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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WBC FOCUS] 일본팀의 진정한 '괴물' 이와쿠마

기사입력 2009.03.09 00:46 / 기사수정 2009.03.09 00:4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8경기 등판, 201이닝 동안 21승 4패, 방어율 1.87, 5번의 완투승 2번의 완봉승. 그리고 3개의 피홈런과 36개의 볼넷, 159개의 탈삼진

위에서 언급한 기록은 2008 일본 퍼시픽리그 사와무라(일본 리그의 사이영상)상을 수상한 투수의 기록입니다. 특히, 볼넷 허용 수와 피홈런 수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201이닝 동안 단 3개의 홈런을 허용하고 36개의 볼넷을 내줬다는 것은 경이적인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엄청난 스탯의 주인공은 9일 저녁, 한국야구대표팀을 상대로 선발 출전할 이와쿠마 히사시(28, 라쿠텐 골든 이글스)입니다. 이미 한국전에 투입됐던 마스자카 다이스케(29, 보스턴 레드삭스)와 2007 사와무라 상 수상자인 다르빗슈 유(23, 니혼햄 파이터스)가 일본의 대표적인 에이스로 언급됐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구위와 상승세를 보면 일본팀의 진정한 '괴물'은 이와쿠마입니다. 실제로 일본의 많은 팬은 한국을 상대로 이와쿠마가 반드시 등판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18승 투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마쓰자카보다는 이와쿠마가 한국전의 적임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WBC는 베이징올림픽과는 다르게 일본대표팀의 코칭스태프와 야구 팬들의 궁합이 잘 맞고 있습니다. 일본 야구 팬들의 여론과 늘 반대편에 있었던 호시노 전 일본대표팀 감독과는 달리, 하라 현 대표팀 감독은 일본 야구 팬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있습니다.

대기만성형의 에이스,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최고 투수로 성장

도쿄도 히가시야마토시 출신의 이와쿠마는 1999년 고교 졸업 후, 곧바로 긴데쓰 버팔로스 구단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습니다. 고교 정상급 투수였던 이와쿠마는 2003년 15승을 거두면서 자신의 폰텐셜을 터트리게 됩니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자신의 등번호를 48번에서 21번으로 변경하면서 최고의 에이스로 급상승한 점입니다.

'에이스'의 번호로 유명한 21번은 이와쿠마에겐 생명과도 같은 번호입니다. 자신의 개인 공식 홈페이지 주소도 'Iwakuma21'입니다. 위력적인 구질을 가졌던 이와쿠마는 노련미와 다양한 변화구를 하나씩 장착해 가면서 NPB 최고의 투수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이와쿠마의 장점은 150km대의 강속구가 있었지만 제구력도 매우 뛰어났던 점입니다. 이와쿠마는 2003년 리그 최다 완투와 최다 무사사구 기록을 세웠습니다. 삼진도 잘 잡지만 땅볼 유도도 뛰어난 점이 이와쿠마의 장점입니다. 위력적인 구질과 안정된 제구력, 여기에 삼진 구사 능력과 맞춰 잡기까지 뛰어난 이와쿠마는 '무결점'의 투수로 찬사를 받게 됩니다.

이와쿠마의 구위가 최고조로 달한 시즌은 바로 2008년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기록을 봐도 얼마나 '극강'의 투구를 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와쿠마는 140km 중반에서 150km 초반에 달하는 빠른 볼을 구사합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를 빼면 이와쿠마가 구사하는 이 직구는 매우 컨트롤이 좋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이와쿠마 공략법, 그러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작년 시즌에 이와쿠마가 경이적인 스탯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인은 빠른 직구를 받쳐줄 다양한 변화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와쿠마의 주무기는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입니다. 한국 타자들이 일본 투수에게 가장 고전하는 부분은 바로 포크볼에 있습니다. 국내에도 뛰어난 구질의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있지만 이와쿠마처럼 140km에 이르고 잘 쳐도 땅볼에 그치는 포크볼은 국내에선 보기 힘듭니다.

여기에 타자 앞에서 예리하게 휘어지는 슬라이더까지 갖췄습니다. 일본 리그 최고 수준의 직구, 포크볼, 슬라이더를 장착한 이와쿠마는 마쓰자카와 다르빗슈 이상으로 공략하기 까다로운 투수입니다.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운 구질을 3개 이상 갖추고 있는 투수들은 좀처럼 공략하기 어렵습니다. 투구 패턴이 훨씬 다양해지기 때문이죠.

만약 김광현(21, SK 와이번스)이 직구와 슬라이더 외에 또 다른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면 일본의 '현미경 분석'에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선동렬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한 때 메이저리거였던 김병현(30, 전 피츠버그)에게 이런 조언을 했었습니다. '싱커'를 익히라고 말이죠. 사이드암 투수로서 빠른 직구에 예리한 슬라이더를 가진 김병현은 자신만의 마구인 '업슛'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위로 떠오르는 볼에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 싱커까지 던진다면 김병현은 '무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렇듯 자신의 구질을 받쳐줄 수 있는 구종이 다양하게 조합을 이룬다면 그만큼 강한 투수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와쿠마는 일본리그에서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구질을 세 개나 갖췄습니다. 묵직한 패스트볼과 포크볼, 여기에 슬라이더까지 갖춘 이와쿠마는 작년 시즌, 201이닝 동안 21승을 올렸고 1점대의 믿기지 않는 방어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와쿠마라해도 결코 무너트릴 수 없는 '난공불락'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유인구를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포크볼에 속지 않는 것이 가장 필요하겠죠. 또한, 직구와 변화구 중 특정 구질을 단단히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포크볼에 되도록 속지 않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존을 걸쳐서 들어오는 슬라이더는 되도록 커트하고 제구력이 안된 직구와 밋밋한 변화구는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봉중근(29, LG 트윈스)이 선발 투수로 등장할 예정인 한일 2차전은 초반 1회부터 3회까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봉중근이 일본의 득점 스타터인 스즈키 이치로(36, 시애틀 매리너스)를 봉쇄하고 실점을 막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입니다. 또한, 이와쿠마를 상대로 2~3점 이상을 뽑아낸다면 '일본 복수전'은 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사진 =이와쿠마 히사시 (C) 이와쿠마 히사시 공식 홈페이지 캡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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