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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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중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기사입력 2009.03.06 01:29 / 기사수정 2009.03.06 01:29

주영환 기자

[엑스포츠뉴스=주영환] 정치를 하는 분들이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이는 모두 국민의 뜻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입도 뻥긋한 적 없는 본 기자의 의견을 어떻게 아는 걸까 신기했다. 혹시 기자도 모르는 새에 '국민의 뜻'이라는 새 관용어라도 생긴 걸까. 그런 것 같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모 방송국을 보면 말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2회째를 맞았다. 1회 대회보다 정돈돼야 할 것이 분명한데, 더 어수선하다. 선수들의 문제가 아니다. WBC라는 큰 파이를 놓고 주변에서 되려 잡음이 더 크다.

5일 오후 넘어서까지 많은 야구팬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공중파가 WBC의 중계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하게 WBC 국내 중계권 보유자인 IB스포츠와 공중파 협상 대리자인 KBS의 마찰이 빚은 촌극이었다.

IB스포츠는 450만 달러를 주고 WBC 중계권을 사들였다. 2006년 200만 달러에 비해 2배가 넘는 거액이다. 그러나 IB스포츠가 KBS와 중계권 재판매를 놓고 제시한 금액은 300만 달러였고, 여론이 나빠지자 250만 달러까지 수정안을 내놓았다. KBS는 초지일관 130만 달러 이상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많은 야구팬은 인터넷과 위성DMB, 혹은 세 시간 연장 방송을 위해 눈과 귀를 닫는 방법을 놓고 고민했다. 그러나 5일 오후 느즈막히 IB스포츠와 KBS가 협상을 타결지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양 사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정확한 계약 관계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IB스포츠의 김정환 부사장이 "본사는 큰 손해를 입었지만 국민의 볼 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라는 발언을 한 것을 보면 부득불 KBS의 승리로 계약이 타결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의 경기가 열리는 6일 오후 6시 30분을 채 하루 앞두고 '극적' 타결된 셈이다. 마무리 투수와 나와서 집필을 하는 것도 현기증이 나는 판에 중계 여부를 두고서 야구팬들은 경기도 시작하기에 앞서 속을 썩여야 했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가 국민을 볼모로 IB스포츠를 쥐락펴락 한 셈이다. IB스포츠의 수정 제시액인 250만 달러를 KBS와 MBC, SBS가 나누어 부담한다고 하면 13억 원꼴이 된다. 지난 올림픽에서 70여억 원에 중계료를 사용한 것을 보면 규모가 더 적은 셈이다. 물론 올림픽과 WBC의 규모가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KBS는 스스로 '국민의 방송'이라고 지칭하는 공영방송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도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방통위는 "보편적 시청권이 인정되는 대회는 월드컵과 올림픽뿐"이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든 것이 월드컵과 올림픽은 전 세계적인 축제인데 반해 WBC의 위상은 그만 못하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언제부터 세계 평화에 관심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오지랖에 대해서는 한 마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방송 통신에나 신경 쓰시라고. 자국 국민이 보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보편적 시청권을 적용하는 것이 대한민국 산하 기관인 방통위의 일일 것이다.

스포츠 역시 자본의 논리로 좌지우지되는 세상이다.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스포츠 경기는 훌륭한(광고 수입이 되는) 콘텐츠다. 시청률이 오르면 오를수록 중계료 또한 오를 것이다. WBC만 해도 3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가격이 폭등했다. 다시 말해 유료로 경기당 콘텐츠를 구입해서 보는 일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우려일까? 현재 세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유료 케이블에 가입을 해야 가능하다. 이번 WBC 중계권에 입찰한 회사는 외국계 회사 2곳을 포함한 총 4개사. 국민의 여론에 민감할 필요가 없는 외국계 회사였다면 협상 주체들의 선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주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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