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아시아 최초로 봅슬레이 은메달을 획득한 봅슬레이 4인승 팀의 이용 총감독이 정부가 이번 평창의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고 사후 관리와 저변 확대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용 총감독이 이끄는 봅슬레이 4인승 팀(원윤종, 서영우, 김동현, 전정린)이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 열었다. 4인승 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1,2차 주행에서 2위를 기록했고, 이튿날 이어진 3,4차 주행에서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으며 기적의 레이스를 펼쳤다.
이용 총감독은 평창에서의 스켈레톤 금메달,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 수확에도 불구하고 예산 측정이 되지 않아 당장 훈련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총감독은 "올림픽 끝나면 제2의 원윤종, 제2의 윤성빈을 길러내야 한다. 등록 선수로 종목의 가치를 측정하지 말고, 작은 인프라 속에서 어떻게 이 메달이 나왔을까 생각하고, 지원 체계가 구축된다면 더 많은 메달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이 총감독과의 일문일답.
-평창 올림픽에 대한 총평은.
▲관심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오늘은 봅슬레이 이야기만 하겠다. 본래 2인승, 4인승에서 메달을 목표로 했는데 2인승에서 부진했고 4인승에서 뜻밖의 메달을 얻었다. 독일 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데 대해 가능성을 봤고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김동현, 전정린의 경우 원래 2인승을 주로 준비하다가 4인승으로 갔다. 베이징에서 2인승 구성은 어떻게 생각하나.
▲선수들과 이야기 된 바는 없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선수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고 싶다. 개인적인 생각은 지금 이 조합이 일주일, 많게는 10일 밖에는 훈련이 안됐었다. 그런데 이런 성과를 냈다면 1~2년간 좀 더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고 훈련한다면 이 조합으로 베이징까지 준비하는 게 효율적이고 시간 단축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은 선수의 의지와 희망 포지션을 토대로 적용하려 한다.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 조율하는 일정이 10일 정도 됐었다.
-사후 관리 문제는 어떻게 되나.
▲사후관리 문제를 말하자면, 가장 힘들었던 점이 조직위와의 연락이었다. 2016년 10월에는 정부 예산을 받아 연맹이 직접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다보니 연맹의 행정과 현장에 있는 나 사이의 조화가 좋았다. 원하는 부분을 이뤄줬다. 그런데 2017년부터 조직위에서 관리가 들어가고 운영되다 보니 행정 착오가 있었다. 승인 과정이 오래 걸렸고 얼음 상태도 좋지 않았다. 올해는 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순히 예산 부족을 이유라고 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수천억을 들여서 경기장을 세운 만큼 선수들이 훈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평창이 끝이 아니라, 세계선수권과 더 나아가 베이징 올림픽이 있다. 우리가 정말 열심히 해서 이 메달을 국가에 헌납한 만큼, 정부에서도 선수들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본다.
-저변 확대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대한체육회에서는 등록 선수가 적기 때문에 상비군 운영이 안된다고 들었다. 같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훈련하고 지금까지 왔는데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해산시켰다. 국가를 위해 열심히 뛴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외국인 코치 또한 모두 해산됐는데, 그들이 무엇 때문에 여기 와서 고생하고 헌납했는지 정부가 알아줄 필요가 있다. 그 친구들 또한 우리와 동거동락했다. 평창 올림픽이 끝이 아니라, 동계 종목의 육성의 발판이고 베이징 또한 제2의 평창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구체적인 방향과 방안을 꾸려야 한다. 2021년 동계 아시안게임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우리 선수들 고생한 만큼 정부에서 예산 부분에서 좀 더 디테일한 계획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슬라이딩 센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들었다.
슬라이딩 센터가 간신히 생겼는데, 올림픽 후 그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하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제 대회 전에 훈련 장소가 없다면 해외 썰매장을 빌려야한다.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그런 대회가 유치되면 좋겠다. 슬라이딩 센터가 열리지 않으면 그런 기회조차 없다. 아시아에서 봅슬레이, 스켈레톤이 싹트기 시작했는데 꽃 피우지 못할까봐 걱정된다. 좋은 결과를 낸 만큼,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으니 경기할 수 있게끔 도와주셨으면 한다.
-예산 부족으로 상비군이 해체됐다고 한다.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
▲2016년부터 정부 예산을 받아 상비군을 운영했다. 선수 15명에 지도자 4명이었다. 선수들이 트랙을 점검하고, 동등하게 훈련해서 기록 차이를 보고 여러 테스트를 겪었다. 대표팀을 많이 도왔다. 그런데 올림픽 끝나자마자 예산이 중지되고 해산됐다. 유소년, 상비군 선수들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스켈레톤, 봅슬레이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올림픽 끝나고 짧으면 한달, 길면 두달이다. 그간 비인기종목들은 많은 관심을 받지만 그 이후가 되면 또 월드컵이 있다. 그 이후 관심을 덜 받게 되고 4년의 올림픽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 속에 해결 방안은 없고 고통을 받을 게 분명하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소리치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후배들이 4년간 고통스럽게 배고픔을 안고 가야하고 그 길이 너무 험난하다. 정부가 뚜렷한 예산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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