권위도 인정받아야겠지요. 권위는 물론, 신뢰와 믿음마저 없는 감독의 자리는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흥국생명이 진정으로 리그 1위를 차지하고 배구 팬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으로 거듭나려면 이러한 점도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 = 이승현 전 흥국생명 감독 (C) 엑스포츠뉴스DB 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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