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04 00:55 / 기사수정 2009.03.04 00:55
[엑스포츠뉴스=이종은]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설 한국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이 떼지어 정탐 온 요미우리 전에서 요미우리 투수진에 농락당하며 0:3 영봉패를 당했다.
이날 경기는 현재 대표팀에 산재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총체적으로 보여 준 '종합감기' 같은 경기였다. 투수들은 대부분 제구력에 불안감을 보였고, 타자들은 고작 7개의 안타에 그쳤다. 그나마 경기 후반에 쳐낸 4개를 제외하면 6회까지 단 3개의 안타로 최악의 빈타를 보여주었다.
전날 세이부전에서 보여준 일말의 집중력조차 느껴지지 않는 듯한 경기였다. 일본은 분명 이날 드러난 여러 가지 한국 대표팀의 문제점들을 파고들려 할 것이다. 한국 대표팀에 산재한 감기 바이러스들은 무엇일까.
바이러스 1 - 핵심 우완들의 제구력 불안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은 윤석민-황두성-임창용-이승호-이재우-정대현-장원삼-오승환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리면서 투수들을 시험했다. 선발로 나선 윤석민은 특히나 변화구 제구에 불안을 보이면서 2이닝 동안 무려 51개의 공을 던지며 패전을 기록했다. 구속은 최고 145km 정도로 정상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변화구가 실투로 이어지며 이승엽에게 2타점 2루타를 포함해 4안타를 허용(2실점, 2자책)했다.
이어서 등판한 황두성도 약간 긴장한 듯 제구력에 난조를 보이며 라미레스에게 솔로홈런을 허용, 1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이승호, 이재우도 긴장해서일까, 작년시즌의 구위를 아직 보여주지 못하며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팀의 뒷문을 함께 맡을 것으로 보이는 임창용, 정대현이 나란히 1이닝 2K, 무실점의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랄까.
물론 대표팀 투수들이 못 던진 탓도 있지만, 요미우리 타자들도 주전경쟁 때문인지 실투를 놓치지 않으며 날카로운 방망이를 흔들어대며 6회까지 10개의 안타를 치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일본 대표팀 타자들은 분명히 이날의 요미우리보다 정교하고 막강하다.
일본전에 김광현의 선발등판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예상외로 김광현이 초반에 무너지는 경우, 등판해야 할 투수들의 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민, 이재우 등은 대표팀의 허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우완투수들이다.
이날 경기를 통해 일본 대표팀은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김광현 공략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이미 일본 측에서는 김광현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하여 거의 '해부' 수준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니 윤석민 등 중간계투진이 본선까지 밸런스를 찾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바이러스 2 - 2번타자들의 부진
이날 경기에서는 투수진과 함께 타선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특히 2번 타자가 문제였다. 이날 선발 2번 타자로 나선 고영민은 6회 정근우로 교체될 때까지 2타수 1삼진 1병살타를 기록했고, 6회부터 나선 정근우도 2타수 1삼진 무안타를 기록하며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2번 타자는 타선을 이어줄 연결고리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추신수가 대표팀의 중심 타선으로 남는다는 가정하에 김현수의 2번 타자 기용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김현수는 세이부전에 이어 2안타를 기록하며 이날 최정과 함께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바이러스 3 - 집중타 부재
1회초 요미우리가 이승엽의 2타점 2루타로 선제점을 올렸다. 이에 반해 한국대표팀은 2회 2사 1·3루, 5회 무사 1루, 7회 2사 1·2루, 9회 무사 2루의 기회에서 후속타 불발로 결국 3:0의 패배를 당했다. 이승엽 등 베테랑 타자들의 불참이 더욱 안타까워지는 한편, 집중타의 부재가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바이러스 4 - 몸쪽에 드러난 약점
또한, 이날 경기가 남긴 최대 화두는 '몸쪽' 이다.
하라 감독이 자신의 팀인 요미우리 투수들에게 특별한 지시를 내렸던 것일까. 이날 요미우리 투수들은 눈에 띄게 한국 타자들을 향해 몸쪽 승부를 많이 걸어왔고, 타자들은 이에 걸려들며 대부분 범타로 물러났다. 힘없는 외야 플라이가 많았던 까닭이다. 아무래도 오늘 경기를 본 일본 대표팀 투수들은 예선전에서 몸쪽 승부를 많이 걸어올 것이 분명하다. 마쓰자카, 다르빗슈 중 한 명이 한국전의 선발로 예상되는 가운데, 150Km의 몸쪽 공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문제다.
이날 관중석의 일본 대표팀 중에서는 메모를 해가며 집중해서 지켜보는 선수도 있었다. 한 가지 위안거리라면 너무 무기력했던 탓에 메모를 할 내용이 좀 적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하라 감독과 일본 대표팀은 이번 두 경기를 통해 드러난 한국 대표팀의 약점을 파고들어 공략하러 들 것이다. 김인식 감독이 2일 앞으로 다가온 예선전 전까지 종합감기에 걸린 야구대표팀에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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