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05 12:16 / 기사수정 2009.03.05 12:16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2009 K-리그가 3월 7일 수원 빅버드 스타디움에서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의 개막전으로 그 화려한 막을 올린다.
수원과 포항의 경기는 단순한 개막전을 넘어서 지난 시즌 K-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만나는 ‘슈퍼컵’으로서의 의의가 있다. 이 경기를 통해 팬들과 전문가들이 올 시즌 K-리그 상위권의 향방에 대한 조심스러운 판단을 내려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결이 될 것이다. 또한, 양팀은 맞대결에 이어 곧바로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첫 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팀 사기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경기가 될 것 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들의 만남이건만 새로운 시즌을 맞는 두 팀의 전력은 지난해와 비교해볼 때 의문부호가 붙는다. 우승의 주역들이었던 선수가 여럿 해외진출과 군입대로 이탈하며 전력을 새로이 구성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개막전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이며, 이에 대한 양팀의 해법은 무엇일지 차근차근히 살펴보자.
수비에 대한 해법은?
공교롭게도 수원과 포항은 지난 오프시즌 동안 주전 수비수들의 이탈을 함께 겪었다. 수원은 수비의 핵이던 ‘통곡의 벽’ 마토와 이정수가 J리그로 이적했고, 미드필더진을 든든히 받쳐주던 ‘조투소’ 조원희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위건에 내주었다. 포항은 정도가 더 심하다. 각각 윙백과 스리백의 한 축을 담당하던 박원재와 조성환이 J리그로 떠났고, 장현규와 김수연은 상무에 입대했다. 양 팀 모두 지난 시즌 주전 수비진의 절반 이상을 잃은 셈.
상황은 비슷하지만 이에 대한 수원과 포항의 해법은 조금 다르다. 수원은 중국 국가대표 출신 리 웨이펑과 브라질 외국인선수 알베스 등 ‘외인’들을 영입하여 수비의 공백을 메웠다. 반면 포항은 황재원, 김형일, 김광석 등 기존 국내파 선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비진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수비 포메이션의 변화도 정반대다. 수원은 지난 시즌 포백을 주로 사용했지만 상대에 따라 적절하게 스리백을 활용하는 전술적 유용성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 시즌은 전력상 곽희주-리 웨이펑-알베스로 구성되는 스리백의 사용빈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포항은 줄곧 스리백 위에 박원재-최효진 양 날개를 가동했지만 주전 수비수들의 이탈과, 기존에 고집하던 3-4-1-2 전술이 상대팀들에 의해 충분히 분석되어 더 이상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됨에 따라 큰 틀에서의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황재원-김형일의 중앙수비진에 최효진을 오른쪽 풀백으로, 김광석 혹은 김창훈을 새롭게 왼쪽 풀백으로 기용하는 포백 라인을 구성하여 특유의 스리백 라인과 병행하는 유연한 전술 운용을 통해 수비의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드필더의 재구성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기동력과 공 장악력을 동시에 보여주며 수원의 탄탄한 수비에 일조하던 조원희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수원에게 치명적이었다. 이에 대한 차범근 감독의 고민은 겨울 전지훈련 기간 내내 끊일 줄 몰랐다. 현재로서 가능한 해법은 송종국, 이관우, 박현범, 안영학 등이 조원희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다.
특히 그간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던 이관우는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팬퍼시픽챔피언십 LA 갤럭시와의 결승전을 비롯하여 전지훈련 기간 동안 차범근 감독으로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임을 얻었다. 기성용과 함께 대한민국 대형 미드필더 재목으로 기대를 모으는 박현범이 얼마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도 변수가 될 것이다.
포항은 박원재의 부재와 ‘부동의 홀딩 미드필더’ 김기동의 노쇠화가 걸리긴 하지만, 오히려 지난해 신인왕급 활약을 보여준 신형민의 성장이 김기동의 자리를 위협하며 미드필더진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황지수, 황진성이 건재하고 여기에 대전 시절 공격수 데닐손과 찰떡궁합 호흡을 보여줬던 브라질리아까지 영입됐다.
황지수, 신형민(김기동)이 뒤를 받치며 황진성 혹은 브라질리아가 중앙에서 공격을 풀어준다면 포항의 중원은 더욱 위력적인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문제는 오히려 공격?
차범근 감독은 여러 차례 시즌을 앞둔 인터뷰에서 "문제는 오히려 공격"이라며 수원 공격진의 골결정력 부재를 지적했다. 지난 시즌 에두-신영록-서동현이란 걸출한 공격수들을 앞세워 K-리그 팀 중 최다 득점(리그와 컵 대회 포함)을 기록했던 수원이지만 전훈 기간 내내 빈약한 골결정력에 시달렸다. 신영록의 이적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나 울산 현대에서 이적해 온 이상호와 2007 신인왕 출신 하태균,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조용태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히려 문제는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반면에 포항은 외국인 공격수 스테보, 데닐손이 주전 공격수로 나서고 조커로 남궁도, 이광재, 노병준 등 국내파 선수들이 대기하며 두터운 공격진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시즌 도움왕 브라질리아의 가세는 이들에게 양질의 패스를 여러 차례 제공할 것이고 공격진의 파괴력 또한 매섭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슬로우 스타터' 증후군 or '개막전 무패 행진'?
양팀의 전력과는 별개로 흥미로운 부분은 수원과 포항이 K-리그의 대표적인 ‘슬로우 스타터’란 사실이다. 지난 시즌의 수원은 예외적으로 초반부터 독주체제를 구가해 나갔지만 수원과 포항은 최근 몇 년간 시즌 초반 들쭉날쭉한 것으로 유명했다. 포항은 우승을 차지했던 2007시즌 초반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고, 지난해도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한 관계로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렀다.
매 시즌 이적시장에서 굵직굵직한 선수들을 영입했던 수원 역시 시즌 초 불안한 조직력으로 승점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지난해는 특별한 선수영입 없이 기존의 선수들로 조직력을 극대화시켜 초반부터 고공행진을 이어나갔지만, 올 시즌은 주전의 상당수가 외인으로 대체되었기에 시즌 초반 조직력에서 예전과 같은 문제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수원과 포항이 각각 차 감독과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 부임 이후 개막전에서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는 사실. 수원은 차 감독과 함께한 2004년부터 5년간 3승 2무를 거두었고, 포항과 파리아스 감독은 2005년부터 4년간 4연승을 기록 중에 있다. 두 감독이 개막전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누가 개막전 무패 행진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부분이다.
같은 난관에 봉착했을 때도 약팀은 이에 밀려 쓰러지지만 챔피언은 눈에 보이는 전력 이상의 경험과 관록을 가지고 이를 이겨내 간다. 과연 두 디펜딩 챔피언은 자신들에게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그리고 그런 두 팀의 빅뱅에서는 과연 누가 첫 승자가 될 것인가. 팬들의 이목이 3월 7일 수원으로 몰리고 있다.
[사진=개막전 '빅뱅'을 앞둔 수원과 포항(C)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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